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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삶의 현장, 용머리고개“이 결혼은 절대 안 된다.”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씀하시며 문을 나서 대명까치맨션 뒷동산으로 올라가셨다. 아버지를 찾아 동산에 오르니 언덕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아버지, 허락만 해주시면 열심히 잘살겠습니다. 저를 믿고 허락해 주세요.” 당시만 해도 지역감정의 골이 깊었던 때라 경상도 여자와의 결혼 허락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아버님, 이제 세상이 달라졌잖아요. 서로 사랑하니까 둘이 열심히 살게요. 나중에 허락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하실 거예요.” 한참을
전주가 설레기 시작했다
엄범희 기자
2025.08.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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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악산 입구, 중인동에 살다[투데이안] 중인동에 둥지를 튼 지 11년이 되었다. 예전엔 중인리가 완주군이었으나 30년 전에 전주시로 편입되면서 명칭도 중인동으로 변경이 되었다.중인동은 도농이 함께 하는 곳으로 아직 농촌 풍경이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계절의 변화를 유독 잘 느낄 수 있다.얼었던 대지가 녹는가 싶으면 아직 옷깃을 여미는 쌀쌀한 날씨에도 동네 주민들의 발길은 무척 바빠진다.유독 과수원이 많은 마을이라 봄기운만 돌면 땅도 일구고 나뭇가지도 잡아주고 소독도 하며 한 해 과수 농사 준비로 온 동네가
전주가 설레기 시작했다
투데이안
2025.08.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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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관문, 여의동을 그려본다[투데이안] 31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고속버스와 기차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근무지가 한 곳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을 다니다 보니 여러 지역에서 근무를 하였다.첫 발령지인 서울을 비롯하여 인천, 강릉, 청주, 군산, 남원, 제주까지 많은 곳을 다녔다.자주 이동을 하다 보니 가정생활이나 아이들 교육에 어려움이 많아 전주에 가정을 두고 그때그때 다른 지방으로 다니게 되면서 이동 수단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임용이 되어 서울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촌놈이 집을 떠나 혼자 사는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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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범희 기자
2025.08.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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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를 수사관이 아닌 시민의 눈으로 보다[투데이안] 검사가 되었다. 퇴직을 3년 앞두고 어린 시절 꿈이었던 법률가로서의 검사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대학시절 변호사를 꿈꾸며 사법고시에 도전하였으나 실패하고 꿈을 접었다. 그 후 법률가인 변호사에서 수사관인 검찰직으로 전환을 하였다.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임명장을 받으며 최고의 수사관이 되리라는 다짐과 함께 수사관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수사과장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가 생겼다.어른들의 말처럼 그때 고생했던 일들을 책으로 쓰면 몇 권이 될 거라고 할 만큼 열심
전주가 설레기 시작했다
엄범희 기자
2025.07.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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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동에서 자가시대를 열다[투데이안] 결혼하고 6년 만에 은행의 큰 도움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했다. 아이 둘이 커가면서 공간이 조금 넓은 곳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무리를 했다. 분양가의 3분의 2 정도를 대출받을 요량으로 평화동에 있는 동아현대아파트를 분양받았다.계약금과 1차 중도금까지는 어떻게 준비할 수 있었으나 2차, 3차, 잔금 마련은 대출을 받아야 했다. 매회 중도금 마련을 위해 가계부를 쓰며 지출 항목은 줄이고 악착같이 모으기 시작했다.먹는 것을 줄여 장은 거의 보지 않고 간장 백반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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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범희 기자
2025.06.0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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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완산칠봉을 걷다[투데이안] 과거를 찾아 길을 나섰다. 유년기를 보냈던 옛 동네 입구에 들어서니 가슴이 답답해 오는 걸 느꼈다. 결혼을 하고 술 한잔 거나하게 되면 어린 시절 슬레이트 집에서의 생활을 철 지난 레코드처럼 내뱉곤 하였다.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아내가 같이 가보자고 한 것이다. 취업을 하여 독립을 할 때까지 완산칠봉을 벗어나지 못하고 산자락을 전전했다. 50년 전만 해도 완산칠봉 자락에는 무허가 집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 여기저기 위태롭게 자리해 있었다.지금은 산 중턱에 있는 동네들이
전주가 설레기 시작했다
엄범희 기자
2025.05.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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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동에서 출판과 영화가 하나되다[투데이안] 출판사에 들어서는 발길이 설렌다. 첫 출간을 할 때는 출판사가 서울에 있어서 교열작가나 디자인작가를 직접 마주하지 못하고 메일로 소통했다. 전문 작가들이 출판과정에서 협업을 해주니 진짜 작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즐겁게 작업을 했었다.조금 아쉬웠던 점은 직접 대면을 못하여 출판과정이나 출판사의 모습은 엿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출판은 전주에 있는 역사가 오래된 S출판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했다.처음 편집장님을 만나 대략적인 출판 협의를 하고, 이번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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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범희 기자
2025.05.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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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동에서 청정 도시 전주를 그려본다. [투데이안] “아니,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요일을 보고 버려야지.” 그린 조끼를 입은 할머니 한 분이 쫓아와 냅다 소리를 지른다. 깜짝 놀라기도 하고 어리둥절해서 쓰레기 담은 봉투를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할머니로부터 한참 동안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훈계를 들어야 했다. 제주 전입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제주도에서 생활하면서 처음 느낀 건 어디를 가도 깨끗하다는 것이다. 한적한 시골 동네뿐만 아니라 도시 골목들도 정말 깨끗하다. 시골은 마을 입구마다 재활용센터 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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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범희 기자
2025.05.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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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상징, 노송동[투데이안]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공이 허공을 가르고 운동복을 입은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재빠르게 움직인다.교정 한편에 앉아 야구부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있으니 까까머리에 교복을 입고 운동장을 뛰놀던 풋풋했던 학창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학창 시절 힘든 시간 속에서도 전국대회가 열리면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응원하며 잠시나마 지친 마음을 쉬게 해 준 게 바로 야구였다.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를 응원하기 위해 학교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동대문구장을 찾았었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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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범희 기자
2025.05.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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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는 전주천과 삼천천이 있다[투데이안] 아직 어둠이 짙은 새벽에 한 여인이 덜컹대는 문을 열고 나와 마루에 선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질하여 고무줄로 동여매고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는 모습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을 느끼게 한다.지대가 높아 물이 귀한 때라 남들이 깨기 전에 서둘러 수도꼭지를 열어 물을 받는다. 간혹 연탄불이라도 꺼질 때면 출근시간에 맞추기 위해 번개탄으로 불을 지펴보지만 이마저도 어려우면 잔가지로 불을 피워 냄비밥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잠시 굽은 허리를 펴고 여명이 밝아오는 전주천을 바라보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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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범희 기자
2025.05.0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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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함이 아닌 재밌는 남부시장을 그리다[투데이안] 날이 새기 시작하면 서둘러 나설 채비를 한다. 조금은 두툼한 옷을 입고 장바구니 캐리어를 챙겨 출발한다. 막 해가 뜰 무렵 도착하였음에도 이미 장이 서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남부시장 천변에는 새벽부터 동틀 무렵까지 도깨비시장이 열렸다가 사라진다. 직접 농사를 짓거나 산지에서 바로 가져온 신선한 농·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전통 재래시장의 정겨움을 느껴보고 싶어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전주가 설레기 시작했다
엄범희 기자
2025.04.2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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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을 보냈던 덕진동에서 미래를 보다[투데이안] 한 달 넘게 새벽에 깨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예순을 넘은 나이에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문제 인식과 대안 제시는 나름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번만은 아닌 것 같다. 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걸까? 원인을 잘 모르고 있는지 아니면 시작이 잘못되었는지 답을 알 수 없다. 사회생활이 힘들거나 고민이 있거나 삶이 지칠 때 찾는 곳이 있다. 청춘을 하얗게 불살랐던 전북대학교이다. 회사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마주할 땐
전주가 설레기 시작했다
엄범희 기자
2025.04.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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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동에서 꿈을 꾸자[투데이안] 봄이 되어 팔복동 이팝나무 철길을 걸었다. 몇 해 전부터 사오월이 되면 팔복동 철길 옆을 따라 피는 이팝나무 꽃을 보기 위해 전주시민은 물론이고 전국의 사진작가와 여행객이 모여든다. 이팝나무가 이팝나무지 별거 있나 싶어 찾지 않다가 소문에 소문이 돌면서 한 번은 가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어머니와 함께 찾게 되었다. 목적지에 다가갈수록 차량의 속도가 늦어지며 사람들도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상과 달리 이팝나무 철길 위를 서서히 진행하는 열차를 마주하는 풍경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예
전주가 설레기 시작했다
엄범희 기자
2025.04.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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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수사관 마친 송재영 작가, "설레는 인생 응원합니다"[투데이안] 31년간 수사관으로 재직했던 송재영 작가가 제2의 인생을 '설렘'이라는 키워드로 열어가고 있다.송 작가는 퇴직 후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현재는 시립도서관과 공공기관 등에서 브런치 글쓰기 강의를 진행하며, 법률 관련 특강과 청소년 멘토링, 주민자치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첫 저서인 《인생이 설레기 시작했다》(2022년 출간)를 통해 설렘의 가치를 이야기한 송 작가는 이후 《퇴직이 설레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
전주가 설레기 시작했다
엄범희 기자
2025.04.10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