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이야기> 상림동에서 청정 도시 전주를 그려본다.
 

[투데이안] “아니,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요일을 보고 버려야지.” 그린 조끼를 입은 할머니 한 분이 쫓아와 냅다 소리를 지른다. 깜짝 놀라기도 하고 어리둥절해서 쓰레기 담은 봉투를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할머니로부터 한참 동안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훈계를 들어야 했다. 제주 전입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제주도에서 생활하면서 처음 느낀 건 어디를 가도 깨끗하다는 것이다. 한적한 시골 동네뿐만 아니라 도시 골목들도 정말 깨끗하다. 시골은 마을 입구마다 재활용센터 사무실이 있어 상시 인원이 배치되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요일별로 해당하는 쓰레기를 센터에 직접 가져와서 버려야 한다. 요일별 배출이 아주 철저해서 요일에 해당하는 쓰레기만 버릴 수 있고 아무 때나 버릴 수가 없다.

도심은 수거장이 동네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오후 3시부터 새벽 4시까지 개문이 되어 그 시간대에만 요일에 맞는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들이 수거장을 맡아 관리하면서 분리수거 상태를 확인하고 수시로 청소도 하고 있다.

문제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전주에 살 때만 해도 음식물처리는 아내의 몫이었기도 하고, 간혹 내가 처리할 때도 음식물 용기를 문밖에 내놓기만 하면 수거업체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제주에 살면서 음식물처리는 당연 내 몫이 되었다. 제주에서는 수거업체가 가가호호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분리 수거장에 음식물 수거통도 같이 배치되어 있어 주민들이 직접 버려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배출하는 요일이 별도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 충전 카드를 구입하여 버려야 한다. 사용법을 잘 몰라 편의점 직원에게 몇 차례 물어보면서 점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무척 불편하고 짜증도 났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니 더 편리하고 나름 환경 보호를 위해 뭔가 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제주도는 섬이어서 쓰레기 처리가 무척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도 환경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잘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퇴직을 하고 주민예산참여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한 안건을 제출했었다. 제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시내지역은 통별로 쓰레기 분리수거 구역을 설치하고, 시외지역은 마을 입구에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건립하여 각 전담 관리인을 지정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관리인은 노인일자리사업의 예산과 인력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것으로 접근하였다. 처음부터 전주시 전체에 시행하기에는 막대한 예산과 인원이 소요되어 일단 중인동에 시범 사업을 해보는 안을 제안하였다.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함께 타당성 검토를 하였으나 설치장소의 선정에 대해 주민들의 민원이 예상된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 후 이런저런 안 되는 이유만 찾아 나를 설득하려 하였다. 결국 사업 추진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그만두어야 했다.

최근에는 아주 놀라운 말을 들었다. 주민들이 분리 배출한 쓰레기가 소각장에 들어오면 한 곳에 뒤섞어 직원들이 새로 분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리수거를 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쓰레기 분리수거가 철저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요일을 지정하여 배출하지 않으므로 수거 과정에서 분리 수거된 쓰레기들이 한 번에 수거되어 섞이면서 분리수거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분리수거에 진심인 사람들이 들으면 허탈감에 빠져 분노할 소리였다.

처음 상림동 일대를 쓰레기 매립과 소각장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갈등, 보상금 및 대상 마을 문제, 주민의 관리 참여 범위 등 많은 민원이 있었는데, 업무와 관련이 있어 진행 과정에 대해 조금 알 기회가 있었다.

지금도 쓰레기 반입에 대해 거주 주민들과의 마찰이 종종 매스컴에 나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시민들은 굳이 개입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외면하며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쓰레기는 해마다 엄청난 양이 늘어나고 있고, 향후 지구를 덮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팽하다.

문제 해결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의식이다. 싱가포르의 예를 보면 거리에 담배꽁초 하나만 버려도 많은 금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도심의 거리가 매우 깨끗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 당장 비용이 많이 들고 힘들다고 환경 보호를 외면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한번 훼손된 환경은 다시 회복할 수 없게 되는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다. 쓰레기가 생성되어 처리하는 방안을 연구할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생성하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생성된 쓰레기를 잘 분리하여 재활용하거나 재생할 수 있는 쓰레기를 활용하여 폐기나 소각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환경을 지키는 것은 너와 나도 없고, 지역도 없고, 국가도 없는 우리 모두의 일이다.

어려서부터 철저한 교육을 통해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도 있다. 상림동에 환경 보호 학습장을 설치하여 유치원 때부터 의무적으로 환경교육을 수료하도록 하여야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환경에 대한 체험 활동 등을 통해 환경 보호를 몸에 체득하도록 하여야 한다. 청렴교육, 인권교육, 성교육만큼이나 환경교육도 중요하다. 모든 기관에는 매년 환경교육을 일정 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법적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

교육이 체계화된 후에는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행위,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생산된 물품에 대해서는 리싸이클을 통해 폐기량과 소각량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런 행동은 어려서부터 몸에 익히도록 교육을 체계화하여야 한다.

상림동 일대에는 전주권 소각자원센터, 전주리싸이클링타운, 전주권 광역폐기물매립장 등 전주지역 공공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이 있어 환경교육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선진국 견학을 통해 환경교육을 체계화하여 전국에서 교육을 받으러 오도록 해보자. 타지의 쓰레기처리시설 운영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를 만들어 보자.

환경 보호의 최전선, 상림동에서 청정 도시 전주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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