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번째 이야기>전주의 관문, 여의동을 그려본다

[투데이안] 31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고속버스와 기차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근무지가 한 곳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을 다니다 보니 여러 지역에서 근무를 하였다.

첫 발령지인 서울을 비롯하여 인천, 강릉, 청주, 군산, 남원, 제주까지 많은 곳을 다녔다.

자주 이동을 하다 보니 가정생활이나 아이들 교육에 어려움이 많아 전주에 가정을 두고 그때그때 다른 지방으로 다니게 되면서 이동 수단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임용이 되어 서울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촌놈이 집을 떠나 혼자 사는 독립생활이 시작되었다.

서울은 처음 거주하는 곳이어서 주말이면 매주 전주에 내려왔었는데, 주로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다니곤 하였다.

평상시에는 고속버스를 이용하다가도 설이나 추석인 명절이 되면 기차를 이용하였다.

당시에는 버스전용차로제가 없던 시절이라 버스를 타면 도로가 꽉 막혀 운행시간이 두 배는 기본이고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에야 집에 도착할 때가 다반사였다.

결혼 전에는 임시 입석이라도 구해 탈 수 있었으나 결혼을 하여 아이들이 생기면서 새벽부터 서울역에 줄을 서서 기차 좌석표를 구입하곤 하였다.

그렇게라도 기차표가 고향에 오는 가장 빠르고 좋은 선택이었다.

인천에 근무할 때는 기차가 닿지 않아 무조건 고속버스를 이용하였다.

집에 왔다가 다시 인천으로 올라갈 때는 월요일 첫차를 타곤 하였는데, 꼭두새벽에 누가 탈까 싶었던 인천행 고속버스는 항상 만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을 함께 느끼며 동병상련의 마음이었다.

강릉은 고속버스조차 없어서 유성을 경유하는 시외버스를 이용하였다.

2005년도까지만 하여도 주말에도 오전 근무를 하던 시절이라 강릉에서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를 하고 5시간 동안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집에 오면 저녁이 되었다.

하룻밤 자고 다음날 점심만 간단히 하고 오후 시외버스를 타고 대관령을 넘을 때쯤이면 해가 뉘엿뉘엿 지곤 하였다.

전주에서 강릉은 장장 400킬로미터의 거리를 호남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거쳐야 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보통은 버스를 타고 한숨 푹 자고 나면 도착을 하는데 자도 자도 끝도 없이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고, 온몸이 쑤시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상태가 될 무렵이 되어서야 도착을 할 수 있는 먼 거리였다.

그래도 당시에는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집이 그리워 매주 집에 오곤 하였다.

제주도에 근무하면서 비행기를 이용하게 되었다.

발령을 받고 처음에는 군산공항 운항이 중단된 시기여서 몇 달 동안 광주공항을 이용하다가 다시 운항이 재개되면서 군산공항을 이용할 수 있었다.

운항 횟수는 적었지만 시간상이나 거리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

생활 범위나 신속성, 접근성 면에서 도내에 공항이 있고 없는 것이 그 지역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비행기를 탈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제주에 있던 1년 5개월 동안 비행기로 이동을 하다 보니 비행기를 타는 일이 버스 정류장에 버스를 타러 가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아내는 1~2주에 한 번씩 전주와 제주를 오가며 두 곳의 살림을 챙기느라 고생은 했으나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군산공항 앞 주차장에 자주 주차를 맡기다 보니 관리하시는 분이 아내를 큰 손쯤으로 생각하였는지 무슨 사업을 하기에 그리 제주도를 자주 다니냐고 물어보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객지 생활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교통망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교통수단은 잘 구비되어 있는지, 터미널이나 역의 위치는 접근성이 좋은지가 근무지를 선택하는데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직장 생활을 할 때 전주는 교통이 불편하여 타지에서 발령을 받아 오는 기관장이나 직원들이 꺼려하는 지역이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다.

참여정부에 시행된 공공기관 이전사업으로 전주에도 혁신도시가 조성되어 농업 관련 기관과 공공기관이 이전되었다.

그때에도 기관들이 선호했던 지역은 수도권과의 접근성이었다. 앞으로 제2의 혁신도시 사업 추진이 예정되면서 다시금 이전 기관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기관 유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타지에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교통망이 잘 조성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의 고속터미널이나 시외버스터미널은 시내에 위치하여 톨게이트에서 거리도 멀고 정체도 잦아 소요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기차역의 경우 충청권이나 경상권에 비해 운행 횟수도 적고, 익산역에 비해 수도권으로부터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전주는 전라도의 도청소재지이므로 처음부터 전라선과 호남선이 모두 경유할 수 있도록 선로가 설계되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많다.

몇 년 전 터미널 이전 계획이 있었다. 여러 이유로 이전이 되지 못하고 리모델링을 하는 선에서 정리가 되었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다시금 터미널 이전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이번엔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여의동 부근으로 이전하여 전주복합터미널을 조성하여야 한다.

전주역도 전주의 관문인 여의동 부근으로 이전을 하고, 전라선과 호남선의 분기점도 전주역까지 연장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전주복합터미널과 전주역이 연계되어 전국으로 연결되는 교통망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대광법의 개정으로 전주시도 대도시권의 범위에 포함되어 교통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번 기회에 지엽적인 접근보다는 큰 틀에서의 대변혁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주가 전라도의 수도로서 명실상부한 광역교통의 중심이 되어 전국 어디에서든 접근이 편리한 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