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안 객원논설위원]-스타들의 맨언굴에 대한 대중의 욕망에 아슬아슬하게 답하는 영화의 성의

『여배우들』의 주제는 여배우들이다. 영화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녀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


항상 스크린 속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의 성격으로 자신을 내비치는 직업의 특성 상, 그리고 여기에 아름다움과 (혹은) 매력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여배우들의 본 모습이 대중에게 진솔하게 전달되는 정도는 그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한참이나 배반해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참신하고 대담한 기획이 그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관객에게 작은 팬서비스를 하려고 단단히 마음 먹었다.

상업영화의 형식으로. 여기 활발히 활동 중인 6명의 여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어 있다.

“보석보다 아름다운 여배우들”이라는 컨셉으로 <보그>지에서 화보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20대에서 60대의 다양한 세대의 여배우들이 나란히 병치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한 편의 픽션으로서 영화가 차용하는 조작이라는 ‘숨김’의 틀 속에서, 특별한 대본 없이 ‘자신을 연기’해야 하는 여배우들의 ‘드러냄’이 교차하면서, 우리는 이제 섬세히 가공되어 친숙하게 제시되어왔던 이 매력덩어리들의 원천을 흘끔거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상업영화의 틀거리 속에서 『여배우들』은 인위적 장치를 견고히 설치하고 출발한다.

상대적으로 한가한 원로배우 ‘윤여정’은 제일 먼저 스튜디오에 도착하여 한참을 기다리도록 되어 있고 심지어는 ‘여운계’로 오인되기도 하며, 자신이 늦게 섭외되었으며 누군가의 대타로 출연을 요청받았다고 불만스러워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한참 잘나가는 ‘최지우’는 어제 일정의 무리로 인한 콘디션 불량 문제로 걱정 끝에 분리촬영 후 합성을 꾀하다가 결국은 제일 늦게 도착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고현정’은 과감하게 시비를 걸어 면박을 주는 1라운드를 거친 후, 다시 강하게 반격해오는 ‘최지우’와 대판 싸움을 벌이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 50대인 ‘이미숙’은 전성기를 지난 상태의 여유와 불안을 토록하도록 명 받았고, 서로 처음 만나는 20대 대표 ‘김민희’와 ‘김옥빈’은 각자의 포부와 현재의 심경을 교환하고 상호연대를 결의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들을 빛내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도착하여야 할 보석들은 현지의 폭설로 인해 배달이 계속 지연되어, 이 바쁜 여배우들이 오래도록 한 자리에 같이 머물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설정 속에서 우리의 여배우들은 그야말로 자신을 드러내도록 성의를 다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카랑카랑하면서도 인자한 ‘윤여정’과 노년을 앞두고도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이미숙’, 거침없으면서도 사랑스러운 수다를 발하는 ‘고현정’, 결벽스러우나 애교 많고 무서움증을 가진 ‘최지우’, 귀여운 ‘김민희’, 또한 청초하면서도 다부진 ‘김옥빈’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특히 중견 여배우들의 자기 노출은, 말미에 설정된 와인파티에 와서 확장 종합판으로 충실히 완성된다.

혼자만 돋보여야 하는 여배우라는 자들의 나르시즘, 질투 혹은 열등감이 식탁 위의 수다로 한바탕 노출된 후에, 드디어 고참 배우들의 홀로된 사연이라는 민감한 사적 문제로 수다가 옮겨 붙는 순간, 이 거만한 압도를 특장으로 하는 여신들의 자세는 그저 불평하는 작은 소시민의 그것으로 전환된다.

그리하여 ‘이미숙’은 성격차로 이혼했던 자신에 대한 대중과 매체의 홀대에 대한 불평을 제시하고, ‘윤여정’은 자신의 이혼이 방송출현 정지의 재앙으로 귀결된 상황과, 결벽증 등 자신의 결함으로 그 사유를 몰아갔던 그 ‘못생긴 놈’을 차라리 차버렸다고 알려야만 했던 연유를 담담하게 밝힌다.

시절이 좋아져 이혼으로 인해 ‘예수재림’의 경지로 환영받았다고 ‘윤여정’으로부터 시샘을 당한 ‘고현정’도, 사실 자신의 이혼에 대한 대중의 몰이해를 상처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음을 고백하고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

그리고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부당한 평가와 오해를 감수해야 하는 스타들의 일방적인 감상과 의견에 대해, 우리의 현명한 왕언니 ‘윤여정’은 자신들이 과분하게 받았던 사랑을 상기시키며, 그녀들의 수다는 균형과 위안을 찾으면서 종결될 수 있게 되었다.

명백히 『여배우들』은 당대 유명 스타들에 대한 가십성 호기심에 답하는 영화이다. 그러나 그 답 속에는 상당한 성의가 포함되어 있다. 여배우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이며, 연출은 현상과 기대 사이의 균형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여배우들』 속의 여배우는 보통명사가 아니다. 영화의 ‘여배우론’은 결코 여배우 일반에 대한 탐구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채, 그저 지금 우리에게 친숙한 6명의 스타에 대한 개별적인 안내에 더 치중하게 되었다./조 현철 군산대 교양교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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