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아닌 또 다른 전장…“글씨는 나의 삶”
- 전통을 넘어 실험으로…송하진 서예 세계의 확장
- 한글서예, 이젠 세계로…12월 초 아르헨티나 전시
-세계 속의 K-서예 “미국 뉴욕 진출도 모색 중”
[투데이안] 정치에서 물러난 그가 손에 다시 쥔 것은 붓이었다.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는 ‘서예가 송하진(푸른돌ㆍ취석)’으로 불리는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다.
겉보기엔 평온한 은퇴자의 삶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일상은 결코 느슨하지 않다.
붓을 들고 종이 앞에 서는 순간, 그는 또 다른 전장을 마주하는 사람처럼 몰입한다.
그에게 서예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삶의 태도이자 정신의 표현이다.
“삶의 자국을 글씨로 남긴다” 송하진의 서예는 그래서 평범하지 않다.
그는 전통을 따르되, 그 틀에 갇히지 않는다. ‘거침없는 쓰는 서예’, ‘가로쓰기 서예’, 그리고 ‘한글이 주인인 서예’로 불리는 그의 작품 세계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미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서예는 한 글자, 한 글자에 사람과 시대, 그리고 자신이 걸어온 인생의 굴곡을 새긴다.
그래서 그의 글씨는 조용하지만 강하고, 낯설면서도 친근하다. 이는 그가 오랫동안 사람을 위한 행정과 문화를 고민해온 이력과도 무관치 않다.
도지사 시절 그는 전주국제영화제를 지역의 문화 브랜드로 성장시켰고, 한지문화산업의 부흥을 위해 예산과 정책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도 그는 “문화는 지역의 품격이며,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이제는 스스로 그 ‘품격’을 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붓을 잡고 종이를 마주하며, 그는 또 다른 방식으로 도시와 사람을 위로하고 있다.
그는 한때 전북을 이끌던 행정가였지만, 동시에 예술을 생활처럼 살아온 사람이다.
판소리를 사랑하고, 서예의 정신을 존중하며, 문학과 영화, 체육 전반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가진 그는 폭넓은 문화 감수성과 실천력을 갖춘 보기 드문 인물이다.
그래선지 그의 서예에는 이 모든 것들이 녹아 있다.
붓끝에서 시작된 선은 어느새 사람을 향하고, 시대를 어루만지며, 공동체의 기억을 품는다.
송하진이 말한다. “예술이든 행정이든 결국은 사람의 정서가 가장 중요합니다. 의지와 감정이 담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어요.”
그의 서예는 그런 신념 위에 서 있다. 누군가는 글씨로 이름을 남기지만, 그는 글씨로 자기 철학과 시대를 새긴다.
지금 송하진 선생은 하루도 붓을 놓지 않는다. 붓으로 세상과 대화하고 있고 있기 떄문이다.
전시회를 열고, 작업실에서 밤을 새우고, 때로는 후배 서예인들과 교류하며 문화로 사람을 잇는 조용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는 내려놨지만, 그는 여전히 ‘길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번엔 글씨로, 그 길을 새기고 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한학과 서예를 익힐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으며, 생활 속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와 지금까지 현판, 비석, 액자, 족자, 제호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소시쩍부터 ‘눈에 젖고 귀에 물들 듯 붓을 익혔다’ 하여, ‘목유이염(目濡耳染)’의 작가로도 불린다.
그는 한글서예의 해외 진출을 위한 첫 시도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오는 12월 초 아르헨티나에서 20여 명 작가의 작품 전시회를 특별히 준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글서예의 미감을 세계에 소개하는 본격적인 국제 교류 프로젝트로 보인다.
송하진 선생은 “한글이 전 세계인의 찬사를 받는 시대, 한글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한글서예도 이제 세계 무대를 향해 당당히 뻗어 나가길 소망한다"며 "국내를 넘어 미국 뉴욕, 아르헨티나 등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우리 글과 멋을 세계 속에 펼쳐 보이겠다"고 말했다.
한말의 대유학자 유재 송기면 선생을 조부로, 현대 서예의 대가 강암 송성용 선생을 부친으로 둔 송하진 선생은 정통 서예 명문가로 198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24년간 행정공무원으로 봉직했다. 전주시장 8년, 전라북도지사 8년 등을 역임했다.
2022년 6월 정계에서 물러난 그는 서예와 시문학에 전념하며 복귀했으며, 현재 (사)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 등으로 활동중이다.
지난해 '거침없이 쓴다' 서예전에 이어 10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한글의 본향 세종특별자치시 세종시문화관광재단 박연문화관에서 ‘한글의 멋을 담은 K-서예전’을 연 바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