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안 객원논설위원]대략 5천만 되는 우리나라 인구가 년간 필요로 하는 쌀 소비량은 437만톤 정도라고들 한다.

여기서 익년도 의무 수입해야 할 쌀 30만톤 정도를 제외하고라도 현 재고가 492만톤 정도이니 약 54만톤이 창고(倉庫)속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애기다. 쌀 10만톤을 창고에 보관하는데 연간 30억원 정도가 소요되니 얼추 계산해도 내년도 150억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남아도는 쌀을 보관하는데 낭비(浪費)되어야 할 형편이다.


설상가상으로 수분(水分)을 15%이상 함유하고 있는 생물인 쌀은 시간이 지나면 변색되거나 품질이 떨어져 고미(古米)로 전략, 이로 인한 상품성 손실(損失)은 대략 20%만 계상해도 그 추정액은 정부재고미 보관비용의 수십배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고충스런 계산치를 내 놓고 있다.

남아도는 쌀에 대한 해소방안을 놓고 지금처럼 심각하게 고민한 때가 있었던가? 필자의 소견(所見)으로는 없었다.

지금과 같은 재고 쌀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대풍조짐이 있었음에도 9.15 작황조사시 생산량을 23만톤이상 과소하게 오류(誤謬) 예측한데다가 오류물량의 추가적인 시장격리가 구체화 된 게 이미 추곡수매가 70%이상 경과된 시점이었다는게 성난 들녘의 애기다.

말하자면 자금력이 풍부한 일부 대농(大農)을 제외하고는 벼가 대부분 농가 손을 떠났는데 정부 추가매입이 무슨 농가소득을 지지(支持)하고 산지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들의 호소다. 따라서 정부가 추곡수매전 보다 정확한 작황조사와 예측(豫測)이 뒤따르고 그러한 결과치에 따른 시장격리용 매입량과 매입시점을 미리 확정 발표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쌀값 대란과 골치 아픈 재고쌀 문제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게 중론(衆論)인것 같다.

이유야 어쨌든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고 주저 않아 있을수만은 없다. 이제 쌀 재고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혜(智慧)를 모아야 할 절박한 시점에 이미 우리는 서 있기 때문이다. 결코 시장으로 내보낼 수 없는 54만톤의 남아도는 쌀을 우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우선 단칼에 해법을 던져 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쌀 지원이겠지만, 이미 새 정부 들어서자마자 중단된 40만톤(약1조원) 이상의 대북쌀 지원 재개(再開)의 물코를 국회에서 정책적 차원으로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을까? 아쉽지만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체 소비량의 2% 남짓한 가공용 쌀 소비를 한 해에 10%이상 획기적으로 늘려 갈 대책은 없는 것일까? 아무리 쌀 막걸리가 프랑스제 보졸레 누보 와인(wine)을 제키는 등 전국이 막걸리 열풍에 흠뻑 취해있다지만 그것 또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아님, 임기응변(臨機應變)식의 시장격리가 대안(代案)이 될 수 없다면 쌀직불제 개편과 더불어 일정면적을 휴경화(休耕化)하거나 쌀 대체작목을 재배케 하는 과감한 생산 조정제(調整制)를 도입하면 어떨까? 이도 당장 도입하기엔 골치가 아프다고 정부는 손사례를 치고만 있다.

아님, 우리나라도 이제 최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어엿한 해외원조 국가로 입성하게 됐으니 우선 남아도는 쌀을 해외원조용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역시 시기상조요 실효성 없는 기대치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결국 이러한 절치부심(切齒腐心)한 대안들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문제들인데 쌀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이미 성난 농심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정부와 농정에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우리의 쌀 소비촉진운동이 그동안 “아침밥 먹기운동”이나 ‘쌀 한포 더 사주기운동’과 같이 지나치게 국민정서에만 의존 해 온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는 민간과 기업 주체들도 직접 나서서 절묘한 쌀 소비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하는 범 국민적 소비촉진 운동으로 승화시켜나가는데 초점을 모아야 한다.

일례로 최근 쌀 소비촉진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의 쌀가루 산업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하여 도입하고자 하는 대담한 프로젝트가 정부 민간 협력사업으로 진행중이다.

99%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하는 이 산업이 조기정착에 성공 할 경우 우리도 일본처럼 밀가루 소비량의 10%이상을 쌀로 대체할 수 있고 그로인한 재고쌀 처리규모를 32만톤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봄직하다.

일본의 성공요인은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이라는 정신적 모티브(motive)가 있음인데 우리도 이에 버금가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쌀 소비를 주도하는 핵심주체의 하나로 기업문화도 농심(農心)으로 회귀(回歸)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최근 국내 최대규모의 모 외식업체가 김제들녘의 공덕농협을 찾아 농민들과 “우리 쌀값 지켜주기”협약(協約)을 체결하고 수만포대 구매는 물론 수억원의 친환경자재 구입비를 지원하겠다는 아름다운 약속을 하고 돌아 간 것은 모름지기 그러한 협약이 작은 희망(希望)의 불씨가 되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쌀 문제와 농민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기업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청신호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지금의 과잉 재고쌀 처리문제, 정부에 의존하며 넋 잃고 주저 앉아 있을 수 만은 없다. / 나병훈 전북도교육청 농협 지점장(starion57@hanmail.net)
저작권자 © 투데이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