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안 객원논설위원]항간(巷間)의 입소문대로 정말 쌀값이 개 사료만도 못할까? 필자는 청상과부견 (靑孀寡婦犬)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 동물 보호론자들께서 들으면 성적본능을 짓뭉개버린 동물학대라고 뿔날 성도 싶겠지만 기실 유견(幼犬)들을 분양하여 낯 설은 데로 내쫒거나 아님 추가로 식구견(食口犬) 증가로 인한 경제적, 위생적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의 결과라고 변명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먹성도 그리 좋지 않은 종견(種犬)인데도 불구하고 하루 그들의 사료 소비량은 약 1kg. 금액으로 환산하면 3,800원 내외다. 우리식구 세명의 한 달 쌀 소비량은 18kg, 그러므로 하루 소비량은 대략 0.6k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1,636원정도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비싼 쌀인데도 불구하고 황당하게도 그 견공(犬公)들께서 우리식구보다 무려 2배 이상 식량예산을 축내고 있다는 애기다. 그러니 어찌 오늘의 견공(犬公)들이 부럽지 않으랴.

그런 견공(犬公)의 사료보다 못한 쌀값이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다. 전년대비 평균 11%이상 곤두박질치고 있는 폭락세에 성난 농심도 지칠대로 지쳐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그들은 중앙정부에 대하여 재고쌀 시장격리와 대북 쌀 지원 법제화, 쌀 직불금 목표가격 상향조정이라는 간절한 희망사항만 던져놓고 대안도 없이 쏙달거리며 추운 겨울을 맞고 있어 더욱 씁쓸하다. 물론 대안제시와 해결의지도 없는 무능한 정부라고 몰아 부치고 있는데 대해 정부는 성긋벙긋하게 덮어 넘겨버릴 심산(心算)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평년작을 초과한 물량 총 34만톤의 시장격리라는 기본입장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꼴사납다는 게 농심(農心)의 핵심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정부는 그들의 주장대로 지탱하고 있는 쌀값 안정책으로서의 34만톤 시장격리 전략이 붉은 띠를 동여 메고 동토(凍土)의 계절을 분노로 삭여야 하는 성난 농심을 잠재울 수 있는 마력(魔力)을 지니고 있을까? 아니다. 정부통계의 신뢰도가 다소간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농촌경제원구원의 최근 분석 자료에 의하면 정부가 과잉재고쌀 34만톤을 시장격리한다 하드래도 쌀값은 지난해에 비해 12%이상 떨어진다고 공시(公示)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격리분의 정부수매분과 쌀 직불금을 포함한다 하드래도 올해 쌀 농가의 소득은 전년보다 7%내외로 줄어 들 것이 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감대다. 따라서 시장격리만을 고집하는 정부의 쌀값안정대책은 허구(虛構)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장격리 물량 수준인 40만톤이상의 대북 쌀 지원으로 쌀값안정을 회복할 수 있는가? 또한 쌀가루, 쌀국수, 쌀빵, 쌀케이크등으로 99% 수입에 의존하는 밀 관련 제품을 대체하겠다는 현 정부의 야심찬 전략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가? 이 또한 쌀값의 속내를 짚어내지 못하고 있는 농정의 착오(錯誤)가 아니라면 무관심에서 빚어지는 무지(無知)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하의 쌀값안정의 문제는 그러한 정부의 단편적이고 한시적인 극약처방으로 치료될 수 없는 본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제 우리나라 쌀 산업의 구조와 틀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하는 대안(代案)을 제시해야하는 절박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례로 최근 한국쌀전업농연합회가 강경투쟁 시위가 아닌 대안(代案)중심의 농민운동 기조선언(基調宣言)을 채택하는가 하면, 충남 농민들은 전국 최초로 농민발의에 의한 쌀값지원 조례제정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가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에 마냥 기대고 있을 수만은 없다. 민(民)이 주도하여 쌀 문제에 대한 대안을 이제 폭넓게 공유하고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례로 최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원의 연구결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즉, 논콩 재배를 늘리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콩 자급율 향상과 유전자변형농산물(GMO)에도 대응할 수 있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쌀 수급안정을 위한 논콩 재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제안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의무수입량(MMA)을 고려한 국내 적정 생산량 407만톤을 맞추기 위해서는 82만ha정도만 벼를 재배하면 되는데 현재 벼 재배면적이 92만ha 정도이므로 남아도는 약 10만ha의 벼 재배대상 면적에 50%정도의 콩만 재배해도 쌀 수급안정을 달성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애기로 보인다. 한편, 정부도 쌀 재배 면적의 20% (약 9만ha)가량을 일본처럼 가공용 쌀 재배로 대처하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는데 이도 그러한 시류를 반영한 절치부심(切齒腐心)한 대안 구상의 일편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비록 기대치는 낮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이다./나병훈 전북도교육청 농협 지점장(starion57@hanmail.net)

저작권자 © 투데이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