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도시 군산, 젊은 독서 세대와 함께 빚어낸 출판문화의 새로운 가능성
 

[투데이안] 군산이 또 한 번 책으로 뜨거웠다. 지난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군산시 나운동 소재 구 군산시민문화회관(군산회관)에서 열린 ‘군산북페어 2025’가 2030 세대의 압도적인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군산북페어’는 출판사와 독립서점, 작가, 독서가, 여행객 등 다양한 책의 주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책을 중심으로 한 전시와 대담, 체험을 나누는, 이른바 ‘책을 위한 축제’다.

단순한 독서 행사를 넘어,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첫선을 보였던 ‘군산북페어 2024’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텍스트힙(Text Hip)’ 문화의 기폭제가 됐다면, 올해의 북페어는 이를 기반으로 더욱 성숙한 확장성을 보여주었다.

‘텍스트힙’은 독서를 지식이나 학습을 위한 도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적 행위로 승화시키는 트렌드를 일컫는다. 군산은 바로 그 흐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SHARING, CARING, PUBLISHING’. 단순한 책의 유통을 넘어서, 감정과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를 보살피며, 출판이라는 창작 행위를 통해 따뜻한 연대의 가치를 나누는 취지를 담았다.

군산시민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구 군산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장소 자체만으로도 깊은 상징성을 가졌다.

개막 첫날, 행사장을 에워싼 인파는 회관 앞을 ‘문전성시’로 만들었고, 행사 시작을 알린 테이프 커팅식에는 서울에서 방문한 젊은 커플이 첫 관람객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은 연일 열기로 가득했다.

김애란 작가와 신형철 평론가의 ‘특별대담’은 단연 백미였다. 작가와 평론가라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문학과 삶, 책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에 관객들은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몰입했다.

두 번째 날에는 국내외 140여 개 팀의 출판사, 독립서점,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북마켓과 토크 프로그램, 워크숍, 전시 등을 통해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였다.

특히 일본, 타이베이, 싱가포르에서 참여한 해외 서점 운영자들의 목소리는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안겼다.

군산 구도심에 팝업 형식으로 들어선 ‘문학동네 군산시장’에서는 ‘읽는 시’를 넘어 ‘경험하는 시’를 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아트북 전문 전시 ‘아트 북 페어 나우’, 북디자인 아카이브 전시 ‘메이드 인 신신신’, 노란색 책만 모은 ‘노랑북스’, 리소 인쇄의 미학을 조명한 ‘리소는 아름답다’ 등은 평소 접하기 힘든 콘텐츠로 관람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리소 프린트 워크숍과 특별대담 일부는 사전 신청 1분 만에 마감되며 행사 열기를 실감케 했다.

군산시에 따르면, 이틀간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은 8,000명을 넘어섰다. 작년 행사 방문객 수(6,000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책을 중심으로 한 문화행사가 지역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다.

가까운 동네에서 열린 행사에 가족과 함께 들렀다는 한 시민은 “군산에 이런 대규모 북페어가 열린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책을 통해 세대가 공감하고, 시간을 공유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젊은 관람객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독립출판물과 아트북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고, 해외 서점인의 생생한 이야기도 감명 깊었다”고 전했다.

군산시립도서관 관계자는 “작가와 독자, 편집자와 디자이너, 책과 사람이 하나로 만나는 이 자리는 군산의 작은 책방들과 도서관이 함께 꾸어온 오랜 꿈”이라며 “책의 온기와 가능성을 믿는 이들과 함께 만들어낸 성과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책의 도시’를 향한 군산의 여정은 이제 막 첫 장을 펼쳤다. ‘군산북페어’가 대한민국 출판문화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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