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의 메아리’, 세계를 울리다

[투데이안]  전통예술의 향기가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이왕준)가 8월 17일, 닷새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성대한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는 ‘본향의 메아리’를 주제로, 고전의 해체와 재해석, 그리고 전통의 세계화를 향한 진일보한 시도들이 무대를 수놓았다.

◆파격의 ‘심청’, 여성과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다

축제의 문을 연 개막공연 ‘심청’은 단연 화제작이었다. 국립창극단과 소리축제가 공동 제작한 이번 창극은, 독일 만하임 오페라극장 연출가 요나 김의 손을 거치며 유교적 가치의 전복과 사회적 약자의 고발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았다.

기존의 효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억압받는 존재들의 울분을 무대 위에 풀어낸 ‘심청’은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진혼곡이자 레퀴엠”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첫 이틀간 공연장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은 객석 점유율 98.5%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150여 명이 무대에 오른 대작은 단순한 창극을 넘어, ‘고전을 해체한 심청’, ‘죽은 딸들의 목소리를 부활시킨 작품’ 등 다양한 비평을 이끌어내며 올해 축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전통음악의 글로벌 플랫폼, <소리 넥스트> 출범

전통음악의 미래를 향한 플랫폼 <소리 넥스트>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거점화 사업의 일환으로, 소리축제가 3년간 약 13억 5000만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

신인 아티스트 중심의 ‘소리 프론티어’, 전문가 추천작인 ‘소리 초이스’ 등 12개 팀이 무대에 섰고, 이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김희선 집행위원장은 “소리축제가 한국음악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정통과 실험이 어우러진 무대, ‘판소리 다섯바탕’ 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는 전통 판소리의 진면목이 펼쳐졌다.

국창급 명인에서 젊은 소리꾼까지 세대를 아우른 ‘판소리 다섯바탕’은 명인홀을 벗어나 보다 대중적인 공간에서 관객을 맞았다.

청춘 소리꾼들이 무대에 오른 <청춘예찬 젊은판소리>, 서양 악기와 장구의 결합으로 세계 초연된 ‘영산회상’, 그리고 독주 형식의 <산조의 밤>은 국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올해 축제 키워드에 맞춘 디아스포라 포커스와 성악 장르를 조명한 성악열전도 관객과 깊은 울림을 나누는 무대였다.

◆세계가 함께한 음악의 장, ‘소리썸머나잇’과 폐막 공연

축제는 한국의 전통만이 아닌, 세계를 무대로 하는 음악의 향연이기도 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 중동의 아티스트들이 함께한 ‘월드뮤직’ 프로그램은 음악이 언어와 문화를 초월함을 입증했다.

특히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주축으로 한 ‘고잉홈 프로젝트’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클래식과 전통이 만나는 새로운 시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야외공연 ‘소리썸머나잇’은 매일 밤 3천여 명이 운집, ‘이날치’, ‘서도밴드’, ‘송소희’ 등이 출연한 무대는 축제의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폐막 무대는 세계적인 안무가 안은미가 연출한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지역 어머님들과 함께한 무대는 전통과 현대, 전문가와 시민이 어우러진 진정한 축제의 피날레였다.

◆성과와 여운, 내년을 기약하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8월 16일 기준, 총 8,256석 중 6,635석이 예매되며 80.4%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자연소 프로젝트, 손열음 공연, 동희스님의 범패, 어린이 공연 ‘코시’ 등 10회 공연이 매진되며 전통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확인했다.

이왕준 조직위원장은 “임기 중 최고의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며, “내년에는 더 나은 축제, 모두가 함께 만드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 또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축제였다”며 관계자와 도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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