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어쩌면 생뚱맞은 역설(逆說)로 들릴 일이겠지만 현재 쌀이 남아돌아서 문제라면 수급균형이론에 바탕을 둔 고전경제학적 시장원리의 측면에서 보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다. 왜냐면 가격의 신호에 따라 시장균형(市場均衡)이 신속히 변화할 수 있어야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골치 아프게 남아도는 쌀은 시장가격(쌀값)의 자동조절능력에 의해 수급균형을 이루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공급초과와 수요부족으로 인한 시장(市場)가격의 상승원리라는 측면만을 고려한다 하드래도 소위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나타나서 간단하게 문제해결을 해 줄 성도 싶겠지만 아쉽게도 쌀은 그렇질 못해서 문제다. 저지(沮止)할 수 없는 쌀 수요 감소가 해결사로만 믿어오던 그 “보이지 않는 손”을 꽁꽁 묶어버리고 있어 쌀값 변화에 따른 수급의 자동조절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굳이 경제이론을 빌린다면 시장실패(市場失敗)의 극명한 사례를 엿볼 수 있는 곳이 쌀이 라는 애기다.
기실, 지금처럼 적극적이고 책임성 있 는 정부의 쌀시장 개입을 요구하던 때 가 있었던가? 예상했던 대로 금년 에도 전례 없는 대풍을 만끽해야 했 을 들녘의 나이 많고 힘없는 농민 들은 어김없이 아스팔트에 노쇠한 팔을 당차게 걷어 부치고 주저앉아 울어 버렸다. 정부에 대해 쌀값보장, 전량수매를 통절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쌀 시장개입은 적어도 수요감소에 대한 대응면에서 만큼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공급측면에서는 시장개입의 성과를 내고 있을까? 적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니다. 산지쌀값이 전년대비 30%이상 떨어져 있고 재고량이 70만톤이상 처리대책도 없이 잠자고 있으며 금년만도 적정소비량보다 30만톤 정도 초과한 460만톤 이상의 신곡이 추가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어쨌든 쾌쾌묶은 경제학 이론상의 관념에 치우친 편견쯤으로 비쳐 질 일이겠지만 적어도 쌀 문제에서만큼 판단의 잣대를 다르게 대어야 하지 않을까? 이미 우리는 쌀 자급자족(自給自足)을 실현한 마당에 쌀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인 수요를 늘리는 문제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공급은 더 이상 수요를 창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공급측면이라 할 수 있는 쌀 생산은 정부의 다양한 생산조정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400만 톤(t)이상의 안정적 생산기조를 가져가고 있음에 비해 쌀 수요는 연간 10%이상 급락을 거듭해 대략 쌀 한 홉이면 하루를 연명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버린 현실이 이를 반증하고도 남는다.

역설적이지만 미국 팬타곤 비밀보고서대로 금세기 기후변화로 인한 쌀 부족 대란으로 세계 최대 쌀 주식국인 한(韓).일(日) 양국도 결국 핵폭탄을 보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황당스런 경고설도 있다지만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심각한 수요부족으로 인해 남아도는 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느냐가 시급한 과제임은 재론(再論)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금년 들어 쌀 수요 감소를 막기 위한 대담한 소비촉진책들이 부쩍 쏟아져 나오 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99%를 수입에 의존 해야 하는 밀 음식에서 100% 자급 하는 쌀 음식으로 입맛을 바꾸어 나가려는 참으로 바람직스런 몸부림이어서 시사(示唆)하는 바 크다 하겠다.
고려 고종 때의 이규보가 박수칠 일이겠지만 맛의 고향 전주에서는 매년 “국(麴)선생 선발대회”를 열어 쌀로 빚은 명품주를 선발한다. 쌀막걸리가 골프CC에 등장하더니만 드디어 최고급 호텔 메뉴에도 오르기 시작했다. 그뿐인가? 최근에는 전주 쌀막걸리가 일본에 수출되더니만 쌀막걸리 광고가 일본에서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웰빙시대가 도래하면서 발효시킨 건강식품으로 일본에서 쌀막걸리가 부활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쌀국수는 또 어떠한가? 소비자주권 을 반영하듯 멜라민 파동으로 홍역 을 치루더니 소비자들은 우리 쌀로 만든 쌀국수, 쌀라면에 관심을 돌리 고 있다. 시류를 반영한 금상첨화 (錦上添花)라 할까? 최근 한국쌀가 공식품 협회에서는 우리 쌀로 만든 떡볶이 연구소를 열었다. 내년 초부터는 50만 군장병에게 1인당 1만원짜리 생일기념 “우리 쌀떡 케이크”도 전달된다. 농림수산부에 따르면 설랑탕에 소면이 제격이라는 말도 금명간 사라질 것 같다.쌀국수를 넣도록 정책을 개선한다는 애기다.

결국 이러한 쌀소비촉진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근본적으로 필자가 전술한바 있던 일본에서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 즉, 우리의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과 같은 기본인식에 바탕을 두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는 식육(食育) 차원의 계몽운동으로 전개해야 함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어차피 정부의 쌀시장개입에 의한 공급측면에서의 쌀 문제 해결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정부, 지자체, 민간단체등이 총체적으로 참여하는 범국가적 차원의 쌀 수요확대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 해 나가는 혜안(慧眼)이 절실한 시점이다./ 나병훈 전북도교육청 농협 지점장(starion57@hanmail.net)
저작권자 © 투데이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