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하루 앞둔 10월 2일 노인의 날 전국적으로 노인관련 크고 작은 행사가 진행되며 우리시대 노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사회 ‘어른’인 노인의 위치가 ‘공경의 대상’에서 ‘학대의 대상’으로 자리바꿈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복지부가 제출한 국감자료는 우리사회의 노인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사회 속에 만연되고 있는 많은 노인문제 중 하나인 노인학대는 학대빈도와 범위라는 측면에서 우리사회의 이중적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즉 노인학대와 관련한 상담은 매 12분마다 1건씩 이루어지고 있고 노인학대 상담건수 또한 최근 5년 사이 325%나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문제의 심각성은 노인학대의 가해자가 주로 아들과 딸 등 친족이고 이는 전체 노인학대 가해자의 86%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간 우리사회를 지탱했던 효와 공경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면서 부모를 “학대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우리의 슬픈 현주소라 볼 수 있다. 더욱이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이른바 노(老)-노(老) 학대도 점차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노인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건강하고 행복한 여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노인문제의 본질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구조의 변화, 즉 급속한 고령화와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 부양의식 약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노인학대는 ‘가족 사랑의 결핍’이 만들어 낸 산물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노인학대가 특정지역과 특정대상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속도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배가되고 있다. 따라서 전 사회적 차원의 성찰적 반성과 대책이 매우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노인문제의 심각성은 노인학대 뿐만 아니라 노인범죄에도 있다. 노인범죄는 노인학대와 근본적으로 동일한 배경에서 출발하지만 그 결과는 다르다. 즉 노인범죄가 노인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범죄는 안타깝게도 이제 우리 사회의 노인들을 “범죄자”로까지 낙인찍히게 하는 극한을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2006년을 기점으로 볼 때, 10년 사이 노인 범죄는 약 3만 4천건에서 8만2천건으로 늘어 10년만에 139%의 증가율을 보였고, 노인 범죄자 증가율은 그 기간 노인 인구 증가율 대비 2배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노인범죄가 소위 “장발장 형” 단순 생계형 범죄에서 살인, 강도, 강간, 절도 등 강력범죄와 지능 범죄로까지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노인범죄가 우리나라만이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근대화를 이룩한 일본이나 서구복지국가에도 노인범죄는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그렇다고 노인범죄를 사회발전과정에서 겪는 “성장 통” 쯤으로 치부해도 괜찮은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노인범죄가 학습과정을 통해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해치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이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고민은 하루아침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쾌한 “솔로몬식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즉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왕도가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이러한 노인문제의 해결은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접근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본다. 그간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던 기본원리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본질적이고도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버이에 효도하고 노인을 공경하라는 “경로효친”의 복원은 문제의 접근을 위한 중요한 원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 원리는 가족내에서 부모의 공경이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되어 노인을 공경하는 윤리관으로 자리매김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제는 노인문제에 대한 책임을 개인과 가족으로 전가하기보다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인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련의 연구는 노인학대와 범죄 같은 노인문제의 직접적 원인은 경제적 이유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논지에 동의한다면, 노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감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노인소득보장정책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특히 피해노인들에게 이러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은 더욱 절실할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피해노인들이 국가에서 현재 시행하고 있는 노인일자리사업에 적극 편입될 수 있는 대상자의 발굴과 연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본다./최낙관 예원예술대학교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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