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섭(전북문화살롱 회장)

◆줄포만을 아십니까

[투데이안] 줄포만은 고창군과 부안군의 보배요, 전라북도의 보물이다. 그런데 그 진정한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줄포만은 고창군과 부안군 사이에 깊숙하게 형성된 해안 지형을 말한다. 줄포만의 해안 지형은 변산과 선운산 사이에 바닷물이 내륙 깊숙하게 들어와 굽어져 있는 침식 상태다.

〈그림〉 고환경지도의 줄포만과 전북해안선
〈그림〉 고환경지도의 줄포만과 전북해안선

줄포만의 자연 지형은 고창쪽으로 갯벌이 형성돼 있고, 부안쪽으로 바닷길이 형성돼 있다. 줄포만을 끼고 있는 고창과 부안에는 청동기시대 고인돌이 군집돼 있다.

청동기시대 고인돌은 살기좋은 풍요로운 땅의 가늠자였다. 따라서 줄포만 주변의 자연경관은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고창 부안 지역의 원주민들은 생거지를 찾아서 배를 타고 줄포만으로 들어왔다. 고창 부안지역의 고인돌은 줄포만의 해안 지대와 구릉야산 일대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줄포만 주변 구릉 야산지대는 청동기시대 삶터로서 최적지였을 것이다. 고대사회로 올라갈수록 물길, 바닷길이 산길, 들길보다 편리했기에 수로교통과 해상교통이 발달했고, 문화전파도 바닷길, 물길따라 이뤄졌다.

전라북도 최고의 바닷길은 줄포만과 변산반도에 깃들어 있고, 최대의 물길은 만경강과 동진강이다. 변산반도는 우측으로 동진강을 끼고, 좌측으로 줄포만을 끼고 있는 반도 지형이다.

변산반도 끝머리에 죽막동 해변굴이 위치한다. 죽막동 해양제사유적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상교통의 요충지였다.

죽막동 해양제사유적의 중국계 유물과 왜계 유물이 출토했다. 줄포만과 변산반도는 국제적인 해상 교통과 교역의 요충지로 확인됐다.

줄포만은 중국 남쪽 항주만에서 사단항로의 바닷길과 연결됐고, 중국 북쪽 산동성 석도항과 사단항로의 바닷길로 연결돼 있다.

동중국해 사단항로를 따라 항주만 보타낙가산에서 돌배가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부안군 변산면 석포리에, 고창군 심원면 죽도리에서 전해오고 있다. 돌배에는 불교의 보물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그림〉 변산과 선운산 사이의 줄포만과 변산반도
〈그림〉 변산과 선운산 사이의 줄포만과 변산반도

돌배를 맞이한 주인공은 부안 내소사의 혜구두타요, 고창 대참사의 의운화상이었다. 그런가하면 백제부흥전쟁 당시 당나라 10만 대군이 바닷길따라 동진강따라 백산만으로 주류성의 백제부흥군과 최후의 일전을 치른 곳이 부안 백산성이다.

선사고대사회에는 현재의 해안지형보다 바닷물이 훨씬 내륙 깊숙하게 들어왔다. 고환경지도의 전라북도를 살펴보면, 오늘날 해안선과 전혀 다른 해안선이다.

줄포만과 변산반도 주변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은 해양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정답이 나온다.

바다가 삼면인 한반도에서 살아오면서, 우리는 바다를 모르고 해양문화에 무관심하고 무지했다. 이제부터라도 해양문화자원을 주목해야 한다.

◆줄포만 해안도로가 최고의 문화관광자원

최근 전라북도 정치권에서 노을대교 건설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을대교 건설에 앞장선 사람들에게 줄포만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기를 권장한다.

변산반도를 빼더라도 부안군 변산면에서 고창군 해리면까지 해안도로를 운전하면서 갯벌생태경관과 해안도로에 인접한 역사문화자원을 둘러보기를 강력하게 권장한다.

줄포만 인문관광자원 개발이 노을대교 건설보다 훨씬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고창군과 부안군은 천혜의 자연생태환경과 역사문화자원을 가지고 있다. 줄포만 개발은 줄포만을 끼고 있는 부안군 변산면, 진서면, 보안면, 줄포면 사람들에게, 고창군 부안면, 심원면, 해리면, 공음면 지역주민들에게 희망의 메세지가 될 것이다.

〈그림〉 변산반도 죽막동 해변굴의 전경
〈그림〉 변산반도 죽막동 해변굴의 전경

지역발전을 위해서 개발 논리를 앞세우지만, 무엇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한마디로 전라북도의 미래 희망가를 부를 치밀한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줄포만의 자연생태와 역사문화자원을 살려내는 방향으로 해양문화특구를 조성하고 다양한 해양문화테마파크를 개발하자. 줄포만 해양문화테마파크는 전라북도에 효자노릇을 할 것이다.

먼저 줄포만의 해안도로를 따라 자연상태와 역사문화자원을 둘러보자. 부안군에는 줄포만갯벌생태공원이 있고, 고창군에는 람사르 고창갯벌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줄포만의 갯벌은 생태관광의 가치도 있지만, 줄포만 인근 주민들에게 생업의 터전이다. 내죽도의 석화굴밭과 지주식김 양식장은 줄포만의 자랑거리다.

특히 고창군 심원면에는 하전마을과 만돌마을에 갯벌생태체험하려고 어린이 체험객과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줄포만의 역사문화자원의 가치를 살펴보자.

부안군 해안선을 따라가면 해양계 사찰 내소사와 부안청자박물관, 우반동 반계서당, 검모포, 곰소염전, 곰소젓갈단지 등이 있다.

줄포와 흥덕을 경유해 고창군으로 돌아서면 해양계 사찰 선운사와 도솔암 마애불, 검단선사의 자염생산을 기념하는 검단리 자염문화전시관, 염전단지, 구동호 동백정 영신당까지 이어진다.

〈그림〉 부안 해양계사찰 내소사 대웅보전
〈그림〉 부안 해양계사찰 내소사 대웅보전

실로 줄포만해양문화콘텐츠테마파크가 자연스럽게 설계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줄포만 만큼 해양문화콘텐츠가 풍부한 곳도 없다.

줄포만은 타 지역 항만의 문화적 능력에서 단연코 경쟁력이 앞 서는 곳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쟁력을 전라북도와 고창군, 부안군이 모르고 있다는게 통탄스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노을대교의 건설이 고군산도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되풀이하면 안된다. 대교는 차가 다니는 철골시멘트의 구조물일뿐 관광자원이 아니다.

새만금제방은 물막이 제방일뿐 관광자원이 아니다. 무턱대고 노을대교 건설은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무조건 자연환경을 파헤치는 방식의 포크레인(Poclain) 관광이 아닌 줄포만의 자연생태와 역사문화자원은 살려내는 인문관광(人文觀光) 방식으로 줄포만이 개발돼야 한다.

줄포만해양문화특구를 조성하자

노을대교 건설은 줄포만의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자원을 관광자원화해 살려낼 것인지, 매장시킬 것인지를 먼저 따져보고 개발의 깃발을 들기 바란다.

자칫 노을대교는 부안군과 고창군의 줄포만 지역주민들을 좌절시키고 영광 법성포 지역주민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줄포만 만큼 해양문화자원이 풍부한 곳도 없다. 줄포만에 변산반도까지 더해진다면 한국 최대 규모의 해양문화자원을 품고 있는 곳이 된다.

부안군과 고창군을 품고 있는 줄포만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다. 어머니의 품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새로운 문화를 번창시킬 수 있는 원천이다.

〈그림〉 고창 해양계사찰 선운사의 전경
〈그림〉 고창 해양계사찰 선운사의 전경

그래서 줄포만은 풍요로운 전라북도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문화적 원동력이 깃들어 있는 해양문화의 전략거점 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전라북도는 줄포만과 변산반도의 해양문화의 자산과 그 가치를 몰랐었다.

줄포만에는 백제시대 중방성과 벽골제와 한국 최대 규모의 해양제사유적 죽막동이 위치하고, 동학농민혁명의 성지인 공음 구암리, 무장읍성과 고려시대 전국 12조창(漕倉)가운데 하나인 안흥창이 위치하고 있다.

후백제의 수군기지 검모포, 국제적인 교역항 제안포까지 마한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이 숨쉬고 있다.

이러한 줄포만, 변산반도 해양생태경관과 역사문화자원을 살려내는 방향으로 ‘줄포만해양문화특구’ 지정 개발돼야 한다. 줄포만해양문화특구는 내수용이 아니다.

줄포만은 환황해해양문화의 중심이다.

줄포만과 변산반도․군산도에는 삼국시대 이래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르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해양문화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줄포만해양문화특구은 테마별로 대일본, 대중국 연계 테마파크를 개발하고 환황해 전용 호화쿠르즈를 띄워서 중국 관광객과 일본 관광객들을 줄포만과 변산반도로 끌어들이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과 바닷길로 연결이 가능하다.

줄포만해양문화특구 조성은 노을대교 건설보다 경제적 가치와 효율성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제발 포크레인 관광개발 방식은 이제 그만하자.

전라북도의 미래 비젼을 위해 노을대교를 건설할 것인지 줄포만해양문화특구를 조성할 것인지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바다와 갯벌에 함부로 손대면 얼마나 많은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겪어야 하는지를 새만금으로 충분히 경험을 했다.

더 이상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멍청한 짓은 그만하자. 자연생태계와 문화생태는 파괴되고 난 뒤 후회해본들 소용이 없다.

자연은 원형 복원이 안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와 부안군, 고창군이 머리를 맞대고 줄포만해양문화특구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송화섭 중앙대 역사학교수, 후백제학회장, 전북문화살롱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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