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성(전북미래교육연구소장,전주교대 교수)
[투데이안] 미래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 특히 농어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학교 소멸과 지역의 붕괴다.
지역 간 격차가 커져가고 있는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역불균등발전의 심화는 국가 재난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지역 간 균형발전을 언급할 때 경제 격차, 일자리 격차, 산업발전 격차 등은 강력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국민 모두의 관심사인 교육 격차 문제는 크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가진 전북은 향후에도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연스레 학생 수가 줄어들고 심지어 학교가 소멸되는 상황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짐작된다.
작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별 인구소멸지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북 14개 시군 중 전주·군산·익산 3개 시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시군이 소멸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실군(2만7044명.135명↓)은 도내 인구소멸위험지역 중 유일하게 고위험 지역에 포함되면서 가장 소멸될 위험성이 높은 지역이 됐다.
학교의 소멸은 심각하게는 지역의 소멸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도내지역 780여 학교 중 학생 수 6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가 279개교(초등학교 198개교, 중학교 81개교, 고등학교 18개교)에 달하며 향후 10년 이내에 많게는 20-30%의 학교가 통폐합 또는 소멸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도 강화되어 전주 익산 군산의 시내 학교는 과밀학급으로 신음하고 시골의 학교는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교육계 내부의 노력
상황이 이렇다면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학교운영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학교를 어떻게 살리고 유지할 것인가를 지역과 학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어떤 이들은 농촌유학 활성화를 제안하기도 하고, 도교육청은 어울림학교를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아랫돌 빼서 윗돌 막기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성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학교를 가면 놀이 중심 교육을 할 수 있다거나, 또 어떤 학교는 진로교육에 강점을 보인다거나, 어떤 학교는 지역사회 연계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거나 등과 같은 학교교육과정의 특성화와 다양화에 있다.
예를 들어 익산의 성당초같은 경우 학생자치 및 지역사회와 연계한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교육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이른바 ‘농촌유학’으로 불리는 외부로부터 전입생이 들어와서 새로운 교육실험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도 새로운 방향일 수 있을 것이다.
임실의 대리초나 완주의 삼우초, 정읍의 수곡초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로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는 소규모학교 살리기 정책 중 하나이다.
작은 학교 학구를 큰 학교 학구까지 확대·지정해 큰 학교 학생들이 주소이전 없이 작은 학교로 일방향으로 전입이 가능하도록 학교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북에서는 지난해 초등학교 29교를 대상으로 자유학구제를 처음 시행해 작은 학교로 총 113명의 학생이 유입되고 9학급이 늘었다.
남후초등학교는 전교생 34명 가운데 9명이 안동시내 큰 학교에서 전입해 복식학급이 해소됐다.
올해는 초등학교 97교, 중학교 11교 총 108교에서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를 시행한다.
1월 학급 예비편성 결과 풍산중학교는 도청 신도시 풍천 중학구 학생 50여명이 유입돼 도청 신도시 학교의 과밀학급 해소는 물론 소규모학교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특색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정책적 지원, 교육 활동을 위한 교직원의 노력, 교육공동체의 사랑과 관심이 함께 할 때 행복한 아이, 강한 학교, 활기찬 마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자체의 의식 변화
또 하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중앙정부 부처 간 융복합적 행정 접근 못지않게 지역 교육 문제 해결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막대한 행정력과 재정력이 교육청보다는 지자체에 집중되어 있다.
지자체가 교육경비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교육 문제는 교육청 소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역소멸의 관점에서 본다면, 교육 문제 해결은 교육청보다는 지자체에 더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인데도 지자체의 미온적인 대응은 아쉽기만 하다.
◆지역과 학교를 살리는 협업시스템
대한민국은 일반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다.
그만큼 칸막이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교육 문제 해결에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적극적으로 손을 모아야 한다.
지방의 교육이 지방의 인재를 길러내 지역사회에서 일을 하면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열지 못한다면 미래 비전은 없다.
교육청과 지자체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를 뛰어넘어 지역을 살리는 관점으로 과감하게 협력해야 한다.
읍면동 단위에서는 학교와 지역이 소통해야 하고, 시군구 단위에서는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해야 한다. 협력이 일상화되고 제도화되어야 한다.
21세기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지역교육 소멸 흐름에 제동을 걸고 학교를 살려야 한다. 주민들의 참여로 학교와 마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할 때 비로소 회생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남 곡성군의 경우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함께하는 지역살리기의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다.
교육청과 곡성군청이 손을 잡고 지역을 살리는데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곡성미래교육협력센터'를 만들고 군청직원이 교육청에 상주하며 교육협치를 시행해가고 있다.
지자체가 행정과 예산을 지원하고 교육청 주도로 지역교육 살리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곡성 꿈 놀자’와 같은 체험 프로그램, ‘에듀택시’같은 작은학교 통학 도움 프로그램, ‘문해교육’강사를 곡성 군민을 대상으로 양성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과 같은 민관학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면서 지역소멸이 아니라 지역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북지역의 미래교육은 적자생존이 아니라 함께 사는 지역교육이 되어야 하고, 교육계 내부 뿐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협력적 사고와 실천 활동이 매우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