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훈 도교육청 농협 지점장
[객원논설위원]가을겆이를 앞둔 들녘의 곡식들이 탄실하게 채워진들 뭐하랴 .농심이 뿔 나 있으니 .

최근 전주에서 충청, 호남지역 5,000여 농민들이 모여 정부의 쌀 재고대책과 쌀값 보장을 위한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

수확기를 불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80%이상의 쌀 생산을 점유하는 주곡지역 농민들이 하나되어 정부의 대책마련을 호소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재고 쌀 처리를 위한 후련한 묘책마련이 없는 정부도 속이 타는 모양이다.

쌀값 안정을 위한 대안은 수급조절을 통한 적정한 시장가격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쌀 소비 제고문제는 이미 미궁에 빠진지 오래고 공급량 조정을 위한 재고량과 생산량 감축문제도 한계점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미궁에 빠진 쌀 문제, 정녕 적정재고 유지를 위한 대안은 없는가?

최근의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 홉의 쌀만 가지면 하루를 연명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쌀 소비의 현주소라 한다.

말하자면 쌀 한공기의 무게가 대략 112g 정도 되니 지난해 말 연간 76kg의 쌀 소비량을 환산하면 하루에 대략 두공기만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오주거사(五洲居士)로 잘 알려진 이규경의 기록이 사실이라면 200여년전 농사철 장정의 하루 쌀 소비량이 열 홉 정도 되었다하니 지금 우리쌀 소비량은 90%이상 대폭 줄어든 셈이다.

지난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펴낸 자료대로라면 쌀 소비를 이끌어야할 주체인 젊은층들의 고착화 된 패스트푸드(fast food)식 식생활문화를 고려할 때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매년 1인당 1.5kg씩의 쌀 소비량이 더 줄 것이기 때문에 한 홉이 아니라 반 혼합만 가져도 하루를 연명이 가능한 것은 단지 시간문제 일 것 같다.

그뿐인가? 쌀 소비 감소를 부추기는 소비자 의식도 문제다. 쌀 수입개방이 본격화 된 금년 초 대한주부클럽이 조사한 의식도 조사자료에 따르면 소비자의 45%이상이 수입쌀이 싸고 미질이 좋기 때문에 기꺼이 식탁에 올리겠다는 속내를 드러내 주고 있다는 애기다.

정책측면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이미 지난 정부의 햇볕정책을 거둬버린 현 정부에서 농민들의 요구대로 대북 쌀지원 재개의 숨통을 터 줄지는 의문스럽지만 가능하다 하드래도 과잉재고쌀 처리대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농협경제연구소가 전망하고 있듯이 정부차원의 쌀 수입량과 생산량 감축을 통한 수급조절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매년 안정적인 풍작을 이어가는 현실에서 경지면적 감축을 통한 쌀 생산량 감축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두대로 정녕 뿔난 농심을 달래 줄 쌀값 보장을 위한 대안은 없는가? 있다.

소비량증대를 통한 재고감축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재고쌀을 싼값에 가공용으로 방출하려는 정부의 재고소진 대책 또한 매우 우려스럽다.

시장에서의 쌀값하락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작용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산 쌀 소비촉진 운동이 범국민운동으로 들불처럼 제기되어야 한다. 이제 믿을 것은 양심적이고 애국적인 쌀 소비 주권의 회복뿐이다.

단순논리 같지만 아무리 수입쌀이 판을 친다 하드래도 애국심을 갖고 안 먹으면 그만이다.

다만, 소비자 주권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될 일이기에 그들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가격, 품질개선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수입쌀을 애국심으로 퇴각시켜버린 이웃 일본이 그랬다. 자신감을 갖자/나병훈 도교육청 농협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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