辛卯年 立夏節 [해닮 印]

얼마 전, 영국 세계꽃박람회에서 한국 작가가 출품한 ‘해우소의 정원’이 영예의 1등을 차지했다.

출품 소재는 우리 전통 재래식 똥뒷간과 그 주변을 토종 야생화로 꾸민 정원이었다. 그 시골 [뒷간] 풍경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밭으로 찬사를 받은 것이다.

한국의 뒷간 풍경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바라본 그들의 안목도 대단하다. 그러나 서양 그들이 미처 보지 못했을 우리의 뒷간 미학을 되새겨 본다.

[뒷간]은 [뒤돌아본 공간· 뒤에 있는 공간]일 것이다. 그 뜻이므로 [뒤보러 간다], [볼일보러 간다]고 말하는 곳이다. 그 뒷간에는 단순한 공간 의미보다 깊은 우리의 []문화의 철학적 의미가 되새겨진 말이다.

오면 가야하고, 들어왔으니 나가야 한다. 요즘 시쳇말로 소통의 본질이다. 즉 먹으면 싸야 한다. 잘살기 위해서 먹고, 잘 죽기 위해서 싼다. 따라서 먹는 입이 들어오는 문이라면 배설의 항문肛門은 나가는 문이다.
두 곳은 생명과 몸의 큰 기운이 소통하는 출입구인 셈이다.

이를 삶과 죽음의 생사生死와 비유하건데, 즉 지구로 들어오는 문이 생명의 입이라면, 지구를 나가는 문은 몸의 항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뒷간]은 이승에서 피안의 저승을 되새기고자 했던 그런 곳이 틀림없다.

우리말 [뒤졌다==돼졌다] 혹은 [돌아가셨다]는 말뜻이 그 의미를 가르친다. 즉 [뒤로 졌다=되어지다] 혹은 [뒤돌아갔다]는 말이 모두 저승으로 돌아갔다는 죽음의 뜻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뒷간]은 [온 곳을 뒤돌아보라]는 장소이며, [갈 곳을 뒤돌아보라]는 성소聖所의 뜻을 담은 곳이다. 산다는 것은 곧 [잘 뒤지는 것=잘 되어지는 것=잘 죽는 것]을 생각해야 하는 성스러운 그곳이라는 뜻이다.

또는 살아온 삶의 날들을 뒤돌아보고, 죽어 뒤돌아갈 날을 되새겨보는 곳이 바로 [뒷간]이라는 뜻이다. 역시 하루를 뒤돌아보는 [뒷간]도 될 것이고.

그 [뒤의 간]은 역 괘상의 [간=艮]괘를 뜻한다. 이의 [간=艮]은 고대 금문에서 [사람뒤에 눈]이 그려진 상형의 문자로 되어있다. 즉 [눈으로 뒤돌아볼 간=艮]자를 뜻하고 있다. 그 [간艮]에 [쉬엄쉬엄 갈 착辶]자가 더해지면 [뒤로 물러갈 퇴退]자가 된다. 또한 [마음 심=忄]자에 [뒤돌아볼 간=艮]자가 더해지면 [뒤돌아보는 마음]이니 [뉘우칠 한=恨]자가 되는 것이다.

또한 그 [한=恨]은 [한=韓]민족이 뒤돌아보는 [한=]의 한없는 공간일 것이다. 북방 바이칼호의 마고성에서 밝달의 태양을 따라 남동진 한 백두산족의 머나먼 시원성일 것이다.

북두칠성이 뜨고 지는 태초의 그곳에서 온겨레붙이 들이 뿔뿔이 갈라져 나온 [민족]의 에덴성을 뒤돌아보는 그 마음일 것이다.

그 [한=恨]많은 민족이 [민족]이다. 뿔뿔이 흩어져버린 온 인류가 크게 하나 되는 [세계일화世界一化]를 꿈꾸는 [없이 큰] 민족이 바로 [민족]이며, [한恨 민족]일 것이다.

그런 연원으로 우리나라를 [간방=艮方]의 나라라고도 한다. 본래 하도 팔괘의 간방은 서북방이다. [술해방=戌亥方]이라 하여 가장 춥고 어두운 곳이다. 개술=戌의 방위라서, 흔히 쓸모없이 버려진 땅을 [개자리땅]으로도 비유하는 그곳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간방은 전라도다. 그래서 한 시절 전라도는 [개자리땅]으로 버려진 유배지였으며, 그 전라도 사람을 크게 비하하여 [개땅쇠]라고 불렀던 연원이 그것이다.

그러나 역의 낙서 팔괘에서는 그 [간방]이 동북간으로 이동한다. 즉 [축인방=丑寅方]이라 하여, 새빛의 여명이 동트는 생기방生氣方을 말한다.

간산艮山의 산신이 머무는 산삼생지山蔘生地터가 곧 동북간방이다. 그 버려진 개자리땅이 산삼생기터로 바뀐 간방이니, 우리나라는 다시 동북간방의 생기방으로 비유되어 불렸던 것이다.

그 [간방]이 다시 용담역에서는 동정방으로 정위正位한다. 소위 후천개벽 易이라 말하는 정역 팔괘는 지금 이 시대의 [간방]이 정동방에 자리한다.

이는 곧 지금의 우리나라가 완전한 해돋이의 정동방으로 새움 돋고 있는 역상易象을 드러내는 것이다. 아침태양이 밝게 떠오르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표상하고 있는 후천개벽시대의 [간방]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시대 우리나라의 큰 기상이 정동방의 [간방]에서 욱일승천 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인류를 향한 해돋이의 빛등이 정동위의 3·8선 그 한반도에서 찬란히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때를 같이하여, 어둠의 [뒷간] 문화가 세계 최고의 꽃박람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소로 인증된 것이니, 그 의미심장한 일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뒷간]은 집 뒤에 있다. [측간=側艮]은 집 옆에 있고. 우리의 그 뒷간은 자연 생태가 완전히 순환하는 생명의 아름다운 마당이었다. 사람이 먹고 싸는 인분은 부엌 아궁이의 잿더미와 섞여 텃밭으로 되돌아갔다.

그 재분을 참으로 귀하게 여기고, 잘 보관하여 다시 땅의 거름으로 환원시켰던 것이다. 그 재거름똥은 땅을 되살렸고, 그 땅에 채소를 심고 곡식을 기르는 생명살이를 하였다.

그 땅에서 나는 곡채를 다시 먹거리로 수확하여 생명의 양식으로 삼았으니, 이처럼 돌고 도는 완전한 생태 순환 문화의 발원지가 [뒷간]이었던 것이다.

그 [뒷간] 마당에 흰민들레가 피고지고, 개망초 안개꽃이거나 토끼풀꽃 제비꽃들이 제멋대로 짓밟히면서 피고 지던 그곳.

더러는 흰찔레꽃이 울타리로 향그러웠고, 또는 [뒷간] 그 허술한 흙집 바람벽을 타고 토종 으아리꽃이거나 나팔꽃이 타오르던 정원 그곳이다. 달밤이면 초가 이엉으로 하얀 박꽃도 더러 피는 우리의 아름다운 [뒷간정원]을 말하는 것이다.

댓바람에 뒷간귀신 몽달귀신이 말씨름도 걸어온다는 그곳. 그 [뒷간] 처마에 우리 할매 할배 저승길 뒤돌아가실 오동나무 목관木棺 널짝을 매달아놓아 으스스했던 유년의 그곳. 먹고 싸면서, 채움과 비움, 삶과 죽음을 뒤돌아보고자 했던 우리 민족의 성소聖所 [뒷간]. 그 아름답고 성스러운 우리의 [뒷간정원] 미학을 다시 꿈꾼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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