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전주기전대학 허브차산업과 교수]

우리나라 부자들이 주로 모여 사는 강남인들 5명 중 1명이 우울증상에 시달린다고 한다.

없는 사람들이야 특별히 관리할 만한 재산이 없으니 고민할 거리도 없어 편하기는 하지만 아이들 교육은 너나할 것 없이 고민이다.

학교에 보내고 있는 30~40대 엄마들이 자녀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못 이겨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정신보건센터가 구민 1,020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 지역진단 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22%가 우울증상군으로 분류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19.8%, 여성은 23.8%로 나타났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 전홍진 정신과 교수는 “다른 지역보다 교육경쟁이 치열한 지역 환경의 특수상황 때문에 강남주부들의 우울증이 많다”며 “비교적 부와 사회적 지위 등 모든 것이 완벽하다보니 이를 지키기 위해 강남의 엄마들은 아이와 남편을 일류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진단했다(내일신문 참조).

사람이든 식물이든 그 존재와 활동의 이유를 자신의 유전형질을 후대까지 보존하려는 종족보존본능에서 해석하는 학자들이 많다. 자신의 유전형질이 좋든 그렇지 않든 스스로는 그것을 보존하기 위한 본능적으로 노력을 하는것이다.

움직일 수 없어 주변 환경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식물에 있어서는 아주 필사적이다.

가령 벌레가 나무의 껍질을 갉아 먹어 죽게 되거나 지나친 건조나 고온, 저온 등으로 식물이 죽을 환경에 처하면 종족의 보존을 위하여 영양생장을 중단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많이 맺는 생식생장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죽기 전에 열매를 많이 맺으려는 노력일 것이다.

그러면 정상적 환경에서 식물은 어떻게 꽃과 열매를 맺기 위하여 노력할까?

바로 C/N율(탄수화물과 질소의 비율, carbohydrate nitrogen ratio)에 비밀이 있다.

C/N율의 C는 carbohydrate 또는 carbon을 의미하고 N은 nitrogen을 의미한다. 즉 식물체 내 질소화합물에 대한 탄소화합물의 비율로서 C/N율이 식물의 생장과 발육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개화와 결실이 잘되고 반면 낮으면(비율이 낮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질소화합물의 비율이 높다는 의미) 영양생장을 계속하게 되어 개화와 결실이 잘 안되게 된다.

그런데 탄소화합물은 식물이 추위와 더위, 가뭄 등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햇빛의 도움으로 뿌리의 물과 잎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엽록소에서 합성하여 만드는 고단한 작업의 결과물인데 반하여, 질소화합물은 토양에 있는 질소성분을 흡수하는 단순한 기계적 화합물이다.

그렇다고 질소화합물이 너무 적으면 몸의 생장이 둔화되어 생식생장도 어렵게 되므로 적당한 C/N율의 확보가 관건인 것이다.

사람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부모의 품에서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마마보이”나 “캥거루족” 따위의 아들딸로 키우지 않으려면 식물처럼 적정한 C/N율을 유지시켜야 한다. 자식에게서 C/N율의 C는 세상에서의 강한 훈련과 단련의 결과물이며, N은 부모가 일방적으로 베푸는 영양분인 것이다.

C/N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햇볕을 잘 쬐게 해주는 것이다. 햇볕을 많이 받은 식물은 광합성작용을 충분히 할 수 있으므로 탄소화합물의 양이 많아지게 되어 C/N율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옛날의 부모님이나 우리 세대처럼 십리나 이십리를 걸어서 학교를 다니라고 한다면 제대로 학교에 다닐 아이들이 없을 터이나, 비닐온상에서 응석받이로 키우지 말고 제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세상의 매서운 풍파와 냉정함을 경험하게 하라.

고추 묘목을 밭에 정식하기 전에 낮에는 육묘 온실의 비닐을 걷어주고 당분간물을 주지 않음으로써 장차 밭에서 경험하게 될 추위와 가뭄을 이겨낼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는데, 이를 경화(硬化)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Hardening 이라고 표현하는데 바로 “단련” 또는 “담금질”, “고생”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고추묘는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으나 온실에서만 큰 묘목은 그렇지 못하므로 농민들은 반드시 이 작업을 실시한다.

둘째, 물과 질소비료를 너무 많이 주지 않는 것이다. 물과 질소비료를 많이 주면 N의 비율이 높아져 영양생장이 지속되어 실속이 없이 키만 크는 현상이 나타난다.

필자가 학과장으로 있는 학과에서 실습 등으로 외부에 학생들을 인솔하다

커피숍이라도 같이 들어가 커피를 시키면 대부분 학생들은 교수의 주머니를 생각하기는커녕 몇 천원이나 비싼 카프치노나 라떼를 주문하여 아메리카노의 저렴함에 익숙한 필자를 당혹하게 한다.

상인들에게 들은 바로는 20대 청년층의 트랜드를 읽지 못하면 돈을 벌 수 없다고 하니 몇 천원에 망설임을 거듭하는 우리 세대는 참으로 불쌍하다.

계획적으로 용돈을 주고 철저하게 관리하라. 지금 턱없이 베푸는 용돈이 당신의 자식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주는 용돈의 가치만큼 일을 시켜야 한다. 대가없는 돈은 결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약간 메마른 환경에서 오히려 꽃이 제대로 피는 것이다.

셋째, 이식(移植), 즉 옮겨 심는다. 영양생장만 계속하고 꽃이 잘 피지 않는 나무는 이식을 해 주면 뿌리가 많이 잘리게 되어 토양으로부터 물과 비료성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게 되고 반면 잎에서의 동화작용은 여전히 잘 일어나므로 C/N율이 높아져 개화와 결실을 하게 된다.

오로지 부모에게만 의존하려는 자식이라면 더 이상 품안에 두지 말고 경제적인 독립을 시켜야 한다. 우리 학과 학생들의 성적을 분석하여 보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제 스스로 돈을 버는 학생이 훨씬 우수하다.

이것은 빈말이 아니다. 아르바이트로 당신의 자식이 고생스러울 거라고 생각한다면 평생 그 “아이”를 데리고 살 각오를 하시라.

마지막으로 넷째, 차라리 시집이나 장가를 보내버리라. 고구마의 꽃을 인위적으로 피우기 위한 방법으로서 고구마 순을 덩이뿌리가 형성되지 않는 나팔꽃의 대목에 접목하면 줄기나 뿌리로부터 덩이뿌리의 형성을 위한 탄수화물이 이동되지 않고 탄수화물 많게 되어 C/N율이 높아져 꽃눈이 만들어 지고 꽃이 핀다.

새로운 배우자의 간섭과 통제를 통하여 영양생장의 달콤함 대신 매서운 탄소동화작용에 익숙한 독립적 개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대목(臺木)인 나팔꽃과 접수(椄穗)인 고구마가 친화성(親和性)이 없으면 둘다 시들어 죽고 말기는 하지만.....

오늘밤 여러분의 잠 든 금지옥엽과 같은 자식의 얼굴을 들여다보시라. 그리고 내 자식의 C/N율은 과연 적당한 건지 제발 한번 평가해 보시라./객원논설위원
 

저작권자 © 투데이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