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무고용...긍정적 차별의허상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공간은 이른바 ‘복합 위험사회’(complex risk society)로 규정되기도 한다.

만일 우리가 여기에 동의한다면 위험사회라는 우산아래서 삶을 영위하는 모든 인간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장애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큰 틀에서 볼 때, 왜 사회적 소수자이자 약자인 장애인들이 삶의 현장에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하는지 우리는 가늠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은 장애에 따른 진단적 차별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사회복지 급여와 서비스를 권리로서 향유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장애연금과 같은 급여 이외에도 고용현장에서 이른바 ‘긍정적 차별’로 정의되는 장애인 의무고용과 같은 “기회”(opportunity)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고용에서의 기회’는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거시적 목표라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장애인들은 이 제도를 통해 개개인들이 재활과 자립 그리고 참여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대한민국은 1991년 시행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장애인의무고용을 명시한 바 있다.

즉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5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공공기관 포함)는 2%이상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며 2009년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3%로 상향조정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해 법률로 정한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도입된 이래 단 한 번도 의무고용률 2%를 달성한 적이 없다는 게 우리의 현주소이다.

지난 7월 21일 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발표한 장애인고용현황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고용 의무가 있는 2만2027개 기업의 민간부문(민간기업+공공기관) 고용률은 1.72%로 조사되었고 국가와 지자체는 1.76%를 기록했다.

물론 전체 고용률은 1.73%로 지난해에 비해 0.19%포인트 상승했지만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규정된 의무고용률 2%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더욱이 긍정적 차별로서 장애인 의무고용은 중증과 경증장애인 사이에도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체 장애인근로자 중 17.8%(1만5,933명)인 중증장애인은 경증장애인에 비해 근로현장에서 사회적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노동시장의 진입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겪이 되었다.

특히 장애인 의무고용을 더욱 준수해야 하는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 비율은 11.1%로 민간기업의 18.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물론 최근에 경기도가 서울시에 이어 두 번째로 중증장애인만을 대상(제한경쟁특별임용방식)으로 중증장애인 2명, 즉 행정 9급 1명, 전산 9급 1명 등 중증장애인 2명을 선발하기로 확정했다는 소식은 가뭄에 단비 같은 고무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자체의 중증장애인 특별채용이 타 지방자치단체의 중증장애인들의 공직진출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인지 아니면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으로 끝을 낼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법으로 정해진 의무고용율을 준수하여 민간부문의 역할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애인들의 노동을 통한 소득보장과 사회참여에 기초한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법적 구속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법 개정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최낙관 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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