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태식’은 내세울 스팩 하나 없이 각종 현장에서 미숙련 노동으로 허둥대다 곧바로 쫓겨나는 이력을 누적시켜 온 끝에, 드디어 당면문제 해결을 위한 슬프고도 기발한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다름 아닌 자신만의 강력한 외모 경쟁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직종에 도전하여 취업의 문턱을 넘어보겠다는 것이다.

작달만한 체구에 동그란 얼굴, 작은 눈에 납작한 편인 코 그리고 꼬부라진 머리털 위에 얹은 낡은 터번 하나로 무장한 우리의 주인공 ‘방태식’은 그렇게 ‘부탄’ 출신의 불법이주 노동자 ‘방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영화는 코미디의 형식을 빌어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에 대한 관심을 건드리게 되었다.

그리하여 『방가? 방가!』의 상황적 배경의 제시는 사실 그동안 우리영화계가 숙제를 게을리 해왔던 과업에 대한 상당히 뒤늦은 수행으로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영화는 불법체류자로 채워진 가구 공장의 구체적인 작업현장 속으로 카메라를 들이밀게 되었고, 동남아출신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의 조건에 대해 관객들로 하여금 힐끔거리게 하였고, 그들의 고독과 향수 혹은 현지 적응을 위한 몸부림을 전달하게 되었고, 또한 그들에 대한 한국의 악덕 공장관리인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도 고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그저 살짝! 아주 살짝! 만큼에 그친다. 영화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불법체류 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의 현실에 대한 섬세한 묘사에 집중하거나, 그러한 현실을 가능케 하는 착취의 구조적인 요소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거나, 혹은 그들이 처하게 될 암울한 미래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따위의 ‘과잉’을 전혀 감행하지 않는다.

이는 그동안 주류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불법이주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을 다루고자 하는 기획이 ‘고우! 싸인’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영화시장의 대중들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수요을 발달시켜오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그리하여 정서적 친근감이나 감정이입적 요소가 충분치 않을 소재를 사용함에 따른 박스오피스에서의 예상되는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영화는 무던히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코미디의 이름으로!

사실 『방가? 방가!』는 웃음 제조기로서 더 크게 부각되는 경우이다.

특히 ‘김인권’과 ‘김정태’라는 두 연기파 배우의 개인기가 그 근원이다. 모두에게 있는 두 개의 눈과 한 개의 코와 입일터인데, 김인권은 그것들의 모양과 위치, 틀어지는 각도 등의 변화가 빚어내는 놀랄만한 조합을 이루어내어 가능해진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우리의 방가가 겪게 되는 모든 난관과 모험을 적절히 희화시키면서도, 드문드문 서글픈 짝사랑의 감정과 쟁취한 사랑의 환희를 전하는 표정을 구사함에 있어서는 또한 더없는 진지함을 나타낸다.

그의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구에 실려 던져지는 이 표정의 마술은 가끔씩 전성기 때의 ‘채플린’을 떠올리게 하는 경지를 연출하기도 한다.

또한 그에게는 경쾌한 속도로 대사를 처리해내는 재주가 있다. ‘유사부탄인’으로서 우리말을 어눌하게 처리해야 하는 영화 초반 억양의 왜곡으로 시작한 그의 우리말 유희는, 중반에 오게 되면 어느새 어휘의 장난으로 전환되면서, 아마도 『방가? 방가!』의 가장 큰 임팩트 장면일 ‘우리말의 욕계보 분석’ 상황에 이르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지생활 적응을 돕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그들이 빈번히 접하게 될 욕설을 체계화하여 가르치게 되는 방가의 엄숙한 ‘임무수행’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우리들의 차별적 인식을 가볍게 꼬집으면서도 우리말을 소재로 한 한 판의 재미있는 놀이를 끌어내어 톡쏘는 웃음을 일궈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방가의 영악한 친구로 열연하는 김정태의 연기도 세련된 코미디 감각을 구사하는 개인기를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노래방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찬찬찬’을 가르치며, 그 가사의 글맛과 뜻을, 현란한 말속도와 변화무쌍한 어조의 변주 그리고 온갖 제스쳐와 소도구를 이용하여 전하는 대목은 코믹 일품연기의 한 사례로 손색이 없다.

물론 『방가? 방가!』의 영화적 틀거리는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 방가가 겪는 노동 상황에서의 여러 에피소드들은 개연성있게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는 편이다. 영화 속 외국인노동자들은 하나 같이 순하고 평면적으로 묘사된다.

특히나 영화 종반 고조된 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주인공과 이주노동자들이 극적으로 해피엔딩을 만나게 되는 대목은 의도된 낙관주의의 무성의한 노출에 다름 아니다.

그래도 나는 『방가? 방가!』가 사랑스럽다. 영화는 스스로 설정한 많은 상황들 속에서 관객을 유쾌하게 만들기 위한 성의를 효과성있게 다하고 있으며, 그 사이 우리 주변의 약자들에 대한 관용의 열린 자세가 슬그머니 더 강화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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