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냐

                                   김경수(金京秀)

 

 

열네 살 민며느리 순정을 간직한
인고의 뼈대는 텅 빈
대나무 속 마디
마디마다 옹이를 기르고
나이만큼 자란 삭신의 질긴 아픔에
누워 자라는 팔뚝의 호미질은

 

오늘도

그리운 이름
엄니

 

아사*의 심장처럼 뜨거운 노을에
주름진 목소리가 물든다

 

“밥은 먹고 다니냐?”

 

시름으로 피어난 모성(母性)이
깨단** 으로
울컥 젖어든다.

 

*-아침
**-오랫동안 생각 못하다가 어떤 실마리로 인해 환하게 깨닫는다는 순 우리말

 

이삭빛의 詩포인트

참으로 눈물겨운 이야기다.
민며느리라는 시대적 관습에서 그 유년을 지냈던 시인이 어머니의 대한 심연(深淵)을 노래한 시이다.
한국인의 하루 시작과 끝은 “아침 드셨습니까?” “점심은 드셨습니까?” “저녁 드셨습니까?” 이다.
이 말은 말 그대로 “밥 먹었느냐?”를 의미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 ‘아픔을 이겨내라, 어떤 상황에서도 정신 줄을 놓지 마라’ 라는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염려와 사랑의 마음이 담겨있다.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이 없어 푸성귀로 연명을 하고,
그 힘든 보릿고개를 넘기며 배고픔을 이겨 내야만 했던 시절...
자식에 대한 부모의 가슴 저미는 사랑과 걱정,
그리고 자신의 삶을 대물림 하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고통과 어려움을 이기려는 한국인의 의지와
희망의 인사 속에는 “굶지 않고 생명을 유지” 하는 밥줄이 끊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을
어머니의 ‘밥 먹었으냐?’ 로 표현한 가슴 따뜻한 한 편의 별 같은 시이다.

 

김 경 수 (金京秀, 시인, 문학 비평가)

- 시민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지도교수
- 詩끌리오 창작아카데미 지도시인
-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부이사장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한국시인협회중앙회원, 한국통일문인협회 사무총장
- 종합문예지 계간『착각의 시학』 발행인 겸 주간
- 저서: 시집 『서툰 곡선』외, 평론집『상상의 결이 청바지를 입다 』외
- 수상: 한국문협작가상, 전북환경대청상 문학부분 수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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