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풀

                                       김용언 

 

하늘 한 자락 넘어져야 풀 한 포기 돋아나고
절벽보다 높은 고독 무너져야
나무 한 그루 일어서는 사막

 

달빛은 사구를 다독이고
바람을 흔들던 깡마른 풀잎은 스스로 운다
석양을 물어 나르던 까마귀 어지럽더니
깡마른 울음소리 모래알에 묻혔다

 

낡은 시의 한 소절처럼
발자국이 모래 속으로 숨어들면
시퍼렇게 눈을 뜨는
나의 외로운 세포들

 

풀잎은 어스름 속을 서성거리는
그건 천형의 외로움이다

 

하제 김경수 문학평론가

詩포인트: 하늘 한 자락 넘어져야 풀 한 포기 돋아나는 삶!
절벽보다 높은 고독 무너져야 나무 한 그루 일어서는 사막!
사막의 시인 김용언시인은 꽃이 떨어져야 열매가 맺고
그 열매를 나눠줘야 다시 나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다림과 고독을 이겨내야만 사막에 오아시스가 될 수 있다고,
처절한 아픔들을 인정할 때 그 속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을~
사막의 친구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시인은 외로움을 천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김용언 시인은 모래알 한 알에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풍경을 만들어낸다.
외로움을 통해서 삶을 일으키는 묘한 힘을 독자들께 선물하고 있다.

 

김용언 시인 약력

1946년 평북 강계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국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월간『시문학』으로 등단(문덕수, 김종길 선생 2회 추천). 국민대, 서울여대, 대전대 문창과 강의. 서울여자간호대학 도서관장 역임. 사)국제PEN 한국본부 제3회 세계한글 작가대회 조직위원 역임. (주)티에스 대표이사 역임. 시문학상, 평화문학상, 영랑문학 대상, 포스트 문학대상 수상. 한국시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시문학회 시분과 역임.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역임. 현재 사)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이사장.

시집으로 <돌과 바람과 고향>, <숨겨둔 얼굴>, <서남쪽의 끝>, <너 더하기 나>, <휘청거리는 강>, <사막 여행>, <당나귀가 쓴 안경>, <백양나무 숲>, <소리사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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