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닦는다

 

                                 김용언 

 

사내 한 마리가 길을 닦는다
풀어진 신발끈
풀어진 것이 자연스럽다며
자벌레처럼 꿈틀 거리며 간다

 

제 몸 길이만큼 걸어도
평생을 걸어도
결국 신발 몇 켤레지만
그렇게
그렇게 걸어간다

 

사내 한 마리
자벌레 한 마리
그렇게
그렇게
주어진 시간을 맛있게 먹는다

 

 

이삭빛의 시읽기

詩포인트: 풀냄새가 나는 삶은 진솔하고 깨끗하다
물질만능주의에 길들어진 우리들은 벌레를 혐오하지만
벌레는 자연을 살리는 좋은 친구이다.
채소도 벌레가 있어야 농약이 들어가지 않은
천연그대로의 음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겉모양만 따지는 현대인들은 어쩌면 모두 병들어 있는지 모른다.
이에 경종을 울리는 시인의 목소리는 주어진 시간을 맛있게 먹을 때,
꿈틀거릴 때 진정한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한 번쯤 저, 진정한 사내를 보면서 우리들의 발자취를 뒤돌아보자

 

김용언 시인 약력

1946년 평북 강계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국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월간『시문학』으로 등단(문덕수, 김종길 선생 2회 추천). 국민대, 서울여대, 대전대 문창과 강의. 서울여자간호대학 도서관장 역임. 사)국제PEN 한국본부 제3회 세계한글 작가대회 조직위원 역임. (주)티에스 대표이사 역임. 시문학상, 평화문학상, 영랑문학 대상, 포스트 문학대상 수상. 한국시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시문학회 시분과 역임.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역임. 현재 사)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이사장.

시집으로 <돌과 바람과 고향>, <숨겨둔 얼굴>, <서남쪽의 끝>, <너 더하기 나>, <휘청거리는 강>, <사막 여행>, <당나귀가 쓴 안경>, <백양나무 숲>, <소리사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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