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 바라보기

 

 

                                     김용언 

 

 

길에서 길을 보면 언제나 아득하다
지나온 길은 아득하다
산길도 아득하고 물길도 아득하다

 

눈이 덮인 길은 정말로 깜깜하다
깜깜하기 때문에 차라리 눈을 감아 버린다

 

길 위에서 어디로 가야 하지? 따위는 묻지 말기로 하자
어디로 가든
길이 끝나는 곳에 도달하면,
보이는 것도 물 흐르는 소리도
구름 흘러가는 하늘도
손바닥 안에 있기 마련이다

 

김용언 시인 약력

1946년 평북 강계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국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월간『시문학』으로 등단(문덕수, 김종길 선생 2회 추천). 국민대, 서울여대, 대전대 문창과 강의. 서울여자간호대학 도서관장 역임. 사)국제PEN 한국본부 제3회 세계한글 작가 대회 조직위원 역임. (주)티에스 대표이사 역임. 시문학상, 평화문학상, 영랑문학 대상, 포스트 문학대상 수상. 한국시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시문학회 시분과 역임. 사)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역임. 현재 사)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이사장.시집으로 <돌과 바람과 고향>, <숨겨둔 얼굴>, <서남쪽의 끝>, <너 더하기 나>, <휘청거리는 강>, <사막 여행>, <당나귀가 쓴 안경>, <백양나무 숲>, <소리사냥> 등이 있다.

 

이삭빛의 시읽기

詩포인트: 시인이 말하는 길은 어두운 밤하늘이다. 그 하늘은 알고 있다.
눈을 감고도 별을 빛나게 하는 사랑의 의미를.....
그 사랑 안에서 살아온 시인은
길이 끝나는 곳에 도달하면 물이 흐르고, 하늘마저도 손바닥 안에 있다고 표현한다.
하늘의 별처럼 작고 작은 손 안에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사랑은 작고 큼이 같은 것이다. 별처럼 소중한 것이다.
시인은, 사랑은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굳지 말하지 않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랑에 귀결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이토록 아름다울까?
시인은 분명 별이었다. 아니 별이다.

그래서 시인은 사랑으로 삶을 아득히 봐라보는 것이다.
이해하고 포옹하고 승화시켜 결국 밤하늘에 별로 봐라볼 때
사랑 안에 거하는 것이 진정한 길이라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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