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사랑

이삭빛

 

가을이 눈처럼 내리는 날
한 그루의 나무가되어 너를 사랑하리라
죽을 만큼 외로운 목마름,
벌거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다시 태어나
네 끝트머리 나뭇잎으로
별처럼 떨리는 바람 앞에 가장 숭고한 사랑이 되리라

 

가을이 비처럼 내리는 날
가난해서 아름다운 가을 길로 걸어 들어가
너를 위한 풍경을 정갈히 차려 놓고
너의 웃음 한 조각은 첫사랑으로
너의 빛나는 맨 발 한 걸음은 마지막 사랑으로
어디에도 없을 사랑을 맘껏 퍼부으리라.

 

그리고
오직 너만을 위한 사랑의 뿌리로 뻗어나가
저 깊고 높은 절망의 바닥을 온 몸으로 맞으리라

 

 

詩포인트: 이 시를 보면

장석주시인의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 생각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중간 생략 -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중간 생략-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했던 시인의 그 높고 맑은 정신처럼
이 시에서는 가을이 눈처럼 내리는 날, 오직 너만을 끝까지 사랑하리라고 선언한다.
가장 높은 곳에서 눈앞에 욕망을 던져버리고 어디에도 없을 사랑만을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사랑하기 위해 절망의 바닥까지도 불사르겠다는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시이다.
“가을이 시작되는 문턱에서 반짝이는 나뭇잎의 떨림처럼 사랑의 가치에 온 몸을 내밀어 보아라.”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높고 깊은 절망까지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 이삭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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