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숙한 성음, 짙은 소리
-우리나라 남성 판소리의 수준을 대표하다

윤진철 명창이 부를 <적벽가>는 서편제 판소리의 시조라고 하는 박유전으로부터 시작이 돼 정재근, 정응민, 정권진으로 이어진 소리이다.

박유전의 호가 강산이었기 때문에 이 소리는 오래 동안 강산제 <적벽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적벽가>는 박유전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이기 때문에 서편제 <적벽가>에 속한다.

그래서 구례, 남원 등지에 전승된 동편제 <적벽가>와는 사설이나 음악이 많이 다르다. 윤진철은 정권진으로부터 이 <적벽가>를 물려받았다.

윤진철이 정권진을 만난 것은 광주에서였다. 정권진은 서울에서 할동하다가 1982년 전남대학교 대우교수가 돼 광주에 내려가 후진을 양성했는데, 윤진철이 이때 정권진을 만난 것이다.

그런데 정권진은 1986년 60세에 별세하고 만다. 그러니까 윤진철은 정권진의 마지막 제자로서 정권진의 가장 완숙한 소리를 배웠다고 할 수 있다.

윤진철은 스승 정권진의 소리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구사하는 목이나 지향하는 예술 세계 등이 스승과 같다.

정권진은 특히 성음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소리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윤진철 또한 이러한 스승의 특징을 잘 보여줄 것이다.

윤진철은 북도 잘 친다. 윤진철이 판소리를 시작할 무렵인 1970년대는 판소리가 거의 사멸지경에 이른 때였다. 여자들도 소리를 배우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남자가 나타났으니 기대가 남달랐다.

게다가 소리면 소리, 북이면 북 못하는 게 없었다. 윤진철은 판소리계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 소리축제에서 윤진철이 들려줄 <적벽가>는 그러한 기대의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윤진철은 우리나라 남성 판소리의 수준을 대표한다.

그러기에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이미 여러 차례 초청돼 성공적인 공연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그를 초청한 것은 중견 소리꾼 중에는 <적벽가>를 그만큼 제대로 부르는 남자 소리꾼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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