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선정에서부터 심사과정, 심사결과까지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의 기본 틀, 즉 대개혁의 방향, 제도 등을 제시하는 것이 올해 조직위원장의 역할입니다. 이런 기본틀이 무용, 농악, 시조, 민요 등 전통예술 전반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위기에 빠진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명예 회복과 강도높은 개혁의 해결사로 나선 김명곤(64) 조직위원장.

 

김 위원장은 8월 12일부터 첫 방송하는 tvN 새 토일 드라마 ‘명불허전’을 비롯해 올 하반기 기대작 영화 ‘강철비’ (양우석 감독)에도 출연하는 등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김승수 전주시장, 관련 국과장들의 삼고초려 끝에 조직위원장직을 허락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MBC측도 영입을 강력히 추천했다.

이번 기회에 롤 모델을 만들어 대사습 뿐만 아니라 국악계 심사제도를 확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1년만 맡기로 한 김 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그동안 대사습놀이 대상 선정과정에서 흐트러진 심사의 기본 틀, 즉 대개혁의 방향과 제도까지만 제시하는 역할이다.  대개혁의 성패여부는 국악계를 이끄는 국악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김명곤 위원장은 김영배 조직위 부위원장, 최정철 총감독, 그리고 조직위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며, 토론회 등 기본틀을 만드는데 해법을 찾아내고 있다.

특히, 토론회에서 심사제도의 문제점,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제도의 제안 등 여러 의견들을 정리하고 수정하고 종합해서 심사제도 개선안을 챙기고 있다.

전주대사습놀이는 판소리 경연대회다. 그렇다보니 심사문제가 참가자는 물론 대회 전반의 최대 관심사다.

대회 때마다 1등을 하거나 장원을 하면 '돈써서 됐다'.'심사위원의 연줄로 됐다' 등 소문이 무성해 실력을  인정을 못하는 것이 국악계의 어두운 현실이다.

국악계가 가지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능력있는 젊은예술인들이 장원을 꿈꾸고 도전하지만 좌절감과 상처만 받고 설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악계 선배, 스승들의 권위도 땅에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스승들이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 잣대를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면 수많은 인재들이 스승을 존경하고 따르지만 몇십년 동안의 잘못된 관행이 스승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응모요강에 금품수수 등 부정행위가 있을 경우, 영구히 참가자격을 제한하고, 상장을 박탈하고, 고발키로 명시할 계획이다. 참가자들에게 서약서까지 받을 방침이다.

 

판소리의 가장 큰 약점 중 또 하나는 청중 부재다.

과거에는 1고수 2명창이라 불렀지만 최근 1청중 2고수 3명창이라는 말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대회는 최초로 전문가 자문을 받은 150여명의 청중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청중들이 명창들의 소리를 듣고 느낀 감정을 그대로 심사해 함께하는 평가 기회를 제공키 위해서다.

이를 통해 메니아 창구를 만들고, 명창들을 먹여 살리는 자산도 만들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첫 심사제를 도입하는 올해는 판소리를 전혀 모르는 일반인 대신, 판소리 전공 대학원생, 동호인 등 귀 명창들을 모집해 심사위원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전문가들은 어려운 판소리를 일반인들이 알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시하지만 일반인들이 느끼는 음악에 대한 감정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청중들이 명창소리를 듣고 느낌을 평가하고 표현할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 청중들도 많이 오고 썰렁한 분위기도 반전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립중앙극장장 시절, 단원 오디션만 보면 온갖 투서에 온갖 악소문이 떠도는 모습을 보고 개혁에 산파역할을 하기로 맘먹었다.

당시만 해도, 오디션 비리가 많아 단원이 되도, 당선이 되도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개혁을 통해 심사제도의 물꼬를 틀어놨다.

김 위원장은 "깨끗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서 올해 장원이 되고 올해 상을 받고 뽑힌 사람들은 정말 실력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 이라며 "실추된 심사위원들의 권위도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는 참가자에게도 좋고, 심사위원에게도 좋고,  국악계 앞날을 위해서도 좋다"며 "이번 롤 모델이 전국대사습놀이를 환골탈퇴하는 계기로 만들고, 국악계 전반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김 위원장은 서편제(1993), 태백산맥(1994), 광해(2012), 명량(2014), 무수단(2015) 등 30 여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판소리 등 국악에도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전주고와 서울대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극단 아리랑 창단대표, 국립중앙극장 극장장, 문화관광부장관,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및 동양대학교 예술대학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오는 9월 8일부터 11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과 한옥마을 일원에서 펼쳐지는  ‘제43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와 제35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대회’  경연참가 희망자는 오는 8월 11~23일까지 조직위원회에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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