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진 익산황등중 교사

오늘 우리 사회는 이른바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사건으로 인해 어수선하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입시는 그나마 사회적 계층상승이 가능한 공정과 공평이 보장된 것인데 이번 입시부정 사건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일반 서민들과 그들의 자녀들인 대입수험생들의 분노가 촛불민심으로 증폭됐다. 실력 이전에 재력이 더 중요해진 세상이 돼 버렸다.

그러니 다음 세대가 다음을 기약하면서 미래를 위한 오늘의 아픔과 고통을 감내하는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체육 특기자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적인 개선이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체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구조적으로 공부 안하는 운동선수, 운동 안하는 일반 학생을 양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체육진흥법에 제시된 최저학력제는 권고사항에 그쳐 실제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

공부하지 않는 운동선수는 오로지 운동만으로 대학 입학이 가능해 입시비리, 승부조작 등이 벌어지는데다 은퇴한 선수 대다수가 사회낙오자가 되면서 일부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는 운동선수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체육특기자 제도가 1972년에 만들어져 4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운동만 잘하면 대학까지 진학 가능하다는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꼴이다.

이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체육특기자 제도에서 입상 성적만이 아니라 최저학력제를 엄격하게 도입하면 어떨까 싶다. 소년체육대회와 전국체육대회 참가자에 대한 최저학력기준을 의무화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미국처럼 학생 선수의 학사관리, 체육특기자 대입전형제도를 관리·운영할 수 있는 공정한 기구를 만들어 철저히 관리 감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또한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일부 종목에서 시행하는 주말리그제가 전 종목에 시행되면 좋겠다. 선수 실적 발급 기준도 학기별에서 연도별로 전환해서 대회 개최수를 줄여,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좋겠다. 이를 위해 체육특기생 전형에서도 내신 성적을 반영하는 것이 좋겠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정유라의 승마나 스케이트, 골프 등은 학교 자체적으로 육성이 불가능한 종목의 경우 학사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개인 코치에 의지해야 하는 종목의 선수들은 학교에 적만 두고 있다 보니 학사관리에 문제가 나타나고 비리가 생길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공공연하게 학교현장에서 학적만 두고는 학교에 출석도 하지 않고는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반 친구들이 체육특기자 친구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다가 졸업식장에서 학교를 빛낸 공로자라고 수상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이들 종목이 거액의 지원금이 필수다보니 정유라와 같이 부유층의 대학진학용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정유라 사태는 면접이 경기 실적이나 내신 등 모든 것을 무력화시킨 게 문제였다.

면접 등 주관적 평가가 반영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폐지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체육계만이 아니라 음악과 미술과 무용과 연기와 같은 예술 분야입시도 그렇다.

입시부정으로 더 이상 꽃봉오리와 같은 희망찬 다음세대가 좌절감을 맞보고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부모를 원망하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저주하지 않도록 시급히 제도적인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바라기는 이번 참에 체육특기자에 집중된 엘리트체육정책보다는 일반적인 학교스포츠 활성화 정책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지나칠 정도로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해서 국제경기에서 메달을 따야만 국위선양(國位宣揚)이 되고 그것이 우리 국민에게 간절한 것인가 싶다.

사실 좀 지나친 말이지만 독재정권이나 냉정시대의 공산권 국가들이 스포츠를 통해 국격(國格)을 높이고 국민들의 정치적인 관심을 왜곡시키려는 뜻으로 엘리트체육을 육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선진국들은 소수의 엘리트 체육으로 보고 즐기는 것보다는 모든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체육으로서 생활체육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오늘 우리의 교육현장에서도 엘리트체육특기자 육성보다는 모든 학생들이 즐기는 취미생활로 학교스포츠를 즐기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겠다./한승진 익산황등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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