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병 훈/ (사)농협쌀연구포럼 대표

최근 UR 협상에 의거 2015년으로 예정된 쌀 완전개방(관세화) 시기를 앞당기자는 주장과 이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반대론의 열기로 전년에 이어 또다시 세간이 후끈 닳아 오르고 있다.

즉,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신 매년 의무적으로 쌀 수입량을 늘려야 하는 현행 제도를 포기하고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시장개방을 과연 서둘러야만 하는가에 대한 격론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시급을 다투는 회피할 수 없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지금 우리에게 중차대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거시적으로 보면 쌀 자체가 생명산업으로서 우리민족에 있어서는 적어도 국가나 사회유지에 필수적인 공공재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과잉재고로 인한 쌀값폭락 지속과 매년 2만톤씩 늘어나는 최소시장접근(MMA)방식의 수입쌀이라는 수급 불균형 압박요인을 제거하자는 고육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어느 편이 더 유리할 것인가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궁극적으로 쌀 농업의 어려움을 해소하자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쌀시장 조기 개방론의 핵심은 어차피 2014년 말 완전 개방해야 할 시장이라면 그 이전에 미리 앞당겨 개방하는 것이 우리 쌀 농업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논거인 반면에 반대론의 입장은 2014년 이후 개방여부를 놓고 추가 협상 할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기 개방 해 버리면 DDA 협상에서 개도국의 지위를 확보하기만 어려워진다는 것으로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종속하는 패배주의적 소산일 뿐이라는 것이라는데 차이점이 있다.

과연 우리는 발등에 떨어져 있는 이 운명적인 양자택일의 문제를 목전에 두고 청기를 들어 조기개방을 택해야 할까?

아니면 백기를 들어줘야 할까? 필자라면 우선 백기를 들어주고 싶다. 다만 어느 분의 발언처럼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라는 부제를 달고 말이다. 왜냐하면 이 선택의 깃발을 들어 올리는 판단의 잣대는 두 가지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조기개방으로 인한 경쟁력 있는 우리 쌀시장의 여건성숙이 과연 되어있느냐의 문제요 둘은 국제 쌀 시장과 환율변동 요인에 대한 예측이 과연 가능하느냐의 문제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기준에서 본다면 두 가지 여건 모두 쌀 개방이라는 관세화를 택하기에는 여건 미성숙과 시기상조라는 구조적 한계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백기론에 대한 구체적인 논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쌀 조기 개방에 대비한 정부의 쌀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변동직불금 지급 타작물 유도, 쌀 가공산업 활성화, 소비촉진,R10프로젝트 등이 과연 최단기적인 쌀 수급안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둘째, 국제 쌀가격 변동에 대한 수급 탄력도는 매우 낮아 생산량과 재고비율이 조금만 변동해도 가격이 큰 폭으로 등락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를 얇은 국제 쌀 시장(Thin Market)라고 부르지만 어쨌든 불안한 세계 쌀 수급전망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는 예측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아직은 우리 쌀 산업이 완전개방화에 대비한 교역조건의 자급능력을 갖추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제쌀시장은 이미 태국 등 주요4개국이 독과점 경쟁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인 국제 곡물메이저(7개)가 세계 총교역량의 80%를 점유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넷째, 빈번한 기상이변과 사막화 진전, 농경지 감소, 범세계적 경제위기 등으로 세계 쌀 수급 불안정 요인이 향후 더욱 심화 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환율이나 국제 쌀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그만큼 개방에 따른 쌀 수입량은 대폭으로 늘어나게 되어 국내 쌀 시장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오는 2014년 말에 과연 다시 한번 관세화를 유예하는 협상이 가능할지는 격론이 없지 않아 WTO 규정을 놓고 해석 해 보야 할 문제임은 틀림없으나 그보다는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쌀 문제 해결을 위해 조기개방이냐 아니냐의 선택의 문제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조기개방으로 인한 유리성을 과연 위기에 처해 있는 우리 쌀 산업여건이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 해 있느냐의 문제를 먼저 짚어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지금까지 살펴본바와 같이 쌀 수입 조기개방은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지금은 그러한 조기개방이라는 청기를 자신있게 국제사회에 들어 올릴 수 있는 우리 쌀 산업 여건 성숙 역량부터 기르는데 범국민적인 에너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기다림의 지혜가 필요하다./나병훈 전북도교육청 농협지점장(starion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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