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극장가에는 ‘소방관’과 그들의 활동을 소재로한 영화들이 개봉해 많은 인기를 얻고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터널>에서는 터널이 무너져 내린 재난 상황을 기점으로 해 터널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시민과 무너져 내린 터널 밖에서 정수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구조대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사회의 평범한 시민을 대표하는 주인공이 재난 속에 갇힌 상황은 우리 또한 재난 속에 갇힐 수 있다는 격한 공감을 자아내고, 터널 밖에서 안 좋은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구조를 진행해나가는 구조대장의 모습은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현직 소방관들의 자세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숭고한 마음을 갖고서 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관들을 힘 빠지게 만드는 것은 치솟는 불길과 위험한 사고현장만이 아니다.
사이렌을 울려 봐도 제 갈 길을 가는 데에만 바쁜 자동차들과, 신호가 바뀌었다고 소방차의 앞길을 막고 지나가 버리는 교차로의 자동차들은 이미 긴급한 사고현장에 가있는 것 같은 소방관들의 마음을 일순간 답답하게 만든다.
일 분 일 초가 그 어느 장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고 현장이기 때문에 그 답답함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처럼 소방관들의 마음이 다급한 데에는 과학적인 근거도 있다. 소방에서는 화재를 진압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5분 이내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5분이 지나면, 불은 이전까지 축적된 열과 가스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화재현장 뿐 만 아니라, 환자가 발생한 구급 현장에서의 빠른 응급처치와 병원이송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국민 모두의 생명과 재산을 더욱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것은 이처럼 신속한 현장도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로를 달리는 소방차와 구급차가 가는 길 끝에 불타는 집을 바라보며 야윈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쓰러진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정신없이 119를 누르는 아들의 모습이, 열이 펄펄 끓는 어린 아기를 안고서 어찌할 줄 모르는 젊은 엄마의 흔들리는 눈이 있음을 생각해보자.
도로에서 만난 소방차들 앞에서 사소한 바쁨을 급박한 상황에 잠시 양보하는 미덕은 이 세상 무엇보다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