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잡스가 애플사에서 쫒겨 나고 다시 복귀한 다음 시도한 것은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 후 나온 애플사 제품은 단순했지만 고객의 눈길을 끌었고, 애플사를 세계 1위 기업으로 이끌었고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
미켈란젤로 작품인 다비드상을 본 사람들은 인간이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는 완벽한 조각품에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대리석은 너무 단단해 조각가들이 포기하고 수십 년 방치된 돌이었던 것이다.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낸 미켈란젤로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고 한다. ‘나는 돌 속에 갇혀 있던 다비드만 보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했을 뿐입니다.’
유비에게 제갈량이 있었다면 징기스칸에게는 야율초재가 있었다.
유목민에 불과한 몽골족이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책사 야율초재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징기스칸이 죽은 후 대를 이은 오고타이는 아버지보다 더 진취적인 의도를 가지고 재상 야율초재에게 대제국을 개혁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라고 하자 야율초재는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하다.”라는 마이너스적 사고 방법을 제시한다.
칸이 돼 큰일을 해보겠다는 절대권력자 앞에서 이런 식의 직언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았을 일이다. 보약을 먹는 것 보다 몸에 해로운 음식을 삼가는 것이 나을 수 있고, 행복을 위해 욕망을 채우기보다 과한 욕심을 제거하는 쪽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많은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일들이 관습적으로 생겨나고 있는데 반해 구법이나 악습은 잘 폐기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존의 업무가 줄지 않고 새로운 일만 만든다면 시간이 갈수록 조직원들은 지치고 조직의 활력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새로운 일을 만들자는 건의는 열정과 충성으로 포장되기 쉽지만 하던 일을 그만하자는 제안은 자칫 태만과 무능으로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버리고 없애는 것은 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무엇을 채울까를 생각하기보다 무엇을 비울까를 고민해보고,興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없애는 것이 낫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이 낫다) 라고 즉언한 야율초재의 말을 상기하며 과감한 규제개혁을 기대해 본다./전북동부보훈지청 보훈과 임정오 주무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