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안] 녹차밭하면 전남의 보성과 경남 하동, 제주도를 흔히 떠올린다.

산등성이에 드넓게 펼쳐진 푸른 녹차밭의 전경은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푸르름의 절정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대표관광지이기도 하다.

최북단 야생차 군락지

익산시 웅포면 입점리 구룡목마을 입구, ‘대한민국 최북단 차나무 군락지’란 이정표가 보인다. 이 마을의 도로명 주소는 ‘녹차마을길’이다.

이정표와 도로명 주소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야생차 자생지가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 야생차의 북방한계지(야생차가 자라는 최북단 지역)이기도 하다.

 
북위 36도 03분, 동경 126도 53분으로 기존 야생차 북방한계지인 김제시 금산사보다 약 30km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

이정표를 따라 1km가량을 지나면 가파른 산등성이에 차나무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멀리서 보면 차밭인지 잘 알지 못 하겠으나, 나무 군락지에 가까이 다가면 계단형식으로 층을 이루어 자라고 있는 차나무들이 명확하게 보인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차밭을 한눈에 담을 수 있을 정도지만, 우리 지역에서 차밭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웅포 구룡목마을 차밭은 산림문화 체험관을 기준으로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체험관 앞편으로 약2만㎡ 산등성이에는 하동에서 가져온 차나무를 식재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차밭이 있고, 체험관 뒤편 봉화산 자락에 야생차나무 1만여 그루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구전에 따르면 과거에 ‘임해사’라고 하는 절터였는데 ‘임해사’는 ‘숭림사’의 말사 [末寺](본사의 지배 아래 있던 절)로 조선 초기에 소실됐다고 한다.

이 야생차밭은 ‘임해사’에서 재배하던 차나무가 절이 소실된 후 야생으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으로 추정된다.

 
층층 푸른 융단처럼 싱그럽다.

언뜻 멀리서 보면 이곳이 차밭이라고 느낄 수 없는 이유는 키 큰 소나무 숲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차밭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차밭 사이사이에 산발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소나무들은 운치를 더해준다.

어느 덧 5월 중순, 푸른 찻잎이 빽빽하게 올라와 있다. 찻잎을 수확하는 사람들의 손길도 푸름이 짙어진 만큼 바쁘기 만하다.

산 속 차밭이라 주변 사방팔방이 온통 푸르다. 차밭 하단부에서 위쪽을 바라보면 중간 중간 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산등성이에 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푸른 융단과 파란하늘의 만남은 싱그럽고 더운 낮에 청량감까지 더해준다. 자연이 만들어 낸 푸름과 파랑 색의 조화는 피로감마저 잊게 만든다.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아 좋고, 조용하기에 더욱 좋다. 조용히 산길을 올라 차밭을 찬찬히 둘러보는 것이 무슨 호사를 누리 것 마냥 좋기만 하다.

‘안구정화(?)’라는 신조어가 있다. 무엇인가 이쁘고 좋은 것을 보면 시력이 좋아진다는 의미의 우스갯소리일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안구정화(?)는 자연이 주는 푸름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단연 최고이지 않을까 싶다.

주말에 가족들 혹은 연인과 함께 이곳 차밭을 찾아보길 바란다. 그러면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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