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 일대에서 북한 김정은의 외조부인 고경택(高京澤.1913~1999)과 외증조부 고영옥(高永玉)의 묘가 발견돼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고경택이 북한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시신이 없는 허총(虛塚)에 묘비만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묘지는 고경택의 형인 고경찬의 후손들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1952~2004)는 지난 2002년부터 평양의 어머니로 우상화되다 2004년 사망했다. 그녀의 고향은 제주시 조천읍이다. 현재 이곳에는 고영희의 제주고씨 친족 일부가 사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 묘지가 있는 제주시 봉개동은 지리적으로 조천읍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묘지 발견이 언론에 알려진지 하루 만에 김정은 외조부의 묘가 해체됐다. 훼손될까 걱정돼 후손이 옮긴 것이다.

김정은의 외조부 고경택은 1913년 제주도에서 태어났으며 1929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갔다. 그는 군복과 천막을 만드는 군수공장 제봉소에서 일했다. 1952년 6월 26일 일본 오사카시 코리아타운 부근의 쓰루하시(鶴橋)에서 고영희를 낳았다. 그녀가 살아 있다면 2014년 현재 환갑을 갓 넘은 62세다. 그 뒤 고영희는 가족들과 함께 1962년 10월 제99차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들어갔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겨우 11세였다. 일본에서 북송선을 탔던 재일교포 2세였던 것이다. 조선시대의 '반상(班常)'처럼 북한에도 '계급'이 있다. 재일교포는 '째보'라는 이름으로 최하위 감시 대상에 포함된다. 한 때 고영희의 부친이 제주 한경 출신으로 북한 유도의 창시자인 고태문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고영희의 아버지 고경택의 입북은 '지상낙원'을 찾아 자진 입북한 게 아니라 강제 송환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고경택은 제주와 일본을 왕복하는 밀항선을 운영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을 살았고, 출소 후에 북한으로 추방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영희의 출신 성분을 더욱 험악하게 만든다. 우상화 작업의 걸림돌일 뿐이다.

고영희의 백부 고경찬은 일제 때인 1940년부터 1945년 광복 때까지 조천면장을 지냈다. 고영희의 조부 고영옥 역시도 일제 때 '종사랑(從仕郞)' 벼슬을 지냈다. 요즘 면장 급 이상 가는 직책이다.

고영희가 북한에서 김정일을 만난 것은 흔히 말하는 기쁨조 활동 덕분이다. 1975년경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무용을 연습하던 기쁨조 단원 고영희의 모습이 CCTV를 보던 김정일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고영희는 김정일이 일본 여배우 중에 가장 예쁘다고 말한 요시나가 사유리와 매우 닮았다. 이때부터 고영희는 비밀파티에서 김정일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나이는 스물세 살이었다.

1976년대부터는 본처가 있던 김정일의 안방을 차지했다. 사실상 동거생활에 들어간 것이다. 김정일은 고영희와 연애하면서 벤츠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겼다. 차 안에서는 한국 노래를 밤새도록 듣기도 했다.

고영희는 평양 창광산 관저에 살면서 김정일과 반드시 함께 다니는 사실상의 '정실'이었다. 김정일은 그녀를 공식 부인으로 인정할 만큼 푹 빠졌다. 고영희는 김정일과 사이에 김정철, 김정은, 김일순 등 2남 1녀를 낳았다. 둘째 아들이 바로 오늘날 북한 통치자 김정은이다.

고영희는 2004년 8월 프랑스에서 유선암 치료를 받고 귀국한 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나이 52세였다. 지금부터 정확히 10년 전 일이다. 고영희의 죽음도 북한에서는 비밀에 부쳐져 있다.

김정일과 고영희가 동거할 당시 김정일에게는 이미 본처인 김영숙 외에도 성혜림까지 있었다. 그래서 김일성은 김정은을 손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고영희를 비밀파티의 접대부 취급을 했다. 1998년에는 고영희의 여동생 고영숙이 미국으로 망명했고, 2000년에는 고영희의 오빠 고동훈도 서유럽으로 망명했다,

김일성의 부인이자 김정일의 어머니인 김정숙은 '백두산 여장군'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반면 고영희는 째보 출신 성분에 기쁨조 접대부 출신이다. 고영희의 조상에는 친일 의혹이 가득하다. 고영희의 형제들은 북한에서 도망쳤다. 고영희는 김정일과 결혼한 적이 없고, 고영희가 낳은 김정은은 사생아였다. 고영희에게는 우상화할 게 전혀 없는 셈이다.

●<새전북신문> 수석논설위원

●<한국의 성씨> 전문기자

●<통일부 남북통일교육> 전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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