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 낡은 배를 타고 유유자적 즐겨보는, 환상세계 여행

조현철 군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직과 교수
조현철 군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직과 교수

[투데이안] 거대한 산들이 공중에 뜬 채 끊임없이 이동하는 생명력 충만의 행성인 ‘판도라’, 여기엔 파란 피부와 인간 두 배의 키 그리고 뾰족한 귀와 긴 꼬리를 가진 '나비족'이 산다.

이들과 인간의 DNA를 결합해 만든 하이브리드 생명체가 바로 ‘아바타’였다.

링크 머신을 통해 인간의 의식으로 원격 조정되는 아바타는, 오랜 세월 동안 모든 생명체들과 긴밀한 유대를 맺으며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여 살아왔던 이 파란 행성에 상당한 균열을 만들어내고 만다.

『아바타: 물의 길』 이야기의 기본은 사실 여기까지 만의 소개로도 충분할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하다.

이 모두가 13년 전 전작 『아바타』 (2009)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서사의 진전이 없다.

이제 이곳에서 가족을 이룬 주인공이 인간의 복수욕과 탐욕의 결합으로 추동된 대대적 공격으로부터 피하고자 숲에서 바다로 이동한다는 것, 그리고 이곳에서 결국 기계화된 인간의 침입에 직면하고 이에 장렬한 대결을 수행해나간다는 것이 추가되는 정도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무려 세 시간이 투여되어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시간이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아바타: 물의 길』은 들어주는 이야기보다 보게 되는 장면들이 주는 즐거움이 큰 경우였다.

여전히 생경한 대자연의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는 사이, 익룡을 닮은 ‘이크란’의 등에 얹혀 있는 ‘나비’들의 시점은, 360도 각도로 공간의 전 측면을 탐색하는 자유를 허용한다.

‘이크란 라이딩’을 통해 장쾌한 위용을 뽐내며 빠른 속도감으로 대기를 가르며 사물들을 상하좌우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설정은, 관객에게 ‘질주 중 관람’의 쾌감을 선사한다.

'나비족'의 숲 환경에서 ‘멧케이나’족의 바다 환경으로 무대가 옮겨진 후, 이제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오리의 몸통에 기다란 목과 제트 전투기 날개를 결합한 모습으로 포유류 ‘일루’가 에너지 넘치게 장난기를 부리고, 날치와 엘리게이터 가아의 모습을 결합한 외양을 한 ‘스킴윙’은 공격성과 빠른 속도감으로 수중과 대기를 가리지 않고 전사들을 실어 날라댄다.

또한 거대한 고래의 형상을 한 고지능 생물체인 ‘톨쿤’은 탐욕스런 인간 포식자에 대항하여 『죠스』 류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지만, 부족원들과는 포근한 염려의 영적 교류를 수행한다.

이외에도 각양각색 작은 물고기들의 띠가 화려한 색잔치를 벌이고, 거대한 산호의 무리가 심연의 바닥에서 일제히 오므라드는 동작으로 부족원의 죽음을 평화롭게 감싸주기도 한다.

이 모든 움직임들은 부드러운 물살의 흐름에 따라 대체로 우아하게 전달되다가, 때론 격랑을 치며 온갖 역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바타: 물의 길』은 담대한 상상력을 구체화하는 시각기술의 승리를 예시한다. 등장인물들과 배경 특성의 대부분이 지구 자연과 현실의 외양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러한 설정 속 캐릭터들의 액션 양상 또한, 그 복잡성과 강렬함에 있어 충실한 표현을 위해서는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온통 허구 투성이의 상황과 행동들을, 바로 우리 눈앞에 너무도 그럴듯한 모습으로 제시해놓고 있었다.

그리하여 관객들은 각자 자신의 아바타를 이 환상적 상황에 파견하여, 황홀한 비주얼과 위험스런 활동들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바다 넘어 ‘해외(海外)여행’을 넘어서서, 이제 현실 넘어 ‘실외(實外)’ 어드밴처 여행을 즐기게 된 것이다, 그저 3D 안경을 끼고 스크린 앞에 앉아 있기만 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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