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조작하는 거대한 세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열혈 기자와 내부 고발자의 투쟁을 다룬 영화 '모비딕'(감독 박인제·제작 쇼박스㈜미디어플렉스 ㈜팔레트픽쳐스·제공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이 3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제작 발표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이야기는 오랜 군부독재가 끝나고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4년11월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인근 발암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사건을 취재하던 방송사 사회부 기자 '이방우'(황정민) 앞에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향 후배 '윤혁'(진구)이 나타난다. 그는 일련의 자료들을 건네며 발암교 사건이 겉보기와 달리 조작된 사건임을 암시한다. 발암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이방우는 동료 기자 '손진기'(김상호), '성효관'(김민희) 등과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취재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명품배우' 황정민(41), '미친 연기력' 김상호(41), 패셔니스타에서 배우로 거듭나기를 벼르는 김민희(29)가 물불 안 가리는 사회부 기자, 연기파 진구(31)가 목숨을 걸고 진실을 폭로하는 내부고발자로 나선다.

출중한 연기력과 뚜렷한 개성을 두루 갖춘 배우들이 출동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를 걸게 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컨스피러시'(1997), 'LA컨피덴셜'(1997),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 등 할리우드 영화의 중심 스토리가 됐던 '음모론'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하는 박인제(38)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지금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한 번쯤 질문을 던져볼 수 있길 바라며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시대 배경을 1990년대로 가져간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가 우리 사회에 내부고발자가 본격 등장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1990년 노태우 정권 당시 보안사가 행한 민간인 1300여명에 대한 정치사찰과 동향파악 등 불법행위를 고발한 윤석양 이병 사건이 모티브가 됐음을 감추지 않았다.

음모론은 매력적인 소재이긴 하지만 우려도 있다. 음모론에서 출발한 영화들 중 상당수가 거창한 시작과 달리 결론은 흐지부지되는 용두사미식 영화였던 것에 대한 학습효과다. 박 감독은 "기획할 때부터 톱니바퀴처럼 모든 것이 짜임새 있게 돌아갈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했다. 너무 허무맹랑한 음모론이 아니라 '그럴수도 있겠다'는 한국적 음모론에 대해 고민했다"며 "영화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배우와 스태프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방우를 연기하기 위해 90년대에 사회부 기자 생활을 한 국장급 기자들을 인터뷰하고 실제 사회부 기자들의 취재에 동행하는 등 철저히 준비해왔다는 황정민은 "재작년 11월에 대본을 받자마자 아무 고민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마음 먹은 작품은 모비딕이 처음이었다"며 "그만큼 이야기 자체가 실타래 풀리듯이 풀려나가는 내용이라 흥미로웠다. 단숨에 결정한 만큼 잘 될 것 같다"고 자신했다. 황정민도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좋은 영화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모비딕'은 원래 미국 소설가 H 멜빌(1819~1891)이 1851년에 지은 장편소설이다. 머리가 흰 거대한 고래(백경)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햅 선장의 복수담이다. 영화의 모비딕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음모를 뜻한다. 재미있는 것은 윤 이병이 폭로했던, 보안사가 민간인 사찰을 위해 서울대 앞에서 위장 운영한 술집의 이름이 바로 '모비딕'이었다는 점이다. 6월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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