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을 검거해 체포왕에 오른 경찰팀을 만나 오랜 시간 술과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와 똑같더라. 몇 점차로 자신들이 이겼다고 하더라."

박중훈(45)이 4일 개봉하는 영화 '체포왕'(감독 임찬익)에서 실적에 목마른 형사를 연기했다. 살인, 연쇄성폭행 사건 등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길가에 놓인 무료신문을 가져갔다고, 커피 한 통을 훔쳤다고 입건하는 실적 지상주의 경찰관이다. 남이 다 잡아놓은 범인도 슬쩍 가로채는 능구렁이다.

박중훈은 "영화로 만들기 위해 다소 비약은 있었지만 경찰들이 기본적으로 점수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고 하더라"며 "특히 물총사건(강간사건)은 실제로 실적점수도 높지 않다고 했다"고 몰입했다.

콤비형사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 '투캅스'(1993)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투캅스'의 오마주이거나 아류가 아니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전혀 '투캅스'를 의식하지 않았다. '투캅스'가 비리와 청빈한 성격의 형사 두 명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체포왕'은 형사도 실적에 부담을 가지는 직장인이라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체포왕'을 포함해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강적'(2006) 등 6편에서 형사를 연기했다. "사람들이 '어, 이건 어떤 영화에서 보여줬던 그 표정인데?'라고 할 때가 있다. 약 40편에 주연으로 나왔고, 한 편에 500컷이 나온다 치면 2만 컷이다. 또 26년동안 지속적으로 임팩트있게 나오지 않았는가."

박중훈은 배역이 정해지면 해당 캐릭터를 연구하기 위해 당사자들을 만난다. 이전과 비교하면 형사 이미지도 바뀌었다고 본다. "예전에는 형사들이 잠복도 해야 하고, 바쁜데다 씻을 곳도 없어 실제 더러웠는데 요즘 경찰서에는 사우나 할 곳도 생겼다고 하더라. '강적' 이후 6년만에 또 만나니 너무 깨끗해져 있었다."

이번 '체포왕'에는 각별한 애착이 갈 수밖에 없다. 막내딸 미휘(10)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큰 애(16)는 축구장, 둘째 애(14)는 농구장에서 사진이 찍혔다. 막내만 없는데 자기는 왜 안 나오느냐고 하더라. 극중 딸이 한 명인데 감독한테 '딸 두 명이면 어떻겠느냐. 그러면 가족을 생각하는 형사의 감정이 더 두텁지 않을까'라고 했다. 허락을 받고 망설이는 미휘를 설득해 촬영하게 됐다."

박중훈은 "미휘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고, 소질이 있으면 밀어주겠다"는 마음이다. 그러면서도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의욕과 재능 등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며 엄한 멘토 겸 심사위원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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