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우리 결혼했어요’는 연예인들의 도피처다. 가상부부라는 명목으로 1주에 한 번씩 연애와 결혼생활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도 짙은 스킨십은 할 수 없지만 대놓고 애정행각을 벌여도 열애설에 시달릴 염려가 적다.

3D 애니메이션 ‘노미오와 줄리엣’의 성우를 맡은 그룹 ‘티아라’의 지연(18)과 개그우먼 정주리(26)도 마찬가지다.

사랑에 대한 로망이 큰 여고생 지연은 최근 멤버 함은정(23)이 ‘우리 결혼했어요’에 투입되며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미성년자라서 우결에 출연할 수 없었지만 성인이 되면 꼭 출연하고 싶어요. 은정언니가 가상부부로 출연하는 이장우 오빠를 남편이라고 부르는데, 정말 부럽더라고요. 제의가 들어오면 덥석 물 생각이에요.”

20대 중반을 넘어선 정주리는 부러움을 넘어 절박하다. 경쟁작인 KBS 2TV ‘스타 골든벨’이 막을 내리자 내심 ‘우리 결혼했어요’의 출연을 기대했다. 가상남편을 떠올리며 시나리오도 짰다. “모든 아이돌은 정주리를 통한다는 말이 있어요. 우결은 신인 아이돌과 함께 찍고 싶지만 비스트의 기광이가 요즘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비스트 친구들은 정말 선배들한테 살가워요. 새벽에 문자를 해도 저를 무시하지 않는 아이돌이기도 하죠. 하하.”

사랑을 꿈꾸는 두 여자가 택한 ‘노미오와 줄리엣’은 우연찮게도 러브스토리의 고전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지연은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줄리엣’을 도도하고 씩씩한 21세기형 ‘줄리엣’으로 변화시켰다. 처음 하는 더빙이 쉽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목소리가 허스키한데 녹음 당시 감기까지 걸려 걱정을 많이 했어요. 연기는 상대방과 호흡하며 표정으로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데 더빙은 오로지 목소리로만 표현해야 하잖아요. 평소 애교가 많은 편도 아니어서 노미오를 지나치게 자주 외치는 줄리엣 때문에 민망하기도 했고요.”

남자를 밝히는 줄리엣의 유모 ‘나네트’의 목소리를 연기한 정주리는 스스로 90점을 줬다. 자화자찬은 아니다. 사랑을 모두 안다는 듯 주야장천 떠드는 ‘나네트’를 능청스럽고 맛깔나게 살렸다. 처음엔 ‘줄리엣’을 기대했지만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나네트’가 제 옷이었다. “방송에서 보이는 활발한 모습과 많이 비슷해 연기하기 편했어요. 그래서인지 성우 선생님께서 작업한 연예인들 중 제일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셨죠. 허황된 로맨스를 추구하는 개구리 역인데 아이돌과의 로맨스를 꿈꾸는 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100%에요.”

도전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애니메이션 더빙 연기라는 이력을 추가했지만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본업으로의 회귀를 갈망하고 있다.

지난해 특히 예능, 영화 등 다른 일정 탓에 티아라 활동을 많이 하지 못한 지연은 올해는 가수 활동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BS TV 버라이어티 토크쇼 ‘강심장’에 출연 중인 정주리는 개그에 목말라 있다. 2005년 SBS 개그맨 출신인 그녀는 ‘웃찾사’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프로그램이 폐지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지난해 MBC TV 개그 버라이어티 ‘난생처음’을 할 때도 기분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친정을 버린 찜찜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개그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요. 꼭 SBS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개그 본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문을 두드릴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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