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문화비평

대중문화 산업에 대한 연예 미디어의 ‘횡포’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미국영화 ‘트랜스포머 2: 패자의 역습’에 대한 공격성 보도다. 이번 사태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마이클 베이 감독과 주연배우 샤이어 라보프, 메간 폭스가 방한하면서 시작됐다. 레드카펫 행사에 70~80분 정도 늦자 팬들에 대한 서비스도 거의 없고, 예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반응이다. 국내 연예 미디어는 일제히 ‘트랜스포머 2 흠집 내기’로 일관했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이들이 발언한 내용을 하나하나 왜곡 과장보도하고, 다음날 기자회견장에서의 발언들까지도 연이어 공격했다. 심지어 ‘트랜스포머 2’ 공식 홈페이지에 일장기는 있는데 태극기는 없다는 보도까지 나갔다. 미디어 보도에 따라 대중도 움직였다. ‘트랜스포머 안보기 운동’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사태의 실마리는 사실상 단순하다. 연예 미디어의 ‘악의적 보도’로 압축될 수 있다. 미디어가 화두로 삼은 것은 ‘늦은 일정’과 ‘불성실한 태도’, ‘발언 실수’ 등이다. 그러나 이는 정확히 ‘국내 홍보대행사의 무리한 일정과 긴급 상황 대처 불능’, ‘사고와 악재가 겹친 상황’, ‘통역 실수’ 등으로 바로잡아야 옳다.

몇몇 매체는 팩트까지도 왜곡하며 대중 선동에 나섰다. 방한팀이 서비스 멘트로 팬들로부터 환호를 받은 상황, 이미 레드카펫에서 팬들에게 사과를 한 내용 등은 ‘보고도 못 본 척’, 그 외 ‘안 본 것도 본 척’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트랜스포머 2’ 사태 이전에는 전지현 주연영화 ‘블러드’를 놓고 연예 미디어의 이해할 수 없는 공격성 보도가 잇따랐었다. 개봉을 앞두고 연예 미디어는 일제히 ‘블러드’가 사실은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라 홍콩, 일본, 프랑스, 아르헨티나 합작영화에 불과하다며 ‘거짓말 마케팅’ 주장을 펼쳐 공격했다.

그러나 ‘블러드’ 측은 이에 대한 답변을 이미 수년 전에 했다. 스타뉴스 2007년 3월20일자 기사 ‘정훈탁 대표 “전지현, 할리우드 진출이 아니라 도전”’에서 정훈탁 싸이더스HQ 대표는 “엄밀히 말하면 이 영화는 프랑스가 투자하고 홍콩의 제작진이 참여하며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다국적 영화”라면서 “미국 외의 영화인들이 힘을 합쳐 할리우드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지현의 할리우드 진출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성공을 목표로 한다기보다 세계무대를 향하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몇몇 칼럼과 기사가 이 내용을 적시하기도 했다. 사실상 2년 전에 ‘끝난 이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꾸준히 ‘전지현의 할리우드 진출’이라 부풀린 것은 대다수 연예 미디어 본인들이다. 그러다 갑자기 손바닥을 뒤집어 공격하고, 나아가 ‘블러드’의 일본 흥행 참패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공격적 행태을 보였다.

대체 왜 이런 악의적 공격성 보도가 판을 치게 됐을까. 들리는 후문은 어이없다. 해당 연예 미디어 또는 미디어군(郡)을 푸대접했다거나, 어찌됐건 섭섭한 처사를 연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체들 사이 ‘룰’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수십 년 간 언론계 내에서 자행돼 온 상황들이다.

이것은 개개 사안에 대한 단순 ‘계기’일 뿐이지, 본질적인 부분이라 보기엔 힘들다. 본질적인 부분은, ‘어찌됐건 클릭수를 높여야 하는’ 인터넷 중심 연예 미디어의 태생적 한계에 있다. 별달리 악감정이 없더라도 포털사이트 모니터링을 하다 이슈가 포착되면 바로 같은 논조로 들어가는 매체들도 많다. 대중의 분노를 자아내는 선정적 이슈만 터졌다 하면 일단 끼고 보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이 국민적 콤플렉스 자극 이슈다. ‘트랜스포머 2’ 예처럼, ‘한국이 해외 강대국, 선진국에 무시당했다’는 주장이다. 해외 스포츠대회에서 강대국, 선진국 심판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이슈와 유사하다. ‘블러드’처럼 ‘대중이 속았다’는 이슈도 인기 있다. 물론 속인 주체는 상대적으로 강한 권력을 지닌 회사·단체·국가여야 한다. 이외 서민층의 경제/사회적 콤플렉스를 자극할 만한 이슈라면 모두 합격점이다.

본질이 이런 것이라면 사실상 대책도 막연하다. 연예 미디어는 끊임없이 ‘분노 바이러스’를 퍼뜨려야만 하므로, 이에 ‘걸려드는 순번’만 다를 뿐 누구나 결국은 겪게 되리라는 판단도 설 수 있다. 그러나 대책으로 볼 수 있는 게 있긴 있다. 다만 그 방향이 정반대여서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 뿐이다.

현 시점 ‘미디어 매카시즘’에 대응하는 최고의 전략은, 미디어의 약점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지금 미디어의 최대 약점은 ‘클릭수’다. 클릭수는 ‘분노 이슈’에 몰리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예외도 있다. 상황을 반전시키는 ‘새로운 이슈’가 터져 나올 때다. 기획 중인 드라마 ‘시티 헌터’가 폭스TV를 통해 미국에서 지상파 방영된다는 뉴스가 오전에 쏟아져 클릭수를 얻고, 오후에 바로 이를 뒤집어 ‘폭스TV스튜디오와 폭스TV 방영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반전 이슈로 다시 클릭수를 얻었던 사건이 한 예다.

예컨대, 오전에 ‘트랜스포머 2’에 대한 폄훼 기사가 떴다면, 재빨리 오후에 이에 대한 반론성 보도자료를 뿌려 ‘새 이슈’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껏 비판보도를 냈던 미디어가 바로 오후에 반박 기사를 과연 실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접어두는 게 좋다. 연예 미디어를 일반 종합지와 같이 놓고 보면 안 된다.

연예 미디어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새 이슈를 끊임없이 쫓아다니며 클릭수 확보에 나선다. 어차피 연예 미디어에 대해 제대로 된 미디어비평도 없으니 손바닥 뒤집었다고 시비 걸 곳도 없다. 웅크리고 버틸 생각만 말고 공격적 발상으로 뒤집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절대 ‘친한 매체’를 만들어 반박에 나설 생각 말고, 모든 매체에 동등하게 보도자료를 뿌려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 안 해줘도 어딘가는 받아 적는다. 그게 지금 업계 생리다. 또 다른 방식은, 이와 정확히 대치되는 ‘무반응’ 전략이다. 대중문화 상품 판매에 있어 인터넷 상에서의 안티성 이슈는 인터넷 상에서만 소비되고 소멸된다는 믿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껏 연예인 개인에 대한 안티성 이슈가 해당 연예인 인기도를 떨어뜨린 경우는 있어도,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효과를 거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을 타고 일반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경우가 많다. 1998년의 ‘타이타닉 안 보기 운동’이 예다. ‘007 어나더 데이’ 예도 있다. ‘폴링 다운’마저도 비디오시장에서는 큰 호응을 얻었다.

결국 이 같은 해프닝에 대해 일일이 반응할 생각 말고, 이 같은 이슈가 콘텐츠 정보로 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콘텐츠 노출도를 높이는 작업으로 일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일반 대중’이 팔아준다. 인터넷 이슈에 민감한 이들은, 불법 다운로드에도 열성적이다. 계층 분류가 다르다.

위 두 가지 상반된 방책은 각각 적용된 사례는 있지만, 언제, 어떻게, 누가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이 서지 않은 상태다. 답은 제대로 나왔지만, 답을 도출해내는 공식이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다. 이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연예 미디어와 대중문화 산업과의 관계는 더 이상 악어와 악어새 관계가 아니다. 악어와 악어사냥꾼 관계에 가깝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연예 미디어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따라줘야 악어사냥꾼에 의해 일방적으로 업계가 당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옛날식 ‘좋은 게 좋은 것’ 논리만 고집하다가는, 악어가 멸종되는 사태까지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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