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경기를 앞두고 농구화 끈을 바짝 조여 맸다. 어머니가 응원하러 오기로 해서 살짝 설렜다. 평소보다 더욱 의욕적이었다. 플레이도 좋았다. 경기장에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날은 인생에서 가장 가슴 아픈 날이 됐다.

경기 후 밥을 먹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경기를 보러 오는 길이었다. 처음엔 큰 사고인 줄도 몰랐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심각성을 깨달았다. 며칠 후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게 지난 7월이다.

한양대 포워드 차바위(21)의 구구절절한 사연이다.

중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기에 어머니는 차바위에게 엄마이자 아빠였다. 그 존재가 없어지자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졌다. 모든 게 자기 탓인 것만 같았고 방황이 시작됐다. 농구공을 집어던졌다.

차바위를 잡아준 것은 최명룡 감독과 이상영 코치.

차바위는 "이런 모습은 어머니도 원하지 않으신다. 더욱 열심히 해서 좋은 선수가 되는 게 어머니께 효도하는 길"이라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2주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렸다. 선후배도 곁에서 많은 힘을 줬다. 공 끝에 힘이 실렸고 폭발적인 모습이 살아났다. 기어이 대학리그 첫 해에 득점상을 거머쥐었다. 어머니가 가장 원하던 상이다.

12일 화려한 시상식 무대에도 섰다. 생각지 못했던 우정상까지 받았다. 차바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시상식장은 숙연해졌다. 대학농구의 대부격인 최부영 경희대 감독이 꽃다발을 안기고 꼭 안아주자 눈가가 촉촉해졌다.

차바위는 숙소 생활을 하며 외출이 주어지면 마포에 있는 외할머니 댁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차바위는 "기말고사가 끝나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누나와 함께 트로피를 들고 어머니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 아들이 약속 지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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