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일화와 수원삼성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 열린 15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은 많은 취재진들은 무엇보다 경기장의 잔디 상태부터 점검했다.

터치라인에서 살펴본 경기장 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꾸준한 보식의 결과로 인해 지난 1일 성남과 수원의 K-리그 경기 당시보다는 한결 나아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눈높이를 조금 올려 살펴본 운동장의 모습은 여전히 심각했다.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 부분을 제외한 반대편은 사실상 맨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잔디의 상태가 좋지 못했다.

전체 경기장의 ⅓ 정도만 잔디를 새로 이식했을 뿐, 지난 여름의 폭염과 폭우로 인해 속을 훤히 드러낸 탄천종합운동장의 상태는 한 눈에 봐도 축구장의 모습이 아니었다.

탄천종합운동장의 관리 주체인 성남시설관리공단은 이날 경기를 위해 경기직전까지 잔디를 보식할 정도로 관리에 신경을 썼지만 아시아 최고 수준의 팀을 가리는 대회의 경기를 벌이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홍콩의 스포츠전문채널을 통해 아시아 전역에 생중계된 이날 경기는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호각소리가 울려 퍼진 뒤 불과 1분 만에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성남의 공격수 라돈치치(27)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보식했던 잔디가 뽑혀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선수들의 격렬한 움직임에는 여지 없이 잔디가 부분적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고작 전반 45분을 치르는 동안 곳곳이 파여버린 경기장은 이례적으로 하프타임에 잔디보수 인원들이 투입돼 다시 작업을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만들고 말았다.

후반 8분에는 몰리나(30)가 코너킥을 차기 위해 움직이는 순간 옮겨 심은 잔디가 밀려 움직이는 바람에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날아가는 장면도 연출됐다.

경기에 앞서 탄천종합운동장의 열악한 잔디 상황을 다시 한 번 지적했던 수원의 윤성효 감독(48)은 예상치 못한 대패를 당한 뒤 억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기지 못한 책임은 모두 내가 지겠지만, 이 같은 경기장에서 축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며 "이런 운동장 사정에서 원정 팀이 승리하는 것은 어렵다. 성남이 경기장 상황에 맞는 축구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성남의 신태용 감독(40)은 "운동장 사정이 꼭 승리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우리도 9월1일 이후 한번도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도 (수원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기했다.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았다"며 "그라운드가 좋지 않다고 상대가 롱볼 축구를 해서 우리가 유리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골을 터뜨리며 성남의 승리를 이끈 라돈치치도 "지난 2주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해 홈에서 경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며 "우리가 패스를 중시한 반면, 수원은 공중전에 치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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