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 딸 특혜 채용 파문'이 드러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자녀 특혜 논란이 농구계에서도 일고 있다.

대한농구협회(회장 이종걸)는 22일부터 예멘 사나에서 열리는 18세 이하(U-18)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대표팀 12명을 지난 6일 발표했다.

최초 24명으로 시작해 18명 그리고 15명으로 추렸고 마지막으로 3명을 탈락시켜 12명을 확정했다. 포지션별로 고교 농구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그러나, 대표팀 최종엔트리 12명에 대해 농구계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객관적으로 선발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됐던 프로농구 전주 KCC 허재 감독(45)의 장남 허웅(17.용산고)이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상당수 농구인들과 학부모들은 허웅이 대표팀에 발탁된 것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아버지 허재 감독의 후광과 영향력 때문에 선발됐다는 주장이다.

대표팀 12명은 가드에 김기윤(경복고), 이주형(울산무룡고), 한상혁(송도고), 포워드에 김형준, 이동엽(이상 광신정산고), 문성곤(경복고), 최승욱(동아고), 허웅(용산고)이다. 이종현(경복고), 김만종(배재고), 김준일(휘문고), 이승현(용산고)은 센터를 맡는다.

▲'기준 없는' 선발이 논란의 주범

허웅의 발탁으로 선발이 기정사실화됐던 A 선수는 짐을 쌌다. A 선수는 지난 달 열렸던 고려대총장배고교대회에서 코치들이 뽑은 대회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빼어난 기량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래 전부터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았던 선수로 대회 득점왕 등극은 물론 명문대 입학도 사실상 확정돼 있다. 그런 그가 소속팀(용산고)에서조차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1년 후배 허웅에게 밀렸다. 특혜 논란이 일 수밖에 없었다.

U-18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이상국 감독(부산 동아고)은 선수 선발 기준을 체력, 스피드, 수비 3가지로 꼽았다. 해외 장신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빠르게, 그리고 한 걸음 더 뛰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초 24명의 예비선수들을 소집한 후, 선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선수들의 장점이나 단점, 특징에 대한 메모는 없었다. 평가의 기준은 오로지 이 감독 머릿속에만 있었다.

선발에서 제외된 A 선수는 허웅보다 6cm 가량 크지만 수비와 스피드, 체력 등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감독은 "허웅은 수비와 체력이 좋고 빨라 활용 가치가 높은 선수다. 실제 연습경기를 통해 잘 활용하고 있으며 단 한 경기도 빠짐 없이 10분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며 "유명 감독의 아들이기 때문에 선발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U-18 대표팀의 연습경기를 검토해 본 결과, 연세대와 명지대전에서 허웅은 경기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 5분 정도의 출전시간이 전부였다.

▲구단·대학이 개입?

농구계 일각에서는 허재 감독과는 관계 없이 소속 구단인 KCC의 모 관계자가 허웅의 선발을 지원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이상국 감독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른 선수 선발 정황도 논란이다.

포워드 포지션에 선발된 B 선수는 선발이 불투명했지만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 과정에서 대학 측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B 선수는 모 대학 입학 예정자로 대학 측은 이 감독에게 'B를 선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은연중에 발탁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고교 지도자 신분인 이 감독 입장에서는 향후 제자들의 대학 진학 문제를 고려할 때, 갑(甲)의 입장인 대학 측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협회와 연맹 "재고해 달라"

대한농구협회와 중고농구연맹(회장 박소흠)은 이 같은 논란을 이미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당초 최종 명단 발표는 6일 이전이었으나 연기됐다. 감독이 제출한 대표팀 12명 명단에 대해 협회와 연맹이 재고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ൔ명의 대표팀 명단을 받고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해 줄 것을 감독에게 요청했다"고 설명했고, 연맹 관계자는 객관적인 평가를 요구하며 ŕ명에 대해 '재고해 달라'는 의사를 감독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상국 감독은 협회와 연맹의 재고 요청 후에도 최초 12명 명단을 그대로 제출해 최종적으로 협회의 승인을 받았다.

농구계 한편에서는 허웅이 아버지로 인해 오히려 심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했다. 다른 선수였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농구 대통령' 허재의 아들 허웅이기 때문에 뒷말이 무성하다는 것이다.

이상국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허웅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다른 종목도 그렇겠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실력이 엇비슷하다면 1~2명의 선수들은 (지인이나 내 사람을)선발하는 풍토가 있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한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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