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안 씨 <군산 해어화 100년> 펴내

일제강점기 전북 군산에 존재했던 권번(券番)과 기생(妓生)들의 다양한 활동이 오롯이 담긴 책 <군산 해어화 100년>(300쪽: 편찬자 조종안)이 출간돼 화제다.

해어화(解語花)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란 뜻으로 기생에게 붙여진 애칭이다.

조종안 씨는 “일제강점기 군산에는 세 개의 권번(군산권번, 보성권번, 소화권번)과 두 개 기생조합(한호예기조합, 군창예기조합)이 존재했고, 소화권번 돌비석이 묻힌 장소와 산수정(명산동) 유곽 창기들이 동국사를 순례지로 여긴 이유, 그리고 ‘권번 부채춤’ 본고장이 군산이란 것도 알아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조 씨는 “옛날 기생들은 명성황후 시해사건(1895), 을사늑약(1905), 한일 강제합병(1910) 등 조국이 망해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역사의 산증인들이었다.”라며 “망국의 설움을 직접 경험한 기생들은 일제의 회유와 협박, 촘촘한 감시망 속에서도 선진 문화를 가장 먼저 체화하면서 전통 예술을 계승 발전시킨 장본인이었다.”라고 주장한다.

책에 등장하는 기생이 100명에 이르는 것도 눈길을 끈다. 군산 외곽인 대야에 명월관이 존재했던 이유와 옛날 기생들과 요즘 연예인들 수입 비교도 흥미를 돋운다.

기생들의 주요 활동은 극장, 공회당 등에서 열리는 각종 음악회와 연주회 가극대회, 적성야학교 돕기 행사, 신파극 공연, 재만 피란동포 및 국내 수재민 구호 성금, 사회 저명인사 부의금 등이 주를 이룬다.

또한, 단연회(斷煙會)를 조직하고, 토산품 애용을 위한 거리시위에 앞장서 참여하면서 주권 행사도 활발히 펼쳤다.

기생들은 예술가로서 일찍이 양성평등 시대를 열었으며, 1926년 1월에는 군산권번 기생들이 조선 최초로 군산노동연맹에 가입, 화류계에 혁신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권번을 주식회사로 만들어 주주로 참여하기도 했다.

 

<군산 해어화 100년>은 비매품으로 옛날신문 기사 및 광고 400여 개와 흑백사진 100여 장, 컬러사진 20여 장 등이 시대별로 수록됐다. 특히 한국문화원 연합회 2017년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 지원사업’의 하나로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아 출간돼 의미를 더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은 기생의 기원과 조선 시대 기녀들의 삶, 제2장은 대한제국 시대 기생조합과 권번, 제3장은 일제강점기 군산 기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정리했다.

제4장은 호남 최대 산수정 유곽, 제5장은 군산의 마지막 ‘생짜 기생’ 장금도 명인(군산시 향토유산 제20호)의 삶을 통해 격동기 군산 기생들의 삶과 사회상을 조명한다.

인터넷 언론 객원기자로 활동하면서 3년 전 <군산 야구 100년사>를 펴냈던 조종안 씨는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역사바로잡기와 향토사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졸필을 추천해주고 선정해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