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한옥마을에서 ‘전주’를 만난다

이미 1천만 관광객의 명소가 된 지 오래인 전주 한옥마을은 사실 전주 주요 유형 문화재의 보고(寶庫)나 다름이 없는 곳이다. 길거리음식과 한복을 입은 젊은이들로 이름이 높지만, 사실 우리가 기억하고 간직해야 할 문화유산들 한옥마을을 에두르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의 제대로 된 가치와 지속을 위한 논의가 끊임없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실시한 문화재야행 도시 선정은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오는 12일과 9월 30일 두 차례 열리는 ‘전주야행, 천년벗담’은 한옥마을이 품은 문화재 공간에 전주의 문화 콘텐츠를 결합시킨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문화재청의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이 문화재가 밀집된 지역에 문화예술콘텐츠를 결합해 문화재를 재발견하고 지역의 새로운 관광문화자원으로 삼는다는 취지인 만큼 전주는 한옥마을이 그 대상이 됐다.

전주 한옥마을은 조선왕조의 본향 경기전을 비롯한 오목대, 향교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동성당이 자리한 한국 역사와 문화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문화유산과 전주의 천년 역사와 오랜 전통문화를 결합한 프로그램들이 선보인다.

더불어 한옥마을 내 다양한 문화시설과 연계한 관광객을 위한 무료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조선의 역사가 빛나는 밤 풍경
전주야행의 시작과 끝은 밤의 풍경을 담아내는 일이다. 한옥마을 공간 안에 전주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유형 문화유산의 야경은 전주 그리고 한국의 어제와 오늘을 그대로 비춘다.

경기전 태조 이성계의 위풍당당함과 마지막 황손의 서글픔이 함께 서린 전주 경기전의 야경은 차분하다.

화려하지 않고, 단정하고 소박한 건축들과 땅 보다 하늘과 더 가까운 몇 백년 수령의 은행나무들은 밤에도 찬란하다.

 

전주야행에서는 이날 유일한 야간개방(~22시)을 맞아 누구나 참가가 가능한 ‘달빛출사’(18시)와 한국차문화협회의 ‘달빛다례’(18시)를 선보인다. 경기전 밤의 풍광을 남길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궁중의례에서 주요했던 다례 체험도 진행된다.

오목대 오목대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한옥마을 야경은 이미 유명하다. 오목대는 이성계가 승전을 자축하며 건축한 문화유산이다.

새 나라를 꿈꾸며 지어진 오목대를 비롯해 전주의 많은 문화재들은 문학의 주요 소재가 되어왔다. 최명희문학관과 함께 전주야행에서는 문학작품과 판소리를 함께 즐기는 ‘낭송낭독대회’(19시)가 열린다.

-옛 공간의 매력을 살려낸 전주야행만의 선물
문화유산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무대 삼은 한 밤의 야외공연은 그야말로 유럽의 어느 곳 부럽지 않다. 옛 건축의 매력이 더해지는 특별한 공연들은 전주야행의 특별한선물이다.

전동성당 성음악회 ‘천상지음’(19시 30분) 영화 <약속>의 촬영장소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히는 전동성당은 낮이고 밤이고 인산인해를 이루는 전주한옥마을의 명소. 한국 천주교회 사상 최초의 순교자였던 윤지충과 권상연이 순교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1914년 준공된 로마네스 건축양식의 성당으로 고풍스러우면서도 신성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전주야행에서는 천상의 목소리로 그레고리안 찬트 등 성음악연주회를 마련했다.

 

고성당에서 듣는 제대로 된 소리를 담아낸다. 실내공간인 만큼 서둘러 입장과 좌석을 챙기는 것은 필수. 천주교 전주교구성가대, 까리따스 쳄버 오케스트라, MBC합창단 좋은 친구들이 함께 한다.

전주향교 조선시대 전주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이었던 향교도 이날 야간개방(~21시)을 한다. 향교에서는 젊은 국악인들이 그 옛날 선비의 풍류(19시)를 풀어놓는다.

가야금 연주, 가곡과 시조, 전주시나위를 선보인다. 관객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하는 렉처 콘서트 형태로 진행되며, 이창선 대금스타일, 안정아, 조상훈, 박경소 등이 무대를 꾸린다.

전주천 ‘쪽배살풀이’(19시/20시/21시) 전주의 대표적 물길, 전주천은 그 역사와 전통은 물론 생태하천으로도 이름이 높다.

수달과 고니도 헤엄을 치는 전주천에 전주야행의 쪽배가 닻을 올린다. 쪽배를 배경으로 전통무용공연은 인위적인 수중공연이나 무대와 다르다.

자연의 물길과 한국의 몸짓이 만나는 특별한 무대로 금파춤보존회가 공연에 오른다.

-동심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즐기자
한옥마을의 문화재 뿐만 아니라 곳곳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주야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예정이다. 한옥마을 거리 곳곳에서 남부시장에서, 전주천 건너 국립무형유산원에서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

 

남부시장 ‘태조어진을 지켜라’(12일~13일 16시~23시) 한옥마을 바로 옆 전주의 가장 크고 오래된 전통시장인 남부시장의 밤은 요동친다. 야시장과 더불어 전주야행에서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왕의 초상을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들의 한바탕 소동이 펼쳐진다. 어느 편에 서든 승자에겐 뜻밖의 기쁨이 기다린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한창 유행인 방 탈출게임에 남부시장의 공간과 태조 어진의 스토리를 담아냈다.

국악 버스킹 페스티벌(16시~22시) 경기전 정문, 한옥마을 쉼터와 전통문화연수원 등 거리에서 펼쳐지는 젊은 국악인들의 신명난 마당은 전주야행의 밤 뿐만 아니라 낮까지 도맡는다.

전주를 기반삼아 전통을 이어가는 소리꾼과 연주자들이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마당을 꾸린다. 젊은 소리꾼 송봉금의 판소리, 민요 한 곡조 배우기, 대금연주자 김지훈의 대금산조 등을 만날 수 있다.

무형유산한마당(16시~21시) 국립무형유산원은 전주야행 속 무형문화를 한마당으로 꾸렸다. 가장 인기있는 전통연희인 줄타기와 버나놀이를 비롯해 함께 어울리는 판굿과 강강수월래가 기다린다.

 

특히 한 밤에 제격인 온 가족을 위한 <그림자 오케스트라>(20시, 21시)는 전주야행에 안성맞춤이다. 지난 1일부터 불을 밝힌 LED플라워로 꾸민 ‘달빛 플라워’ 정원에서의 기념촬영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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