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조재형

 조재형 시인

당신이 건네는 말 한마디는
버릴 게 없는 화폐다
나는 그것으로
당신이 종착지인 길을 닦는다

당신이 흘려보내는 눈물방울
나에게는 비자이다
그것으로 당신의 어두운 처소를 방문한다

내가 쌓아가는 하루하루는
한 장의 고독이다
당신이라는 감리가 없다면
한낱 외로움으로 버려질 것이다

당신이 잠 밖으로 들킨
잠꼬대는 값비싼 정보이다
나는 그 실마리로
당신의 꿈 너머를 잠입한다

나를 거슬러가는
당신의 뒷모습은 창고다
거기서 쓸쓸한 나를 꺼내곤 한다

무심코 내던진 당신의 방언
내 귀를 사로잡는 난수표다
나는 그 열쇠로 저문 날의 뒤켠을 찾아간다.

◆조재형시인은 누구?=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지문을 수배하다’가 있으며 현재 법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 ‘엽서’는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7년 올해의 좋은 시에 후보로 올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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