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청렴사이에서 흔들리는 복지국가의 꿈
2009-12-16 최낙관 교수
2010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 한국사회는 10년 전의 꿈을 키워나가며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4위인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가 키워가고 있는 정상을 향한 꿈이 성공이 될지 아니면 실패로 귀결될지 우리사회의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 중의 하나는 성공을 만드는 것도, 실패를 만드는 것도 우리 선택의 결과라는 점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변화의 방향이 우리 모두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이상사회(utopia)로 나아갈지 아니면 우리 모두를 불행의 덫에 걸리게 하는 결함사회(dystopia)로 선회할지 운명적인 선택 앞에서 우리의 외줄타기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국제기구들이 발표한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평가는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평가한 2009년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57개 국가 및 지역 경제 가운데 27위로 2008년에 비해 4단계 상향된 순위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홍콩과 싱가포르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고 우리의 경쟁대상국인 일본이 종합순위 17위 중국이 20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순위가 2007년에 이어 다시 20위권으로 재진입 했지만 정부효율성과 국민 그리고 전통문화는 평균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많은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할 또 하나의 평가가 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투명성기구(TI : 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2009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이다. 부패인식지수는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 부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지에 대한 인식 정도를 0∼10점으로 나타낸 것으로, 0점에 가까울수록 부패 정도가 심하고 3점대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부패한 상태를, 7점대는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우리나라는 10.0 만점에 5.5점으로 세계 180개국 중 브루나이, 오만 등과 공동 39위에 머물러 지난 해 순위 단독 40위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의 평균 7.04점과는 2점 이상 큰 차이가 나고 있으며 지난해에 비해 0.4점이나 상승하며 7.7점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과 많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0.1점 하락하며 5점대 중반에서 더 올라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최근 각종 반부패 정책이 실종되었던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해 국가청렴위원회의 통폐합, 자발적 합의에 의해 추진되고 있었던 투명사회협약의 파기, 이명박 정부 초기 반부패를 일종의 규제처럼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강조하지 않은 것, 그리고 권력 상층부에서 끊임없이 불거져 나온 추문 등이 한국사회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관행적 부패 청산 없이 청렴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함을 단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경종이라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 한국은 2003년 유엔반부패협약 조인식에서 서명을 하고 국제사회에서 부패와의 전쟁에 동참하고 있는 국가이다.
대내적으로도 부정부패 척결은 이명박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12번째로 차지하고 있는 비중 있는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부정부패와 비리는 우리를 아프게 한다.
경제성장과 복지국가의 필수조건 중 하나는 사회적 연대와 상호신뢰를 가능하게 하는 투명성 확보다.
한국사회가 단기적인 노력으로 경제선진국에는 어느 정도 근접했을지 몰라도 여전히 청렴선진국과는 많은 격차가 있음을 아프지만 인정해야 한다.
투명한 청렴사회의 건설 없이 우리의 궁극적인 이상향인 복지사회는 기약할 수 없다. 현실의 벽이 높다는 이유로 더 나은 복지사회를 위해 우리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을 투자하기보다 오히려 희생양으로 남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수도 있지만, 이러한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를 선택할 때, 변화에 대한 기대는 더 이상 현실일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역할과 자세 또한 매우 중요하다.
투명하고 청렴한 선진복지사회를 위해 정부 스스로 자신의 목에 방울을 달고자 하는 열린 자세로 우리에게 다가와야 한다.
우리가 다시 희망을 노래할 수 있도록 정부는 날선 자기반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최낙관 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