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행자'

2009-11-26     조현철
-형제의 사형을 집행하고자 하는, 영화의 너무 쉽게 드러나는 욕망

[투데이안 객원논설위원] 유머에 집중한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판타지의 형태로 현실의 왜곡을 범했다면, 『집행자』는 너무 현실문제에 집중한 나머지 편향을 범하게 된 경우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사형제도에 대한 불용을 기획한다.

영화는 불유쾌함의 극한에 해당하는 바로 그 일을 집행해야 하는 공무원의 시각에 단단히 기초하고 있으며, 또 그 집행의 대상자 중 한 사람은 인자한 노인으로 탈색하여 집행자의 절친한 바둑 친구가 되어 있다.

신참 집행관이 사귀는 여인은 그 집행에 맞추어 새 생명을 잉태하고, 결혼을 할 처지가 아직 되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두 사람은 이 생명에 대한 판단을 집행해야 한다. 더욱이 만인공노할 흉악범의 완전한 집행을 위해서는, 고장난 받줄 작동기를 대신하여 사형수의 발 밑 마루바닥을 발로 차서 무너뜨려야 하며, 시신수습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꿈틀대는 목 아래의 신체부위를 모질게 밑으로 밑으로 눌러 내려야만 한다.

더구나 그자는 자신의 집행이 있기 직전 다음과 같은 ‘세상을 걱정하는 메시지’를 외쳐댄다. “이제 난 못 죽이겠지만, 니들은 계속 더 죽이겠지."

사실 전세계적으로 범죄예방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그 절대적인 불가역성 및 국가의 공식적 인권말살 행위라는 등의 이유로 사형제도의 폐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며, 우리나라도 그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의 대열에 서고 있다.

『집행자』는 최근 각종 연쇄흉악범의 등장과 함께 사형제도가 실질적으로 부활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를 예방하고자 하는 켐페인으로서의 성격을 진하게 가지고 있다.

한 편의 영화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관련하여 선명한 입장을 가지고 강력한 발언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한편으로 장려되어야 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정에 있어, 상황의 제시와 인물의 선택의 측면에서, 다루는 주제에 관련한 균형이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집행자』의 경우, 이미 그 취지에 공감한 상태에서 극장에 들어온 관객을 넘어 그 설득력을 확산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기에는 다소 부족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결코 일견을 후회하게 만들지 않는 다음의 자산이 포함되어 있다:

교도관들의 세세한 일상업무 묘사를 통한 우리나라 교도행정에 대한 이해, 주요인물들간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의 전개 속에서 간간이 솟아나는 유머, 그리고 ‘알파치노’의 경지를 엿보이는 배우 ‘조재현’의 성격 표현이 주는 매력./조현철 군산대학교  교양교직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