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의 양치기 소년의 망령
2009-11-18 나병훈
[투데이안 객원논설위원]그리이스 시대 이솝(Aesop)의 신뢰성 잃은 양치기 소년이란 망령(亡靈)이 쌀 시장
아무리 농업통계가 정책적 통계치로 행세하는 현실이라지만 이번 통계청의 무책임한 예측오류는 해도 너무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한 농업통계 맹신(盲信)의 결과가 심각한 것은 현재 시장격리용 정부 특별매입 조치 등 간간히 실오라기 같은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쌀 대란의 문제를 아예 짓눌러버리는 황당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주지하다시피 통계청은 최근 올해 실질 쌀 생산량을 당초 예상했던 468만톤을 훨씬 웃도는 491만톤으로 우두망찰하게 슬그머니 공시(公示)했다. 한달만에 “평년작을 조금 넘는 수준”이 “대풍(大豊)”으로 뒤집힌 것이다. 말하자면 지난 9.15작황조사를 통해 공시했던 예측치보다 무려 23만톤이나 과도하게 예측 오류를 했다는 애기다.
매우 심각한 예측의 오류(誤謬)요, 무지의 소산(所産)이다. 여기서 금번 오류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것은 국민적 불신을 넘어 이미 산지 쌀시장은 2개월 전 정부가 발표한 예측치를 기준으로 쌀값이 형성되어버렸고, 그러한 산지시세를 바탕으로 농협 등 산지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은 적정 매입 계획량과 가격을 설정하고 80%이상을 매입완료 해 버렸다는 점이다.
당혹스런 정부는 금번 오류예측 분 23만 톤을 추가로 매입하여 시장에서 격리(隔離)시키겠다고 불끄기에 나서고 있지만 금년산(신곡) 재고를 71만톤 이상 끌고 가야하는 혈세적(血稅的) 부담은 차치하고라도 이미 금년산 이전물량(구곡)마저 70만톤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처지라, 과연 총합 140만톤 이상의 정부 보유 재고곡을 향후 어떻게 처리 할 것인지에 대해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현실이 더욱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매년 아스팔트농사를 지어야 하는 뿔난 농민들의 소득보전대책을 국민적 합의(合議)도 없이 국세만 축내는 쌀 직불금 규모만 늘려가며 정책적 방어전술만 구사하겠다는 것인가?
아님, 수입쌀에 밀려 국내산 쌀 유통량의 5%도 채 안 되는 쌀 가공산업 육성책만을 부르짖으며 쌀 먹걸리로 건배주(乾杯酒)하며 카메라 앞에서 쌀국수를 호들갑스럽게 들이대고만 있으면 될 것인가?
아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대책도 없는 시장격리용 쌀 매입에만 매달린채 진정으로 쌀 재고대책을 해소하기위한 시장개입 의지가 없다면 조속히 현실적 대안을 심각하게 모색(摸索)해야 한다.
그것은 필자가 이곳 담론(談論)코너를 통해 줄곧 주장해 오고 있듯이 생산조정제와 소득보전직접지불제를 하나의 틀로 묶어 상호 직접적인 연계고리의 범주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쌀 산업 정책방향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하나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지난 2004년 WTO쌀 협상의 결과로 우린 관세화 유예(猶豫) 마지막 년도인 2014년까지 전체소비량의 8%수준에 육박하는 외국쌀을 의무수입(MMA)해야 하고 더욱이 수입쌀 중 일부를 시중에 판매해야하는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
이는 모름지기 국내산 쌀 과잉 공급문제와 쌀 가격 하락문제를 해소하는데 또 다른 심각한 장벽(障壁)일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 본격적으로 수도작목(水稻作目)의 작부체계의 단계적 전환을 위한 복합영농시스템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벼를 중심작목으로 논토양 이용을 함에 있어 작물간의 경합(競合)이 발생하지 않는 작부체계(作付體系)를 갖추는 방식으로 개념 정리된다.
그 최종목적은 농업소득 제고에 있음은 당연하다. 이는 그동안 다양한 실증연구를 통해 작부체계 확립을 통한 복합경영 소득이 쌀 단작경영(單作經營)에 비해 높은 소득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어 적극 검토해볼 문제라고 본다.
특히 이러한 복합영농시스템 도입은 현재 위에서 대안으로 언급한 쌀 소득보전 직불제(直拂制)나 생산 조정제(調整制) 개선과 더불어 상호 유기적으로 검토하여 현하의 고착된 쌀 문제 해법을 풀어 헤칠 수 있는 구조적이고 본질적 내용을 지니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게 학계나 전문가그룹들의 공감대임을 주목(注目)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연 농정당국이 이러한 진솔한 외침과 제안(提案)에 귀를 기울여 줄지 기다려 보자./나병훈 전북도교육청 농협 지점장starion5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