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수 교수, '단테판타지아신곡'으로 문학상 수상… “문학은 실천이다”
-한봉수 교수, 단테 연구와 창작 활동의 결실
-강연·시극·커뮤니티 이끄는 인문학 실천가
[투데이안] 문학과 인문학 현장에서 꾸준한 창작·강연 활동을 이어온 한봉수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가 11월 22일 서울 동숭동 흥사단에서 열린 ‘착각의 시학 주관 2025 문학상 시상식’에서 평론 부문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 교수는 4년 전 같은 기관의 신인문학상(평론·시 부문)을 동시에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이후, 시집 '날더러 숲처럼 살라하네', 평설집 '단테판타지아신곡' 등을 잇달아 펴냈다.
단테 '신곡'에 대한 독창적 해석과 강연·시극 활동 등 문학적 공헌이 이번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정읍 칠보산 자락에서 태어나 전주 경기전 일대에서 소년기를 보낸 한 교수는 전주고와 한국외대 이탈리아어과를 거쳐 단테 연구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이후 문예지와 언론에서 시·평론·칼럼을 집필하며 시인·문학평론가로서 활동을 넓혀왔다.
현재 문예지 착각의 시학 2024년 봄호부터는 ‘새롭게 읽는 단테의 신곡’을 연재 중이다.
또한 그는 강동구 50플러스센터 인문학 커뮤니티 ‘시로꿈꾸는마을’의 지도교수 겸 촌장을 맡아 시 창작과 낭송 교육을 이끌고 있다.
시극 ‘단테판타지아’를 기획·연출해 고창 동리국악당에서 실험 공연을 올리는 등 무대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교육청 교육발전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유럽 신화와 고대·중세사, 철학·우주관 등 인류 고전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자로서, 그는 '단테판타지아신곡' 외에도 '절망에 뿌리 박고 희망의 꽃을 피운 작가들', 평론 '인류의 몰락을 피하기 위한 문학과 예술의 소명' 등을 발표해왔다.
수상 소감에서 한 교수는 “문학은 실천”이라며 “이웃에게 선한 영향과 미적 영감을 전하며 작가로서 영혼을 고양시키는 일을 사명으로 알고 더욱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단테의 '신곡'을 현대 독자가 어떻게 하면 쉽고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까. 한봉수 작가의 추천작품집 '단테 판타지아 신곡'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는 중세 대서사시를 청소년과 성인 모두가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고, 설명과 평론을 적절히 곁들여 고전 독서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 책은 단테(1265~1321)가 조국 피렌체에서 추방된 뒤 망명 생활 18년 동안 집필한 '신곡(La Divina Commedia)'을 새롭게 재해석한 평설서이자 스토리텔링 작품이다.
단테가 작품 제목에 ‘코메디(Commedia)’는 그리스 시골에서 판소리 처럼 풍자극으로 유행한 것을 무려 천오백년 이후 단테가 암울한 중세시대에 의도적으로 도입해서 로마교황청 등 부조리를 고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도 흥미롭게 짚어낸다.
◆르네상스를 깨운 단테의 언어와 사상
한 작가는 '단테 판타지아 신곡'에서 단테가 중세 말, 종교 권력의 절대성 아래 있던 유럽을 최초로 깨운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단테는 교황청의 공용어였던 라틴어 대신 피렌체 속어(이탈리아어의 전신)를 문학 언어로 끌어올렸고, 이는 훗날 이탈리아 표준어로 정착했다. 그가 ‘이탈리아어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단테는 ‘자유의지’를 인간에게 부여된 신성한 선물로 규정하고, 예정설에 기대어 스스로 판단을 포기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지적했다.
이는 인간의 관점을 중심에 두는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새벽을 연 사상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그는 성직매매·세속화로 얼룩진 교황청을 통렬히 비판하며 스콜라 철학을 바탕으로 가톨릭 교리 체계를 재정리해 종교개혁의 사상적 씨앗을 제공했다.
◆ ‘지옥–연옥–천국’ 100곡을 100편의 판타지 소설로 재구성
'신곡'은 지옥·연옥·천국 각각 33곡, 여기에 서곡을 더한 총 100곡으로 구성된 대서사시다.
한 작가는 이 100곡을 100편의 단편소설로 재구성하고, 각 편마다 중간제목을 달아 독자가 단테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돕는다.
작품은 판타지 장르의 형식미와 피카레스크식 구성을 취해 초월적 세계를 여행하는 단테의 시선을 생생하게 전한다. 독자는 어느새 단테의 영혼 여행에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각 편의 주제도 △지옥편: 단테가 지옥에서 들려주는 역설적 희망의 메시지△연옥편: 연옥에서 펼쳐지는 상상과 예술의 장 △천국편: 빛의 형이상학(Meta-physics)이 펼쳐지는 천상 세계 등 한눈에 들어오도록 구성했다.
단테의 사상과 방대한 우주관,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정신이 응축된 이 100편의 에피소드들은 고전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자연스러운 안내서가 된다.
◆왜 지금, 다시 단테인가
단테는 문학을 통해 시대의 어둠을 비추고 인류를 깨우려 했다. 그의 작품은 인류 문명이 절제 없는 속도로 질주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단테 판타지아 신곡'은 바로 그 지점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려 독자에게 묻는다. 인간의 이성, 절제, 그리고 자유의지는 어디에 있는가.
한봉수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단테가 인류의 회심과 문명 변혁의 씨앗을 어떻게 품었는지 설명하며, 독자가 영원히 단테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고전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가장 친절한 안내서이자, 단테 연구의 깊이를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