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도를 안전하게 만들어 주세요
/김영배 GW인력개발원(주) 원장
[투데이안] 며칠 비가 내린 뒤로 더위가 한풀 꺾이니 공기도 상쾌하고 하늘도 맑다. 덥고 궂은 날씨가 지속되어 걸어서 이동하는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걷기에 좋은 날씨이다. 퇴근 후 저녁 모임장소를 향해 걷고 있는데 보조 보행기를 밀며 인도를 걷던 할머니 한 분이 도움을 요청한다. 평탄한 인도를 따라 보조 보행기에 의지하며 걷다가 좌 우 경사가 심한 길이 나타나니 몸을 가누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시는 거였다. 부축하여 평탄한 인도가 나타날 때까지 모셔 드리고 혼자 걸으며 도로변 인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놀라웠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인도 어느 한 곳도 평탄하게 잘 정돈되어 있지 않았다. 평상시에 느끼지 못했던 도로변 인도의 실상을 새롭게 보게 된 것이다. 보도블럭이 깔끔하게 깔려 있어도 오르락내리락 배불뚝이이고 특히 큰 건물 곁의 인도는 좌우 경사가 매우 심했다. 배수를 위해 약간의 기울기는 인정하겠지만 발이 비뚤어져 평상시에도 걷기 불편하다. 눈이 쌓이거나 얼었을 땐 미끄러워 차도로 내려와 걸었던 생각이 난다.
건강한 사람도 불편한데 노인이나 장애인들은 어떨까 하니 걱정이 된다. 잘못하여 도로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 큰일이다. 낙상 사고는 노인 사고 사망 원인 중 교통사고에 이어 2번째이다. 나이들면 골밀도가 낮아져 조그마한 충격에도 골절이 되기 쉽다. 노인이 넘어져 고관절이 골절되면 조치하지 않았을 때 1년내 사망률이 70%이고 수술을 했어도 65세 이상이면 사망률 14.7% 2년 내 사망률 24.3%라는 통계가 있다.
80세 이상은 수술 후 1년 내 사망률이 21.6%라는 통계를 보듯 낙상 사고는 노인들에게 치명상인 것이다. 이렇듯 노인들은 산업현장이나 고공에서 낙상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보행 중 넘어져 골절이 일어난다.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걷기 편하고 안전한 보행 도로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우리 건축 토목 기술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세계 최고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잘하는 일을 우리나라에서는 소홀히 한다. 특히 끝마무리의 디테일이 부족하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요령으로 대충 하는 것 같다. 보도블럭 하나 놓을 때마다 나의 부모님, 손자가 걸을 길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울퉁불퉁한 인도 바닥을 긁어내어 평탄하게 수평을 잡고 정성 들여 꼼꼼히 작업하면 얼마나 좋을까? 연말이면 볼썽사나운 모습 중 하나가 멀쩡한 보도블럭 교체 공사이다. 추운 날씨에 이뤄지는 작업 현장은 누가 보아도 차분함과 정교함이 없다. 옷만 새것으로 갈아입었지 내용은 그대로다.
지난해 봄 전주와 인구수, 환경이 비슷한 규모의 오래된 일본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적이 있다. 구도심이어서 이동은 주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했다. 거기에 살면서 제일 먼저 느꼈던건 좁지만 깔금한 도로, 건물과 차도 사이에 있는 인도의 편안한 구조이다. 인도는 자전거길과 구분되어 있어 안전에 신경을 썼으며 편하게 걷도록 바닥에 굴곡이나 돌출이 없이 평면화했다.
실내 실외 구분 없이 모든 공중화장실이나 통로는 조금만 경사가 있어도 안전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고 신발장 앞에는 반드시 의자가 있었다. 이렇듯 노인과 장애인들의 보행 안전이 잘 보장되어 있었다. 좀 더 깊숙이 마을 골목길을 살펴봐도 보면 볼수록 깔끔함과 단정함 그리고 안전과 실용성에 감탄이 나온다. 초고령사회를 먼저 맞이한 일본은 노인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많은 정책과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진행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지금은 안정을 이루어 세계 최고의 노인이 행복한 나라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들의 지난 과정과 현재 모습이 우리에게는 미리 보여주는 교과서이며 모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노인의 인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노인들의 생활 편의와 안전에 광역단체나 지자체들은 큰 관심을 가지고 특히 걷는 인도를 항상 심도있게 관찰하고 주변 시설이나 건물 구조를 점검하여 교통약자들이 불편함 없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행복한 도시의 명성은 넓은 찻길보다 걷고 싶은 작고 예쁜 길을 따라 찾아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