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정영 산림조합중앙회 진안교육원장 “퓨전임업이 미래다"
-“기술보다 마음…진정한 임업인을 키우는 교육원 만들 것”
-“임업은 융합 산업…미래는 퓨전임업에 달려 있다”
-“교육의 질과 기회, 모두 잡기 위해 제도적 뒷받침 필요”
-국립공원내 개인소유 사각지대, 보상 또는 제도적 완충장치가 필요
[투데이안] 전라북도 진안 산림조합 중앙회 진안교육원, 한적한 교육원 사무실에 서늘한 햇살이 창으로 살짝 들어오던 15일 오전.
배정영(裵正榮ㆍ55) 산림조합중앙회 진안교육원 원장(이하 ‘원장’)를 만나 한국 임업의 비전, 교육원의 역할, 정책변화 필요성, 운영상 어려움 등에 대해 얘기를 풀어냈다./편집자 주
배정영 산림조합중앙회 진안교육원 원장(이하 ‘원장’)은 30년 가까이 산림 분야에 몸담아온 산림행정 전문가다.
지난해 9월 1일, 진안교육원장으로 취임한 배 원장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교육기관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단순한 교육 이수가 목적이 아니라, 이곳에서 맺은 인연과 얻은 통찰이 참된 임업인으로 거듭나는 토양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술뿐만 아니라, 숲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진정한 임업인입니다.”
그의 임업 철학은 ‘퓨전임업’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전통 임업은 계승하되, 의료·건축·에너지 등 타 산업과 연결되는 융복합이 필수입니다. 예컨대 미이용 목재를 활용해 전기나 스팀을 생산하거나, 숲을 활용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산림조합계의 베테랑 출신인 배 원장은 특히 임업이 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림 →숲가꾸기 → 벌채, 심고 기르고 벌채한 목재를 가구·펄프·땔감용 원료로 쓰거나 화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등 활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 직불제처럼 임업직불금 제도 도입 역시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형평성 회복”의 시발점이라 봤다.
2년 전부터 제도가 마련됐으며, 배 원장은 이 제도가 임업인들에게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제공하고, “임야가 그냥 나무만 있는 땅”이 아니라 자산으로 대우받는 길을 여는 징후라고 평가했다.
배 원장은 “산림 기능사 자격증”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산림 관련 실무 현장에서 안전과 기술, 숙련도를 확보하는 장치로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퇴직 예정자나 경력 전환자, 지방의 주민들 사이에서 자격증을 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 길에는 장애물도 많다. 그는 교육 비용 및 예산의 제약을 언급했다.
교육생들의 욕구는 크고, 교육원의 역할도 무거워졌지만, 정부 지원이나 예산 확보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교육비가 오르면 참여가 제한되고, 그렇지 않으면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러한 제약은 특히 농촌 지역 퇴직자들의 재기(再起) 혹은 사회 참여에 대한 기대가 큰 점에서 걸림돌이 된다.
규제가 지나치게 혹은 불균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예컨대,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수익 활용이 금지된 개인 소유 임야의 경우, 소유자는 임업직불금 등은 커녕 나뭐하나도 건드리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배 원장은 이러한 사각지대에 대한 보상 또는 제도적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원대학교 임학과를 졸업한 그는 산림조합 내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며 기획, 전략, 운영, 지역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배 원장은 2014년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미래전략실장(2015~2018), 기획조정실장(2018, 2020~2023) 등 중앙회 핵심 부서를 잇달아 맡아 중장기 전략 수립과 조직 혁신을 주도해왔다.
중앙회 본부 경험에 더해 서울인천경기지역본부장(2019~2020), 중부목재사업본부장(2023~2024) 등 현장 조직 수장으로서의 경험도 풍부하다. 이는 중앙과 지역 양쪽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게 한 기반이 됐다.
특히 2020년 특화사업개발부 부장 시절에는 새로운 임업 모델을 발굴하며 민·관 협력의 접점을 넓혔고, 다시 기획조정실장으로 복귀한 이후에는 조직 내 혁신과 외부 협력사업을 조율하는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수행했다.
오랜 조직생활 동안의 성과는 수상 이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1998년 회장표창을 시작으로▲2002년 산림청장 표창(조합발전 유공)▲2003년 송파구청장 표창(산림발전 유공)▲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표창 등 산림조합과 지역사회, 국가로부터 골고루 인정받은 인물이다.
-“산림은 국가의 미래자산, 교육은 그 뿌리다”
전북 진안군 부귀면, 조용한 산골 마을에 자리한 산림조합중앙회 진안교육원.
겉으로 보기엔 소박한 이곳은, 지난 40년 가까이 대한민국 임업 인재 양성의 심장부 역할을 해온 전국 대표 산림교육기관이다.
그 출발은 1984년. 한·독기술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진안협업경영지도소’가 문을 열면서부터다.
당시에는 사유림 경영에 대한 이해도 낮았고, 전문 기능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작된 산림 교육의 씨앗은 전국 권역별 기능인 양성의 기초가 됐다.
1991년, 산림청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산림기능인 훈련체계를 구축했으며, 진안은 ‘호남권 교육거점’으로 지정됐다.
이후 1994년, 정부 지원 아래 임업기능인훈련원으로 확대 개편됐고, 2006년에는 국가기술자격시험장으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2023년, 기관의 위상에 걸맞게 공식 명칭도 ‘진안교육원’으로 변경됐다.
현재 진안교육원은 단 2개 과(운영지원과, 교육과)와 14명의 인력으로 운영된다. 14명이 만드는 조용한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배정영 원장과 최인혁 차장이 기관을 총괄하고, 각 과장 이하 실무진들이 전문성과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실질적인 운영을 책임진다.
이들은 단기·장기 교육과정을 통해 임업기능인, 귀산촌인, 수목관리자, 임업후계자 등 다양한 교육대상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운영하고 있다.
특히, 1991년부터 시작된 기능인영림단 교육은 현재 2년 6주 정규과정으로 정착돼 있으며, 조림·숲가꾸기·기계장비 실습 중심 교육으로 현장형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진안교육원이 자랑하는 가장 큰 강점은 풍부한 교육 인프라다.
총 면적 18,638㎡의 부지에, 147ha에 달하는 실습림이 함께 운영된다. 강의실(1,170㎡), 실습실(497㎡), 기숙사(2,094㎡), 식당(420㎡) 등으로 구성된 교육시설은 최대 610명 수용이 가능한 실습형 복합 공간이다.
교육시간의 80% 이상이 현장 실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안군 부귀면 신정리 일대 실습림에서 기계톱 운용, 조림, 벌목, 장비 조작 등 실전형 교육이 진행된다.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인재들은 전국 임업 현장에서 산림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교육 인프라의 또 다른 축은 실습장비다. 현재 교육원은 총 89종 728점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목공기계(237점), 교육장비(188점), 숲가꾸기 장비(146점), 조사·연구 장비(116점) 등 현장과 동일한 수준의 실전 장비를 활용한다.
교육의 수준과 깊이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2001년 개소한 임업기계지원센터도 진안교육원만의 특화된 자산이다.
고가의 장비를 산주나 작업자가 직접 구매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장비 대여·작업 대행·기술지도 등을 지원하며 산림기계화 보급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벌목 후 목재 유통까지 연계하는 통합형 지원체계로 진화 중이다.
최근 도시민의 귀산촌 수요 증가에 따라 진안교육원도 대응에 나섰다.
산지 활용법, 단기소득 임산물 재배, 정원 설계, 목조주택 건축 등 실용 과정을 통해 예비 임업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특히 분재, 산림텃밭, 생활목공, 수목관리 등은 중장년층과 은퇴자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진안교육원은 또한 산림기능사, 산림산업기사, 산림기사 실기시험장으로 공인돼 교육과 자격시험을 한 공간에서 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2002년 전북대 익산캠퍼스와의 협약을 시작으로, 진안교육원은 현재까지 30개 이상의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대학(전북대, 순천대, 진주산업대 등), 특성화고(전주생명과학고 등), 공공기관(산림청, 경찰청, 진안군청 등)과의 협업은 인재양성, 교육 커리큘럼 개발, 실습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에는 인천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 전주생명과학고와의 협약을 통해 도시형 산림교육과 고등학생 실무교육까지 영역을 넓혔다.
협약은 단순한 문서가 아닌, 산림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감을 반영한다.
진안교육원은 외형적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작은 조직이 만들어내는 진한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14명의 실무진이 700점이 넘는 장비를 다루며, 연간 1만여명(교육원 6,000명, 위탁 3,500명)에 가까운 임업 인재를 길러낸다.
교육은 지식 전수가 아니라 삶의 전환점이자, 숲과의 연결을 만드는 시작점이 된다.
배정영 원장은 "진안교육원은 ‘현장형 산림교육의 미래’를 준비하는 조용한 혁신의 터전이다 "며 “임업을 통한 제2의 인생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인 교육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