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빛 시인의 시읽기] 덕진공원에 가야겠다

2025-07-21     엄범희 기자

덕진공원에 가야겠다

                                                                        이삭빛

연꽃이 피었으니
너를 만나러 덕진공원에 가야겠다
 

그저 네가 있을 것만 같은
그 자리,
스치는 바람에
가슴 저리도록 아파와도 좋다
 

발밑에 채이는 돌멩이 하나도
어쩌면 너의 발자취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함부로 걷지 못하고
느린 걸음으로 연못가를 맴돌겠지
 

그림자처럼 숨어 있는 옛 이야기들
어딘가 낡은 벤치에 기대 앉아
네가 읽었을지도 모를 시집을 펼쳐 들고
가슴 시린 구절마다 네 얼굴을 떠올리겠지


물에 잠긴 달처럼 아득한 그리움이
내 안을 채우고 넘쳐흐를 때 쯤
어느새 바람은 너의 속삭임이 되어
내 귓가를 간지럽히겠지


나는 그제야 눈을 감고
네가 두고 간 온기를 느끼며
비로소 너를 만났다고 믿으리라

[詩포인트]

연꽃이 피어난 덕진공원은 그리움의 발자취를 따르는 시적 화자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사랑의 기억을 공간과 자연에 투영하여, 걷는 길마다 감정이 물결친다. 시집의 구절과 바람의 속삭임은 과거의 온기를 되살리는 매개체가 된다.

독자 또한 그 감성에 이끌려 덕진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싶어질 만큼 감동이 깊게 전해진다. - 현석 시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