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영 작가의 '전주가 설래기 시작했다' 열번째 이야기

2025-07-02     엄범희 기자

<열번째 이야기> 혁신도시를 수사관이 아닌 시민의 눈으로 보다

[투데이안] 검사가 되었다. 퇴직을 3년 앞두고 어린 시절 꿈이었던 법률가로서의 검사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대학시절 변호사를 꿈꾸며 사법고시에 도전하였으나 실패하고 꿈을 접었다. 그 후 법률가인 변호사에서 수사관인 검찰직으로 전환을 하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임명장을 받으며 최고의 수사관이 되리라는 다짐과 함께 수사관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수사과장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가 생겼다.

어른들의 말처럼 그때 고생했던 일들을 책으로 쓰면 몇 권이 될 거라고 할 만큼 열심히 근무했다.

부정부패사범 단속 유공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고 특별수사로 특승도 하고 수사과장 직위까지 올랐으니 수사관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고 싶다.

법원에 사법보좌관 제도가 있듯이 검찰청에는 검사직무대리 제도가 있다. 일정 자격을 갖춘 수사관을 선발하여 연수과정을 거쳐 검사직무대리로 임명하여 검사의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물론 검사가 담당하는 모든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아니고, 경미한 사건이나 약식 사건을 전담하도록 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시행되었다.

검찰수사서기관으로 승진을 하여 법무연수원에서 4주의 교육과정을 거쳐 검사직무대리로 발령을 받았다. 덕진동 시대를 마감하고 혁신도시 만성동으로 이전을 한 전주지방검찰청에서 첫 검사직무대리 근무를 시작하였다.

처음 하는 업무이기도 하고 한 달에 300여 건을 처리하여야 하는 업무 과중으로 주말도 반납하며 초임 시절처럼 열심히 했다. 매주 배당되어 오는 사건에 지치고 힘들었지만 검사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수사관 시절에는 발생한 범죄에 대해 범인을 밝히고 증거를 수집하여 검사에게 송치하면 된다.

검사는 기록을 검토하여 혐의가 인정되면 기소를 하여 판사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아야 하므로 범인이 맞는지, 증거에는 흠결이 없고 충분한지, 무슨 법률을 적용하여야 하는지 등등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람이 사람을 단죄한다는 것은 많은 고뇌가 요구되었다.

혁신도시에는 기지제 수변공원이 있다. 결정 장애를 겪는 사건이 있으면 기지제를 찾았다. “능력이 안되나 봐”.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동료들과 기지제를 걸으며 운을 뗀다.

“아니 베테랑 선배가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동료들도 동병상련의 마음이라 금방 알아채고 듣기 좋은 응원의 멘트를 해준다. 기지제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청사로 돌아올 쯤이면 난마 같던 사건도 어느 정도 정리되어 머리가 한결 가벼워진다.

그럼에도 처리가 애매한 사건은 부장검사의 노란 포스트잇이 붙은 반려로 명쾌하게 정리되곤 하였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한 사건이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 시간, 열정이 필요했다.

31년의 수사관 시절이 혁신도시에서 마무리되었다.

수사관의 옷을 벗고 주민자치위원과 주민참여예산위원으로 지역을 보게 되었다. 몇 년을 다니면서도 보이지 않던 혁신도시의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북혁신도시는 전주시 혁신동과 완주군 이서면 일대에 조성되었으며, 농축산업 관련 정부기관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가 있다.

최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제2차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전 대상기관, 이전부지 등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 이슈화되고 있다.

도내 시. 군 간에도 유치를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벌써 내홍을 겪고 있는 양상이다. 전라북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유치지원단을 구성하여 활동을 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구체적인 계획이나 성과가 없는 상태로 보인다.

공공기관은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지역에 안착하여 지역과 융화되고 지역민과 함께 할 수 있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공공기관과 지역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행사나 보여주기식 개방만으로는 안된다.

우리 지역은 전통적으로 농업기반 지역이다.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에 더해, 어렵게 유치한 농축산업 관련 공공기관을 잘 활용하는 데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면 좋겠다.

수시로 찾아가 기관과 지역이 협업하여 공공기관의 우수한 인력과 기술, 공간을 어떻게 지역 산업에 접목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서울이나 외국에 공무원을 파견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곁에 있는 공공기관에도 기관 내 전담 직원을 파견하여 공공기관과 지역이 하나 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공공기관과 MOU를 체결하여 지역민이 공공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하고, 지역민이 쉽게 공공기관에 접근할 수 있고, 기관 직원들이 지역으로 나와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하나 되는 환경을 마련하여야 한다.

지역 대학 농과대학들과 국립한국농수산대학이 교류하며 수시로 세미나를 개최하여 농업 지식을 공유하는 장이 마련되고, 농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과 연계하여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다.

이에 더해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맞춰 도와 시. 군의 지자체가 합심하여 우리 지역에 필요한 기관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이를 유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에 이전해 있는 공공기관과 연계하여 어느 기관이 오는 것이 협업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도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공공기관에 요청하여 새로운 기관 유치에 함께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히 몇 개를 더 유치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지역이 나아가려는 방향과 부합되는 기관을 유치하여 향후 전북의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것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현재 혁신도시는 개발 당시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고 오히려 쇠퇴하는 경향이 있다. 외딴섬과 같은 혁신도시에 누가 와서 정착하려고 할 것인가?

직원들이 혁신도시에 내려와서 정착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주 혜택이나 정착자금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기에 좋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혁신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로, 항만, 공항과 같은 교통 인프라 외에 병원, 공원, 학교 등 사회 복지 및 환경 인프라도 필요하다.

지자체와 지역민이 마음을 다해 공공기관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공공기관 직원들이 지역민과 한 가족이라는 느낌을 받도록 진심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 공공기관 직원들이 앞장서 지역에 대한 홍보도 하고 지역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이다. 혁신도시를 상생의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